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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듯 익숙한 … 세상을 훔쳐보다

시인 김행숙은 “이미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굳이 시로 표현하기보다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쓰면서 생성되는 시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인 김행숙(44)은 1999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냈다. 2003년 첫 시집 『사춘기』, 2007년 『이별의 능력』, 2010년 『타인의 의미』이다. 빠를 것도 느릴 것도 없는 평균적인 보폭이라고 해야겠지만 한국 현대시의 지형도에서 그가 차지하는 존재감은 단순히 시집 세 권의 물리적 부피 이상이다.

 이는 그의 ‘시적 실험’이 그만큼 묵직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의 시편은 독자의 편안한 감상을 완고하게 거부하는 것 같다. 이상한 음역(音域)대의 멜로디라고나 할까. 그의 시가 전하는 정황, 메시지 등을 파악하려 하다 보면 자주 절망스럽고 종종 말들의 기이한 세계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특징이 일종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세 권의 시집 순서대로, 시인 이장욱, 평론가 신형철·이광호 등이 각각 해설을 통해 김행숙의 세계를 해명하고자 했다. 이들이 밝혀낸 비밀은, 김행숙의 시가 서정적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모종의 반응, 의미보다 감각과 느낌에의 헌신, 시의 화자가 시 속의 상황에서 소외돼 떠도는 ‘낯선 서정’이라는 것이다.

 김씨가 최근 1년간 생산해 미당문학상 본심에 오른 23편의 시편도 그런 도움말에 의지해 감상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일정한 변화도 느껴진다. 그의 시에 익숙해진 것일까. 덜 어려운 것 같고, 물기도 느껴진다.

 계간 ‘문학과사회’ 2013년 겨울호에 발표한 ‘존재의 집’은 침묵할듯 입을 열듯 여운이 느껴지는 누군가의 입 모양이 시의 모티프인 모양이다. 계간 ‘창작과비평’ 2014년 여름호에 실린 ‘8時(시)가 없어진다면’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처절함에 몸서리가 처질 정도다. ‘시와표현’ 지난해 가을호에 실린 ‘공감각의 시간’은 영화 속 정지화면처럼 일체의 움직임이 동결된 서해 갯벌의 풍경을 통해 휴식의 의미, 피서객의 정체성을 묻는 듯하다.

 사회적인 이슈도 다뤘다. ‘현대시’ 올 6월호에 발표한 ‘빛’은 세월호 희생자의 얘기다.

 그렇다고 23편이 다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니다. 퍼즐의 절반이나 풀었을까. 전체를 풀려면 정독으로 여러 번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김씨는 “항상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을 쓴다기보다 쓰면서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가 아니었다면 가지 못했거나 보지 못했을 의외성의 발생이 시 쓰기의 매혹”이라고 밝혔다.

 ‘에코의 초상’에서 에코는 물론 메아리를 뜻한다. 이 시에 대해서는 “무릇 존재들이 잔향(殘響)처럼 남기는 어떤 것들에 관한 시”라고 설명했다. 분명 청각적인 이미지가 시를 쓴 계기인 듯한데 문면(文面)에 드러난 이미지는 하나같이 시각적이다. 김행숙다운 발상. 김씨는 ‘에코의 초상’이 “곧 출간되는 네 번째 시집의 표제시”라고 했다. 새로운 도전, 또 하나의 다채로움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행숙=1970년 서울 출생. ‘현대문학’으로 등단. 문학에세이 『에로스와 아우라』. 강남대 국문과 교수.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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