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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세상은 좁고 아기는 많다






고은양과 함께한 후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세상엔 아기가 참 많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하루 한 번 볼까했던 아기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가는 곳마다 아기들이 넘쳐납니다.

고은양과 껌딱지처럼 붙어지내다 보면 일종의 의무감이 생깁니다. 주말은 집에서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 어디든 고은양에게 뭔가 더 많이 경험하게 해 줘야 한다는 엄마로서의 책임감입니다. 게다가 (남편은 멀리하라던 그) 조리원 밴드에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아기를 데리고 어디 어디를 다녀왔다는 인증샷이 올라옵니다. 그걸 보고 있을라치면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넘어선 죄책감이 스멀스멀 생겨납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도 어김없이 나갔습니다.

토요일에는 신도림에 있는 뽀로로 카페에 갔습니다. 백화점 4층에 있는 곳입니다. 주차장에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는데 뭔가 싸~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3분의 2가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금세 사람으로 꽉 차 만원이 됐습니다. 혹시나 뽀로로카페가 만원이라 못 들어갈까 싶어, 4층에서 내려 카페로 돌진했습니다. 거의 뛰다시피 하며 (고은양은 남편이 안았습니다) 가면서 슬쩍 훑어보니 역시나 백화점 손님의 절반은 아이를 데리고 온 듯했습니다. 감으로 이 뽀로로카페가 적어도 백화점 매출의 10%, 식당이나 식품관은 20%는 책임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달려간 뽀로로카페엔 아이들로 넘쳐났습니다. 고은양은 제일 어린 듯했고, 언니 오빠들에 치여 고은양은 제대로 놀기도 어려웠습니다. 물론 12개월 미만의 아기는 공짜이지만 어른 입장료(인당 6000원)를 생각하면 아까웠죠. 카페 안의 장난감을 활용해 열심히 놀리려는데 고은이는 별 관심이 없는 듯 계속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남편이 고은양 옆에 민첩하게 챙겨 놓은 장난감은 다른 아기가 와서 낚아채고 놀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고은양은 그곳의 장난감보다는 놀고 있는 언니 오빠들이 신기한지, 연신 다른 아기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카페 안에 있는 소극장에서 뽀로로 싱어롱 공연이 시작된다고 해서 공연이 시작될까 고은양을 안고 달려갔습니다. 역시나 고은양 표정은 뚱~ 합니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고 남편을 득달해 고은양이 무대를 잘 볼 수 있도록 들어서 위로 올리라고 채근했습니다. 무대에선 뽀로로 캐릭터들이 춤추고 노래 부르고 난리가 났는데 진행요원은 하품을 하고 있더군요. 남편의 심정이 딱 그랬을 것 같습니다(그 와중에도 뒤에 앉은 한 아빠는 모든 뽀로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더 신이 났습니다. ‘아빠 9단’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아빠가 팔이 떨어져라 자기를 안아 올리거나 말거나 고은양은 계속 뚱한 채로 있습니다.

일요일엔 일산에 있는 수족관에 갔습니다. 역시 조리원 밴드에서 엄마들이 다녀 왔는데 아기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가기로 한 겁니다. 수족관엔 역시나 아기를 데리고 온 입장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대체 결혼 전에는, 아니 출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기들이 다 어디서 나온 건지… 우리나라가 정말 출산율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가 맞는지…

유모차를 애써 챙겨 가지고 갔건만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수족관 유리 벽면에 붙어 물고기를 봐야 하는데 유모차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유모차를 벽면에 갖다 붙이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습니다. 결국 유모차는 유리 벽면 반대쪽 후미진 곳으로 끌고 다니고, 고은양은 남편이 아기띠로 안았습니다. 나중엔 아기띠로 안아도 고은양 시야를 가려 물고기를 보기 힘들 듯하여 아기띠 없이 손으로 안아 들라고 제가 남편을 재촉했습니다. 그제야 시큰둥하던 고은양이 수조 속 물고기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물고기가 맛있어 보이는지 혀를 날름거리며 수족관 유리를 핥기도 했습니다.

입장 시간이 애매해서 밥을 안 먹고 들어갔는데 그게 화근이 됐습니다. 고은양이 배가 고픈지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군요. 수족관 내 공연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고은양이 폭발할까 서둘러 수족관을 나와 식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예의 애 딸린 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세상은 좁고 아기는 많습니다.

겨우 입구 쪽에 자리를 잡고 이유식을 데우려는데 공용 전자레인지가 안 보입니다. 전자레인지가 있는 식당을 찾아 헤매다 겨우 핫도그 집에서 발견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스무디 한 잔을 시키고 이유식을 30초 데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웬걸, 전자레인지 출력이 낮은지 이유식이 너무 차갑습니다. 30초를 더 데워 달라고 부탁. 그래도 여전히 차갑습니다. 더 이상 부탁하기 민망해 남편을 시켜 한 번 더 데웠습니다. 민폐 가족입니다.

그 사이 고은양은 짜증으로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배는 고픈데 밥을 안 주니 괴성을 지르고 폭력적인 성향을 띱니다. 세 번에 걸쳐 데운 밥을 주니 입이 찢어져라 벌리면서 이유식을 순식간에 받아 먹습니다. “엄마가 밥을 늦게 줘서 고은이가 짜증 났네” 라고 남편이 말하는데 갑자기 저도 짜증이 확 납니다.

식당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데 남편이 저 들으라는 듯 “고은이는 엄마한테 짜증, 엄마는 아빠한테 짜증, 아빠는 누구한테 내지” 라고 말하네요. 갑자기 웃음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일요일 오후 외출의 냉랭한 분위기가 다행히 풀어졌습니다.

고은양은 배도 부르고 귀가길 차에서 잘 잤는지 집에 와서 더 잘 놉니다. 수족관에서는 그렇게 뚱하게 있더니만 집에서는 방긋방긋 웃습니다. 도대체 누굴 위하여 수족관에 간 건지… 앞으로는 주말엔 집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좁고 아기는 많은데 어딜 나가겠습니까. 역시 집이 최고네요.

그런데,

조리원 밴드에 한 엄마가 ‘라바(애니메이션 캐릭터) 파크’에 다녀 왔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번 주말엔 여기로?

고란 기자

[사진 설명]

1) 뽀로로카페 장난감엔 별 관심없는 고은양. 다른 아기 쳐다보기 바쁨. 도대체 왜 거길 간 건지…

2) 그나마 수족관에서 제일 신났던 순간. 모형 펭귄과 함께하는 카누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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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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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