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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스포츠 이야기] 시프트와 번트

김종문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운영팀장
A는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강타자다. 담장 너머 ‘한 방’을 쏘는 그의 파워는 상대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를 잡을 비책은 있다. 떨어지는 변화구 등으로 땅볼을 유도한다면 아웃시킬 확률이 매우 커진다. A가 땅볼로 안타를 만들 확률은 22%에 그친다. A의 시즌 타율이 3할3푼, 즉 안타 확률이 33%가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대팀으로선 공을 굴리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A의 총알 같은 땅볼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내야에 촘촘히 짜놓은 그물수비를 이용해 외야로 타구가 빠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수비수의 위치 이동, 일명 시프트(shift)다. 어느 자료를 보면 A의 경우 올해 3루 땅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파울볼 몇 개를 잡는 것을 빼면 3루수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그의 땅볼 타구는 1~2루간에 집중돼 있다. 힘차게 배트를 잡아 당기는 타격폼 때문이다. 이에 수비는 타구가 많이 가는 쪽으로 옮기는 방법을 선택한다. 3루수가 유격수 쪽으로, 유격수는 2루 베이스 쪽으로, 2루수는 우익수 사이로 이동하고 1루수는 우익선상으로 바싹 다가선다. 시프트는 심리적인 억제효과도 상당하다. 비슷한 수비에 당하는 우리 팀 B는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눈에 보이니까 골치가 아프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올해 상대의 내야 시프트에 걸려 애를 먹고 있다. 타율이 곤두박질쳤다. 추신수의 당겨 친 타구 중 땅볼 비율이 77%나 되기 때문에 상대팀에선 철저히 시프트를 건다.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시프트에 걸린 주요 타자의 타율이 평균 5푼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빅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야구 시프트도 수많은 경기에서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활용한 사례다. 물론 정교한 데이터가 없던 과거에도 윌리엄스 시프트, 오 사다하루 시프트가 있었다. 요즘은 그라운드를 컴퓨터에 모눈종이처럼 조밀하게 나눠 낙구 지점을 찍어 예측 능력을 더하고 있다.

  국내 야구는 미국처럼 극단적인 시프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덜하다. 문화와 기술의 차이 때문이다. 데이터를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 실패의 두려움은 없는가, 투수는 타자 약점을 이용할 능력이 충분한가, 타자는 시프트를 역으로 깨는 배트 컨트롤이 가능한가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야구에선 타자들의 발이 빠르고 밀어치기에 능하다는 점이 시프트 때 공수 양측이 고려해야 할 변수다. 도전이 있다면 응전이 필요하다. 마치 추신수가 3루 번트로 시프트를 깨는 것처럼.

김종문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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