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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약속 못 지켜 송구"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국회에서 정계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손 고문은 7·30 재·보궐 선거 수원병 선거구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김형수 기자]

7·30 후폭풍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덮쳤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정계를 완전히 떠났다. 수원병 보궐선거 패배 하루 만이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대권 도전의지를 키워온 그였지만 정계 입문 21년 만에 꿈을 접었다.


회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맨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31일 오후 4시 거물 정치인이 21년 정치 여정을 매듭짓는 자리에는 100명이 넘는 기자들 외에 조정식·양승조·김성곤·우원식·한정애·유은혜·최원식 의원 등이 함께했다. 손 고문이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학규입니다”라면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납니다. 손학규가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겠습니까마는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국민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비서들과 일부 의원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그는 정계은퇴사를 멈추지 않았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입니다. 저는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1993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로 입문한 정치권에서의 21년을 되돌아봤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시베리아로 나선 이래 민주당과 함께한 저의 정치적 여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보람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시베리아’는 손 고문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게 된 결정적 순간을 의미한다. 당시 대권 경쟁자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손 고문에게 “안에 남아도, 밖에 있어도 시베리아”라고 자극했고 당시 손 고문은 “나갈 테면 나가라고 나를 놀리고 있다”며 격분했고 결국 탈당했다. 민주당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말한 손 고문은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입니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룻밤 사이 정리한 입장을 밝혔다.

 고별사의 마지막 대목은 대국민 사과였다.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 했던 모든 짐들을 이제 내려놓습니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 만큼 소외 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저의 꿈을… 이제 접습니다.”

 앞서 손 고문은 측근 및 당 소속 의원 10여 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 측근들은 만류했으나 결심을 꺾지 않았다. 손 고문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누군가가 필요하고 (나의) 정계 은퇴를 계기로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향후 일정을 묻는 질문엔 “자유로운 시민이 됐는데 특별한 일정이 뭐 있겠나. 여행을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올해 67세인 손 고문은 민주화운동으로 두 번 투옥되고, 2년 넘게 수배를 당한 대표적 재야 인사 중 한 명이었다. 정계 입문 후 4선 의원, 경기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민주당 대표를 두 번 역임했다. ‘여의도 신사’로 불렸다.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2007년과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각각 정동영·문재인 후보에게 패해 오랜 기간 품었던 대권 의지를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다.

 이날 눈이 충혈된 채 회견장에 들어선 손 고문은 회견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글=이지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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