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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억원 들이고 강 근처도 못간 MB 로봇물고기

감사원 감사 결과 불량으로 판명된 수질조사용 로봇물고기.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인 4대강 건설과 관련해 당초 로봇물고기는 초당 2.5m를 헤엄치며 수온·산성도·전기전도도·용존산소량·탁도 등을 모니터링해 수질오염을 실시간 감시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감사원 테스트 결과 실제론 초당 23㎝에 불과했다. 또 탁도측정 센서가 누락됐고 위치인식 등도 대부분 고장났다. [사진 감사원·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9년 ‘국민과의 대화’장면. 이 전 대통령이 수질조사용 로봇물고기 홍보 동영상을 공개하며 “4대강 수질오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로봇물고기를 풀어놓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감사원·중앙포토]
2009년 11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TV 화면에 나타났다.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당시 논란이 됐던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문제 등 현안에 관해 130분 간 자유롭게 말하는 형식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가 극심했던 4대강 사업 얘기를 꺼내면서 “원체 반대가 많아 길게 설명한다”며 “허허”하고 웃었다.

"4대강 수질 감시 … 고기와 놀 것"
연구기관 4곳 3년간 개발 물거품
9대 중 7대 고장 … 성능도 미달



 그 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게 4대강 수질을 감시하는 로봇물고기의 등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로봇물고기가 수질을 감시하는 동영상을 보여 주며 “저건 로봇이다. 고기하고 같이 노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4대강 문제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야당의)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곤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는 농담을 던져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30일 감사원의 로봇물고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설명은 틀린 말이었다. 수질 감시는 커녕 로봇물고기들은 4대강 구경조차 제대로 못했다.



 감사원은 이날 ‘로봇물고기 등 산업기술분야 R&D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가 지난해 11월28일 로봇물고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자 산업기술연구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을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7일까지 감사해 국회에 최종 결과를 보고했다.



 57억원을 예산으로 지원받아 2010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로봇물고기가 개발됐지만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다. 9개의 시제품 중 7대는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기 전에 이미 고장나 있었다. 나머지 2대 중 1대도 감사원이 지난 3월 실제 테스트를 하는 중에 고장나 감사가 끝날 때까지 복구가 안 됐다. 결국 1대로 성능검사를 했는데 당초 목표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사업계획서의 목표에 따르면 로봇물고기가 물속에서 수영하는 속도는 2.5㎧였다. 1초에 2.5m를 가야 됐다. 하지만 실제 감사원 실험에선 0.23㎧에 그쳤다. 속도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물속에서의 통신거리 목표는 500m였다. 그래야 로봇에 장착된 센서가 통제실로 전달돼 실질적인 수질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에선 50m에 그쳤다. 4대강의 강 폭이 50m가 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강가에서도 통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통신 속도 또한 목표는 4800bps였지만 실제론 200bps였다. 24분의 1 수준이다.bps는 1초간에 송·수신할 수 있는 비트(정보량의 최소 기본 단위)의 수를 말한다. 이 정도면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 4세대 통신)라고 팔아 놓고 실제론 2G(2세대)에 못 미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실험 항목 중에는 3대의 로봇물고기가 수중에서 그룹을 이뤄 목표물에 도달하는 ‘군집 제어’ 기능도 있었는데, 작동이 되는 게 1대 밖에 없어 이 기능은 아예 살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7월 30일 산업기술연구회에 로봇물고기 연구과제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발표 때는 기능을 뻥튀기하는 조작까지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보고서에는 유영속도가 1.8㎧로 돼있지만 실제 발표는 당초 목표와 같은 2.5㎧로 하는 식이었다. 연구 성과가 아닌데도 성과로 포장하거나 연구비 8915만원을 용도 외로 사용한 비위 행위도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제 감사를 해보니 로봇물고기는 정상적으로 상용화해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는 농담이 무색해지는 감사 결과였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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