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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에 무릎 꿇은 추기경 … "가톨릭 배반" 비난 신경 안 썼다

2008년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빈민촌의 성당을 찾아가 마약중독자들의 발을 씻어준 뒤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뉴스1]


차동엽(56) 신부를 만났다. 최근 그는 『따봉, 프란치스코! 교황의 10가지』라는 책을 냈다. 집필 과정에서 교황에 대한 온갖 자료와 원서들을 통독했다. 차 신부는 책을 통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그는 교황이라는 직책, 세계 가톨릭의 수장이라는 외피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통해 교황을 만났다. 그가 읽은 교황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내가 만난 프란치스코 ③ 차동엽 신부



 차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화를 하나 꺼냈다. 교황이 되기 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마리오 호르헤 베르고글리오(교황의 본명) 추기경 시절, 그는 유대교·이슬람교·개신교 등 타종교 지도자들과 가깝게 지냈다. 한 번은 개신교와 연합예배를 했다. 개신교 목사들이 추기경에게 “우리가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해주고 싶다.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어찌 보면 당혹스런 순간이었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이며 “저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튿날 부에노스 아이레스 신문에 이 일이 대서특필됐다. 난리가 났다. 차 신부는 “아르헨티나는 가톨릭 국가다. 언론에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추기경이 가톨릭을 배반했다’고 강하게 공격했다. 개신교 목사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받았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차 신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2009년 6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가톨릭과 개신교의 연합예배에서 마리오 호르헤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추기경이 무릎을 꿇고 개신교 목사들과 가톨릭 수사로부터 기도를 받고 있다. [가톨릭 패밀리 뉴스]
 - 그런 행동이 왜 가능한가.



 “진짜 용기가 있는 거다.”



 -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아르헨티나는 가톨릭 국가다. 그런 비난을 예상 못했겠나. 그래도 주저 없이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랬겠나. 이분의 키워드가 ‘본질’이다. 교황님의 지향은 오롯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향한다. 주위 눈치를 보지 않는다. 나머지 거추장스러운 건 과감하게 치워버리는 분이다.”



 - 그런 사람이 교황에 선출됐다. 2014년 지구촌의 가톨릭은 운이 좋은 것 아닌가.



 “보통 운이 좋은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100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사람들 입에서 회자될 사람이라고 본다. ‘1000년 전에 프란치스코라는 교황이 있었어. 이런 전설을 남기신 분이야’라고 말이다.”



 - 왜 그렇게 보나.



 “800년 전 이탈리아 아시시에 프란치스코 성인이 있었다. 그는 가난의 영성을 통해 예수의 삶을 고스란히 따르고자 했다. 성 프란치스코 일화를 우리는 비유로 읽고, 교훈으로 읽고, 메시지로 읽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르다. 그는 몸소 가야 할 자기 인생의 교과서로 읽는다. 그래서 교황이 됐을 때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한 거다.”



 -‘자기 인생의 교과서’로 읽는다. 무슨 뜻인가.



 “예수의 어록도, 성경도, 성 프란치스코의 일화도 일종의 교과서다. 삶의 방향을 알려주니까. 그걸 직접 실천하며 살 때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다. 그런 게 바로 자기 인생의 교과서다.”



 - 그 교과서를 따라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혁명을 말했다. 세상에 있는 사랑과 차원이 다른 사랑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걸 ‘관상적 사랑’이라고 불렀다. 볼 관(觀), 생각 상(想). 인간이 하느님을 생각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느님을 바라보듯이 사람을 보는 거다. 그러면 사람 안에서 아름다움, 존귀함, 선함 등을 보게 된다. 여기에 나의 눈이 열리면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한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이유가 뭘까. 그들 안에서 소중한 별이 반짝이고 있는 걸 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부와 수녀에게 “고약한 노총각, 고약한 노처녀가 되지 마라”고 당부한다. 차 신부는 그게 “기쁨을 강조한 말”이라며 교황의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로사라는 할머니가 계셨다. 교황님이 신학교에 들어가던 스무 살 무렵이었다. 그분이 아주 지혜로운 말씀을 해주셨다. ‘네가 사제의 길을 가기로 한 건 기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잊지 마라. 가서 재미없으면 다시 나와라. 네가 다시 나온다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그 말이 왜 각별한가.



 “보통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너 기왕에 갔는데, 죽더라도 거기서 죽어! 나와도 어차피 우리한테 죽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수도자의 삶이 의무감이고 압박감이 된다. 어떤 게 더 큰 그릇을 만들겠나. ‘재미없으면 나오라’는 말에는 역으로 ‘거기서 가장 깊은 재미, 가장 깊은 기쁨을 찾아보라’는 뜻이 담겨 있다.”



 -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은 “행사는 소박하게. 메시지에 집중하라”는 뜻을 전해왔다. 어떤 메시지를 기대하나.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때도 가장 가난한 동네에 있는 가난한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셨다. 한국은 분단의 땅이다. 남북통일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주실 거라 본다. 또 중국에 대해서도 뭔가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백성호 기자



◆차동엽 신부=1958년 생.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에 입학해 1991년 사제가 됐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석사, 사목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천가톨릭대 교수와 미래사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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