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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땐 쉬어야 재충전 … 대통령 휴가, 국가 위해 꼭 필요"





오바마 내달 16일간 단골 휴양지로
캐머런 '너무 쉰다' 비판에도 여행
박 대통령 관저 휴가에 참모들 대기
"국정 큰 그림 그리는 기회 삼아야"















“힘들고 길었던 시간들…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아마도 그 시간 동안 남아 있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무더운 여름,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1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공식적으로는 전날부터 4박5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박 대통령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글은 사실상 관저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경남 거제의 저도에서 하룻밤을 머문 지난해 여름 휴가와 대조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통치마에 샌들을 신고, 나뭇가지로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적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해 경남 거제의 저도에서 휴가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이번에 박 대통령의 휴가지는 청와대 경내의 관저다. 일종의 ‘방콕’ 휴가다. 말로만 휴가지, 사실상 닷새 내내 일하는 셈이다. 대통령의 변칙 휴가는 청와대 비서실에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휴가를 보내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전화기를 붙잡고 수석들에게 ‘원거리 업무지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휴가 중인 수석비서관들도 온전히 쉬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이런 연쇄작용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관저에서 일하실 게 뻔한데 비서실장이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휴가를 세월호 사건과 연결지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16일째 단식 중인 유가족들이 줄줄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휴가 중이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김한길 공동대표)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박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온전하게 휴가를 즐기진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장상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빨간불이 켜지자 관저에서 ‘방콕’ 휴가를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탄핵 사태)과 2006년(집중호우) 두 번의 휴가를 청와대에서 보냈고,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아예 휴가를 반납했다.



 휴가를 송구스러운 일로 여기는 한국의 대통령들과 달리 선진국의 정상들은 휴가를 권리로 즐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등으로 정세가 혼돈스럽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9일부터 무려 16일의 휴가를 강행한다. 재임 중 가장 긴 휴가다. 장소는 단골 휴양지인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스 비니어드 섬이다.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 가족이 빌린 숙소가 침실 7개에 욕실이 9개로, 4만㎡(1만2100평) 부지에 세워진 저택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역시 대부분 휴가에선 양보가 없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8년 재임 중 879일을 휴가 등으로 보냈다. 2005년엔 크로퍼드 목장에서 5주일을 보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알래스카의 툰드라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겼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여름 스페인·포르투갈·스코틀랜드·잉글랜드로 옮겨다니며 휴가를 즐겼다. 캐머런 총리는 “너무 쉰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블랙베리(전화기)를 체크한다. 또 사무실과도 연락한다”며 “그러나 휴가철이다. 자녀를 위한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골반 뼈에 금이 가 3주간 치료를 받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8월 태풍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때 휴가를 즐기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처럼 외국 정상의 휴가가 항상 적절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1인자의 휴가’ 자체에 대해선 관대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우리의 휴가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대통령이 쉴 때 확실히 쉬어야 본인뿐 아니라 참모들의 재충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일상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휴가는 국가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이 휴가를 하루 더 가면 (관광비용)지출액이 1조4000억원 늘어난다”고 말한 일이 있다.



  런던·워싱턴=고정애·채병건 특파원, 허진 기자



* 사진설명

1. 지난해 말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2. 지난해 3월 남편과 이탈리아에서 휴식 중인 메르켈 독일 총리

3. 지난해 7월 포르투갈 휴가지에서 부인과 장을 보는 캐머런 영국 총리. [로이터·AP=뉴시스]

4. 올해는 청와대에서 휴가를 보내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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