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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 가족끼리 다 치른 뒤 주위에 알려다오

김일순 명예교수는 자신의 ‘사전장례의향서’에 “수의 대신 생전에 자주 입던 옷을 입히고 염습은 하지 말아 달라”고 써서 딸에게 줬다. [중앙포토]
신발을 벗는 대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장하는 장례식장이 있다. 국내 최초로 인터넷 상에서 조문객을 맞는 사이버장례식장(http://efuneral.co.kr)이다.



김일순 연세대 명예교수
사이버 장례식장 개설 주도
"허례허식 장례문화와 작별해야"

지난 1일 개장한 이곳에선 29일부터 첫 사이버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내받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장했다. "시신도 장기도 필요한 사람에게 모두 기증하고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고인의 인사말이 나타났다. 상주는 “장례는 직계 가족들만으로 약식으로 치르고 지인들께는 사후 고지만 할 것을 유언하심에 따라…”라고 적어 사이버 장례식을 치르게 된 연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켠에 고인의 명복을 기리는 조문객들의 글이 보였다. 조의금을 전달할 수 있는 계좌도 따로 안내돼 있다.



 사이버장례식장 개설을 주도한 이는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일순(77) 연세대 명예교수다. 연세대에서 예방의학 전공의이자 교수로 일생을 보낸 그는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의무부총장을 거친 뒤 2002년 퇴임해 명예교수로 있다.



 - 사이버장례식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나이 든 친구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면서 이게 문제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주들은 남이 하는 것처럼 하지 않으면 불효라는 죄의식을 갖기 때문에 쉽게 윗사람에게 의사를 물어볼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끼리 친구처럼 먼저 이야기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 한국 장례문화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허례허식과 상업주의로 인해 변질됐다. 생전 고인을 만나본 적이 없어도 인간관계상 부의금을 들고 참석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또 고가의 수의(壽衣)를 사거나 웃돈을 주고 염습을 하는 관습이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원래 수의라는 게 따로 없었다. 예전에 제일 높은 관직에 올랐을 때 입었던 옷을 입히는게 관례였는데 평민의 경우 삼베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염습도 시신의 부패와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 빈틈 없이 꼭꼭 싸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사이버장례식장으로 이런 장례문화를 개선할 수 있나.



 “장례식은 서로 슬픔을 나누고 고인의 일생을 회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장례는 가족끼리 모여 조용히 치르고 사이버 공간에선 고인의 뜻을 기리는 분들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 부의금을 전달할 수 있다.”



 - 사이버 장례 비용은.



 “사이버장례식장은 기본료 4만9500원과 부고 문자 발송에 따른 부대 비용만 받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 1인당 평균 장례비용이 1200만원 정도였다.”



 김일순 교수는 2년 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금을 받아 ‘사전장례의향서’ 쓰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장례 형식이나 염습·수의 등의 절차를 미리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그는 “사전장례의향서가 있다고 알려주면 나이 든 분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그동안 숱하게 장례식장을 다녀온 분들이라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사전장례의향서를 써서 딸들에게 줬다. 수의 대신 평소 제일 자주 입었던 옷을 입히고 염습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가족끼리 장례를 다 치른 뒤에 주위에 죽음을 알려달라고 일러뒀다. 1995년 작고한 안과의사 고(故) 공병우 박사의 장례도 그랬다고 한다. 그는 “장례가 다 끝난 뒤에서야 그 분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돌아가실 때조차 모범적인 분이시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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