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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나는 소망한다, 우리 모녀에게 금지된 것을








영화관. 그곳은 우리 모녀에겐 출입금지 구역인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간 건 지난해 11월. 임신하면 화장실을 자주 갑니다. 태아가 안에서 장기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두 시간 안팎을 꼼짝 않고 견디기엔 무리라 영화관에 갈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나마 <그래비티>는 상영시간이 90분이라 마음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3D로 봐야 영화의 제맛을 알 수 있다는 평가에 더 용기를 냈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고은양과 분리가 되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더 힘이 듭니다. 영화관은 둘째 치고 집에서 영화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은양을 재우고 나서인 밤 시간. 뒷정리 좀 하다 보면 10시는 훌쩍. 그럼 곧 자야 합니다. 새벽별 보기 운동하는 고은양과 씨름하려면 고은양 잘 때 좀 자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복음 같은 소식이...

아침 뉴스를 보는데 남편이 부릅니다. 아기랑 같이 갈 수 있는 영화관이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며. 당장 검색해 보니 이미 많은 이들의 관람 후기가 올라왔더군요.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L영화관 중 서울 시내 4곳에서 매주 화요일 2회차 영화에 한해서 아기랑 같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뭐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많이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기를 데리고 영화관에 갈 수 있다니 ‘신세계’를 만난 듯했습니다.

<군도>를 보고 싶어 시간을 검색하니 가까운 영등포는 고은양이 밥을 먹는 12시입니다. 이건 패스. 좀 더 떨어진 신도림은 1시 반. 1시쯤 밥 먹이고 영화관 들어가면 고은양에게도 무리가 없을 듯해 신도림으로 낙점했습니다.

영화 시간에 임박, 영화관에 들어서는데 입구에서부터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유모차 부대와 아기띠의 행렬. 영화관 안에 들어가니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뿐이라 안심이 됩니다. 좌석은 절반 정도 찬 것 같은데, 평일 이 시간이 이 정도면 영화관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닐 듯합니다. 아마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애엄마가 아닐까 싶네요.

아기랑 함께 영화보는 터라 영화관 환경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영화가 시작됐는데도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수유등 수준으로 조명을 켜 두더군요. 아기들이 놀라지 말라는 배려입니다. 앞쪽에는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기저귀대와 물티슈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앉은 모양새도 달랐습니다. 보통 영화관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좌석이 채워진다면 이곳은 반대로 가장자리부터 채워졌습니다. 가운데 자리를 비우는 거죠. 여차하면 아기를 얼러야 하고, 어르다 안 되면 밖으로 나가야 하니 가장자리가 인기 자리가 된 겁니다. 특히 다른 영화관에서는 목 부러진다고 기피하는 맨 앞자리가 이 아기랑 영화관에서는 최고 인기 좌석입니다. 유모차를 놓을 수 있으니까요. (이걸 모르는 초짜 영화 관람자인 저는 가운데 자리로 예매했습니다ㅠ)

영화 시작 전 광고가 나오는데 고은양은 처음 온 영화관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립니다. 이것저것 만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조용히 있으면 좋으련만 영화가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장면에선 고은양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집니다. 어쩔 수 없이 고은양을 데리고 구석자리로 가 서서 영화를 봤습니다. 얼마 있다 고은양이 진정이 된 듯싶어 자리로 돌아오니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고은양은 ‘효녀’가 됐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엄마 영화 보라고 잠을 자 주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소리가 크게 나면 움찔하긴 했지만 엉덩이를 토닥이면 다시 금방 잠에 들었습니다. 고은양 덕분에 엄마는 ‘백만년만에’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효녀 고은양과는 별개로, 영화관 안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쪽 끝에 앉은 아기가 아장아장 걸음으로 걸어와 제 가방을 만지고, 그러면 그 엄마는 “이모 거 만지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아기를 데려갔습니다. 이러기를 숱하게 반복했고요. 또 다른 아기는 걸음마 연습을 하는지 제 오른쪽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그러면 그 엄마는 아기를 잡고 아장아장 걸음을 걸었습니다. 이 아기들 엄마, 영화를 눈으로 보는지 코로 보는지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인터넷을 보다가 ‘유모차는 나가주세요, 문전박대 당하는 엄마들’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기들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아예 출입을 금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 자체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그 밑에 달린 댓글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습니다. 댓글의 대부분이 애들 엄마들이 애를 얼마나 놔뒀으면 그런 특별 조치가 나왔겠느냐, 노 키즈 존을 찬성한다, 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유모차 출입을 금하는 건 특정인에 대한 접근권 침해 아니냐는 기사 내용과는 정반대로, 자기 아이가 최고라는 민폐 엄마들 반성하라는 반응이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댓글 중에 “어디 애 엄마가 영화관이다 카페다 갈 생각을 하느냐. 애 키우는 게 일이다. 다 그렇게 키웠다” 는 부분에선 조금 울컥했습니다. 애 엄마는 사람도 아닌가 싶어서요. 영화관은 저도 갈 엄두를 못 내다 이런 특별한 곳에 간 거고, 카페는 널찍한 동네 별다방에 가는데 그게 뭐 그리 죽을 짓인가 해서요.

울컥한 마음 다음에는 반성(?)도 했습니다. 우리 모녀가 카페나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는지. 지난번 카페 구석에서 고은양 기저귀를 유모차에 앉힌 채로 갈았는데 그게 사람들에겐 불쾌했을 수 있겠다(물론 기저귀는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고은양이 울음을 터트려 유모차를 카페 이리저리 끌고 다녔는데 그게 사람들에겐 불편할 수 있겠다(물론 그 별다방은 아~주 넓습니다. 이상은 변명이었습니다ㅠ) 등등, 반성했습니다.

그래도....

아예 카페나 영화관(아기랑 갈 수 있게 배려한)에 가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 상식선에서 행동할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발, 우리 모녀, 들어가게 해 주세요.

ps.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군도에 두 돌 정도 된 아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강보에 싸인 채로 가만히 있는 품새가 만 두 살이라고 보기엔 영…. 앗, 결정적 장면에서 아기 아랫니 4개가 보이네요. 돌 전후해 아랫니 4개가 나온다고 합니다. 아마 그 아기는 돌 전후의 아기가 아닐런지….

고란 기자

[사진 설명]

1) 욕심쟁이 고은양. 자기 밥 다 먹고 엄마 먹는 옥수수도 먹고 싶단다. 보다 못해 알맹이 먹고 난 빈 통을 쥐어 줌.

2) 알맹이를 달라며 시위. 그것도 통째 달란다. 먹지도 못하면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옥수수 냠냠.

3) 호랑이 가면 쓰고 비누방울 놀이해요. 방울이 잡겠다고 애쓰는 고은. 고은양 지못미, ‘엄마가 안티’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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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