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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운영 똑바로 하려면 ‘일몰제’ 제대로 하자

‘방만운영’ 지적이 끊이지 않은 정부 기금과 관련해 김상헌(사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금 개혁을 위해선 실질적인 일몰제(sunset law)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금 존치 기간을 법에 정해 놓고, 불가피하게 연장 운영하더라도 연장 기한과 횟수 역시 법에 규정해 놓자”는 주장이다. 물론 현재도 기금의 존치평가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기금 폐지’에 이르는 경우는 너무 적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정정책 전문가다. 기획재정부의 정부 기금운용평가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2011년 김 교수가 국회입법조사처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란 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과 관련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1990~2010년까지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회귀방정식을 추정한 결과 사내유보금 과세가 투자 여부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인 연구는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

-정부 기금 운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거엔 폐단이 많았다. 1990년대 말까지 정부의 ‘뒷주머니’ 역할을 했다. 장관들이 나눠준 수 많은 금일봉들이 대부분 기금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예산과 비슷한 강도의 통제를 받는다. 문제는 기금 전체의 규모가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금이 운용돼야 할 목적이 충족됐음에도 계속 돈을 걷고 이를 운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사실상 목적이 다한 기금도 있지 않나.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이 쓰이는 기금이 여럿 있다. ‘○○발전기금’이름이 붙은 기금들이 대표적이다. 일부 연금성 기금은 관련 자금이 정부 일반회계로 들어갔다가 다시 해당 연금기금의 자금과 섞이기도 한다. 예산은 단년주의가 원칙이지만, 기금은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거다.”

-이런 기금들을 왜 못 없애나.
“초기에 일몰제를 적용하고, 이를 법령 안에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 물론 기금들도 ‘존치평가’를 하고, 존속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기금의 생리상 일단 생기면 없애는 게 굉장히 어렵다. 기금과 관련된 이익단체도 많고, 또 이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치인은 얼마나 많겠나.”

-기금의 재원 중 상당 부분이 기업과 국민으로부터 들어온다. 준(準)조세란 말도 많다.
“목적에 맞게만 활용된다면, 준조세라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합목적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부 부처는 왜 기금을 운영하고 싶어하나.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당장 쓰지 않더라도 돈이 좀 있어야 마음이 놓이지 않나. 기금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자금은 예산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그렇게 한다. 일부 부처는 국(局)마다 몇 천억씩 여윳돈으로 쓸 수 있는 기금을 갖고 있다. 사실 예산도 어느 정도 신축성을 인정해 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아쉬운 점이다.”

-기금 운영주체들이 대부분 관련 사업자 단체들인 경우가 많은데.
“기금의 운영과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협회가 업계 사정에 밝기도 하고. 기금을 통해 협회와 안면을 쌓아 둔 공무원들이 산하 단체로 내려가는 통로로도 활용된다. 사실 공무원들은 기금을 사용할 때 상당히 조심한다. 물론 산하단체에서 부처로부터 받은 기금을 어떻게 쓰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무원들이 관련 협회나 산하단체로 가는 걸 반드시 나쁘게만 볼일은 아니다. 업무 연속성도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직군보다 부정부패도 덜할 수 있으니. 한 마디로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기금 중 일부를 경기부양에 쓰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과 비슷한 느낌이다. 국민연금 설립 초기 연금액을 주식시장에 투자할 지를 놓고 논란이 굉장했다. 주가가 내려갈 땐 투자했던 국민연금도 빼내야 하는데, 되레 증시 부양용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이유였다. ‘돈이 쌓여 있으니 경기 부양을 위해 풀자’는 이 논리를 확대하면 ‘기금 목적에 일부 맞지 않아도 일단 쓰자’는 얘기도 된다. 효율성과 정치적인 부분 등을종합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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