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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시장 ‘겨울옷’ 벗었으니 이제 뛰자

한여름에 입고 있는 두꺼운 겨울옷을 벗으면 답답하던 숨이 트이고 몸은 가벼워진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부총리가 주택시장의 ‘겨울옷’을 벗겨내고 있다. 주택시장 규제의 마지막 성역으로 꼽히는 대출에까지 손길이 미쳤다.

빚 걱정에도 대출 꼭지 틀어
정부가 24일 밝힌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택업계는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대출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가계부채 우려에 손을 대지 못했다. 빚 걱정에도 대출 꼭지를 오른쪽으로 틀어 연 것은 리스크 못지 않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은행 문턱이 낮아지면 돈은 시장으로 흘러들어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LTV와 DTI 요건이 느슨해져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 쉬워지면 주택시장에도 돈이 풍부해진다. 금리가 뚝 떨어져 대출이자 부담도 가볍기 때문에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저금리와 맞물려 증폭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연속 연 2.5%에서 동결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계속 내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연 3.77%에서 지난달 3.63%로 0.14%포인트 내렸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대출금리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주택시장에 미칠 대출규제 완화 영향은 과거 집값 급등기 때 가장 먼저 도입된 시장 억제책의 하나가 LTV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 서울 아파트값이 한해 30% 넘게 폭등하던 2002년 9월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로 하고 LTV 60%를 도입했다. 두 자리 숫자의 금리가 1999년부터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아무런 대출 규제가 없던 주택시장에 돈이 몰렸고 풍부한 유동성은 집값 상승의 기름이 됐다. 당시 LTV는 효과를 나타내 그 다음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0.2%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거래·세금 등의 각종 규제를 풀어온 정부는 이제 주택시장으로 돈줄을 유도해 시장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는 거래·가격 지수를 모두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DTI가 한시적으로 은행 자율로 풀린 2010년 9월~2011년 3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30% 이상 늘고 집값 상승률이 올라갔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LTV 규제 완화 효과를 다룬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늘어나면 2개월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선두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이 설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 특히 LTV 완화 효과는 집값이 비싼 강남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게 된다.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에선 빚을 갚을 경제적 능력이 모자라서기보다 대출한도에 묶여 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있었다. 같은 비율이더라도 집값이 비싼 지역의 담보대출금액이 많이 나오게 돼 강남지역 집을 살 수 있는 자금사정이 좋아진다.

정부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눈길을 두는 곳은 집이 없거나 집을 갈아타려는 수요보다 다주택자 투자수요다. 이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체면 구겨지는 것을 무릅쓰고 2월 말 발표한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미리 철회했다. 금리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주택 임대사업은 짭짤하다. 임대수익률은 4%대다. 3%에 못 미치는 예금금리보다 높다.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주택자의 주택투자는 주택수요를 확산시키는 유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주택거래를 늘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내겠지만 땅 속 물길을 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 주택거래가 늘고 집값(서울·수도권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 대비 20% 가량 하락)이 회복되는 ‘시장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를지는 이번 정책의 최종목표인 가계소득 증대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가계소득 증대해야 정책 효과
2000년대 초반 LTV 등 강도 높은 규제에도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간 저력은 경제였다. 당시 경제성장률이 연 5~7%였다. 주택시장의 열기가 경제전반의 온도 상승에 기여했고 다시 경기가 주택시장을 달구는 선순환이었다. 과열돼 탈이었지만.

주택시장 정상화 여부는 새 경제팀의 성공 여부로 귀결된다. 경제가 살고 주택시장이 회복되면 이번 정책의 최대 복병인 가계부채 걱정도 자연 덜 수 있다. 소득이 늘면 DTI가 떨어지고, 집값이 오르면 LTV가 내려간다. 빚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주택시장 체질이 바뀌면서 2000년대 초반과 달라진 게 있다. 그때는 거래량 증가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거래가 조금 늘어도 가격이 뛰었다. 주택공급이 부족해서였다. 지금은 거래량 증가만큼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 거래가 많이 늘어도 급등을 우려할 만큼 집값이 상승하지 않는다.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넘기며 주택이 풍부해졌고 고령화·베이비 부머 은퇴 등으로 왕성한 수요층이 얇아졌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타더라도 집값이 뛸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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