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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속 소녀들의 참상

“반군이 마을로 들어와 여자 아이들을 끌고 갔어요. 어른 여성이 아니라 소녀들이요. 숲으로 끌고 가 강간한 뒤에 버려두고 떠났어요. 모두 16명이 끌려 갔어요. 한 명이 내 친구라서 알아요. 그때 그 애는 열네 살이었어요.”

말리의 한 소녀가 분쟁 시기에 벌어진 성폭력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다.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작성한 보고서 ‘말할 수 없는 범죄: 분쟁 중 성폭력’에는 십대 후반부터 심지어 대여섯 살짜리 여자아이들이 겪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처가 가득하다.

어른들의 전쟁에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한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선 아동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사망자의 25%가 아동이다.

전쟁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인명 피해만이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가 아동을 보호하는 기능을 잃은 상황에서 아이들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특히 성폭력이 만연하면서 여자 아이들에게는 강간의 공포가 일상이 된다.

시에라리온 내전 중 한 구호기관에 접수된 성폭력 사례 중 70% 이상이 18세 미만 여아가 피해자였다. 이중 20%는 11세도 안 된 어린이였다. 또 분쟁 직후 2011~12년 라이베리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나라 성폭력 생존자 중 83%가 17세 이하였다.

성폭력이 전쟁 때만 일어나는 범죄는 아니지만 전쟁은 아이들을 성폭력에서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질서와 보호망마저 파괴한다. 적대 세력에 대한 보복으로 성폭력이 자행되기도 하고 무장세력이 성착취를 목적으로 납치를 하기도 한다. 네팔의 한 여성은 무장세력의 근거지로 잡혀가 13살 때부터 3년간 날마다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무장세력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다. 공동체의 질서·규범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자아이들은 친척·주민·교사·종교지도자, 심지어는 평화유지군이나 구호 활동가에게 성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집이나 학교, 등하교 길, 땔감 모으러 가는 길과 같은 일상의 공간이 너무나 위험한 장소가 된다.

딸을 보호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난민 부모들은 어린 딸을 결혼시키기도 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요르단 당국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의 혼인 중 신부가 18세 미만인 경우가 2013년 25%에 달했다. 2011년의 두 배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한 어린 신부의 아버지는 “딸이 학교에 오가는 것 자체가 위험해서 결혼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6개월 전 결혼한 15살 딸은 “교육을 잘 받아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치민다”고 한다.

보호를 위해 내린 결정이지만, 조혼을 한 여아들은 또 다른 위험에 놓이곤 한다. 어린 나이에 잘 모르는 상대와 서둘러 결혼한 여아들은 가정폭력의 대상이 되기 쉽고, 교육 중단으로 또래를 만날 기회가 차단돼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또 미성숙한 신체로 성 지식도 없이 경험하는 성관계·임신·출산은 건강을 위협한다. 요르단에 사는 한 시리아 난민 소녀는 1년 전 12살의 나이로 결혼해 지금 임신 중인데, 몸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엄마가 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인데다 생계도 막막해 차라리 유산이 되길 원한다는 이 소녀는 3~4년 전만 해도 공부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이였다.

강간 피해자인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13세 소녀는 “우리는 평화를, 전쟁이 없기를, 아이와 여성이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 소녀에게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삶을 지키는 데 물이나 식량만큼이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7월 28일은 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이 되는 날이다.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가 목격했지만 과연 우리는 그것을 교훈 삼아 전쟁 없는 세상 쪽으로 얼마나 가까이 갔을까. 전쟁의 상처를 겪은 소녀가 외치는 절박한 외침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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