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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근의 시대공감] 국정운영 성공의 비책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했다. 많이 달라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이니 만기친람이니 하는 말이 아직도 회자된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국가경영의 비책은 무엇일까. 헌법의 ‘공화’(共和, republic)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제1항이다. 여기서 공화란 무슨 뜻일까. 학창 시절부터 늘 궁금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국과 공화국을 합친 말이다. 교과서에는 공화국이란 비(非)군주국을 말한다고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 소극적 의미만 있을까.

필자의 세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내 민주공화당이 여당이었다. 자유당·민주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에서 무슨 ‘주의(主義)’를 찾는다면, 자유주의·민주주의·공화주의 세 가지를 뽑을 수 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 헌정체제가 이 세 이념의 혼합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공화라는 정치용어를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혹시 민주공화당의 제3공화국 이미지가 남아 있어 애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것은 아닐까. 민주정의당이 싫다고 정의(正義)를 버릴 수 없듯이, 공화라는 말도 그래서는 안 된다.

중국 주(周)의 10대 여왕(厲王)이 인사에 실패하고 정치를 그르치다가 BC 841년에 경·대부 등의 국인(國人)에게 쫓겨났다. 국인폭동 사건이다. 그때부터 BC 828년까지 주정공과 소목공이 함께 국정을 맡았다. 이러한 협치(協治)가 바로 공화의 유래다. 한자 공(共)은 두 사람이 손을 합쳐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을 뜻한다. 고대 로마는 BC 510년 왕정을 폐하고 약 450년 간 공화정(res publica)을 실시했다. 2명의 콘술(consul·통령)이 함께 다스렸다. 콘술은 소 두 마리가 함께 쟁기를 끈다는 뜻이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화정신의 핵심은 바로 ‘함께 일하는 것’이다. 역사학자 이태진 박사는 공화정신을 홍익인간의 이념에 가장 가까운, ‘다 함께 잘 살기’라고 풀이했다. 그 이전에 함께 일하기가 먼저다. 단지 혼자서 할 수 없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할 때의 실수를 줄이고 서로 견제하자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 요즘 말로 하면 ‘팀 플레이’다. 팀 플레이는 혹시 생길 수 있는 독단을 막기 위한 지혜다. 지혜로운 사람은 혼자만의 단점을 사용하지 않고 우둔한 사람의 장점을 사용할 줄 안다.

변호사의 일도 그렇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 무리하면 혼자서도 할 수야 있겠지만, 로펌에서는 철저한 팀 플레이를 늘 강조한다. 팀 플레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회의를 한다. 난상토론을 통해 사안을 정리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 충분히 준비하고 회의에 임해야 활발한 의견 개진, 실질적인 토론 및 발전적인 제언이 가능하다. 받아쓰기만 하거나 준비 없이 즉흥 의견만 개진하는 회의는 팀 플레이 정신에 맞지 않다.

공화정신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 즉 견제와 균형이다. 3권을 분립시키고, 행정부 내에서도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국무회의를 중심으로 국정을 함께 처리하도록 하는 이유다. 국무회의는 국정을 심의하고 토론하는 국정의 중심이다. 요식행위를 처리하거나 지시를 받아 적는 데가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의장(president)일 뿐이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총리가 의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되어 있다(정부조직법 12조 2항). ‘책임대통령·책임총리·책임국무위원’이 함께 일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는 민회(民會)에서 스트라테고(stratego·국가전략담당관) 10명을 뽑았다. 전략을 뜻하는 strategy의 유래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국민을 위해 희망을 만들고 길을 닦는 현대판 스트라테고다. 받아쓰기가 아니라 스스로 작문과 논술을 할 줄 알고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가 되어야 그 격에 맞다. 임금도 함부로 오라가라 하지 못할 만큼의 무게감과 소신과 판단력을 가진 불소지신(不召之臣), 임금의 잘못에 대해 목숨 걸고 간언하는 악악지신(諤諤之臣)이 되어야 제 몫을 다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최고대리인’(Surrogate -in-chief)으로서 그런 스트라테고들로 최강 팀을 만들고 그들을 스승이나 친구로 생각하며 함께 일해야 한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헌법의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길이 보인다. 공화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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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