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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다 가계 … 성장공식 뒤집다

최경환 경제팀이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수출·기업 견인 성장모델을 내수·가계 주도로 바꾼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성장은 수출·기업이 이끌었다. 가계가 저축을 늘려 기업에 몰아주면 기업은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달러를 벌어 왔다. 이게 다시 가계 소득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런 선순환 구조에 탈이 났다. 저축을 몰아주고 세금을 깎아준 덕에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냈지만 이게 투자·임금을 통해 가계로 흐르지 않았다. 그 사이 가계는 비정규직 확산과 인색한 임금 인상, 눈덩이 가계 부채에 짓눌렸다. 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이유다.

 24일 최경환 경제팀이 발표한 ‘화끈한 한 방’의 해법은 그동안 성장정책의 물줄기를 반대로 돌리자는 것이다. 기업에 고인 돈을 가계로 빼내 내수를 살리자는 구상이다. 그래서 소비가 살아나면 결과적으로 기업도 매출이 늘어 투자를 확대하게 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기업이 임금을 올려주면 세금을 깎아준다. 내년부터 투자·배당·임금 등에 쓰지 않고 기업에 과도하게 쌓아두는 이익에 대해선 세금을 물린다(기업소득환류세제). 10월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권고사항이라지만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기업엔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풀기로 한 41조원 규모 재정·정책금융 자금의 상당 부분도 가계를 겨냥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이 같은 파격 처방을 들고 나온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3분기(0.4%) 이후 최저치다. ‘성장률 쇼크’로 우려할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여기서 주저앉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긴 침체의 터널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대하듯 기업에서 가계로 돈이 흘러 소비가 살아나고 이것이 다시 투자로 연결된다면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세계적 성공사례가 된다. 그러나 소비만 반짝 살아날 뿐 기업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나마 쌓아둔 성장동력을 단번에 털어먹는 ‘마지막 파티’가 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카드 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혹독한 후유증도 각오해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기업 투자다. 이를 위해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처럼 소비가 살아난다면 기업 투자로 제때 연결되도록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이번에도 우물쭈물 실기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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