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영란법 나 몰라라 … 6일간 6번 접대받은 예결특위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식사를 마친 국회 예 결 특 위 소속 의원들과 기재부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만찬은 최경환 부총리가 마련한 자리다.

“부총리님,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7시4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빌딩 앞.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용차에 오르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소속 의원 10여 명이 배웅했다. 최 부총리가 출발한 뒤 의원들은 각자의 차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돌아왔다. 오후 8시14분. 최경환 부총리와 의원들이 다시 국회 예결특위에서 마주 앉았다. 1시간 전만 해도 이들은 같은 식탁 앞에 있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예결특위 위원들, 기획재정부 주요 간부 등 35명은 중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찜 등 코스요리가 나오는 동안 기재부가 갖고 온 와인과 막걸리가 돌았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계산한 밥값은 수행원들 식비를 포함해 390여만원.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척결론’이 불거졌고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안이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필수장치로 떠올랐지만, 정부부처와 국회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예결특위가 결산 심사를 위해 정부 기관보고 및 부별심사를 진행한 16~21일 정부 부처가 준비한 식사자리는 일곱 번이었다. 국무조정실·감사원·기획재정부·법무부·국방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감사원 등이 준비했다. 예결특위 회의가 길어지면서 취소된 감사원 식사자리(18일 저녁)를 제외하고 여섯 번에 걸쳐 ‘접대’가 있었다. 해당 식당에 확인한 결과 1인당 8만8000~9만8000원에 이르는 비싼 일식·한정식 코스 요리가 나왔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업무추진비로 계산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회의원들을 접대한 셈이다.

 소관부처가 돌아가며 정부의 돈줄을 쥐고 있는 예결특위 위원들에게 식사를 접대하는 건 거의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예결특위는 정부가 낸 새해 예산안과 올해의 세입·세출 결산을 심의·의결한다. 소속 의원은 50명이나 된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 보좌관은 “예산을 정하고 결산하는 상설위원회가 피감기관의 돈으로 접대를 받는 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사자리에서 술이 오가는 것이 보통이라 저녁 식사 이후 얼굴이 벌겋게 되어 들어오는 의원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 행정부 공무원은 한 끼 식사 비용이 3만원이 넘으면 ‘공무원 행동강령’에 의해 징계를 받지만 국회엔 이런 규정 자체가 없다. 다만 김영란법안이 통과되면 양상이 달라진다.

 김영란법 원안에 따르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부적절한 금품이나 식사 접대 등의 향응을 받은 공무원(국회의원 포함)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100만원이 넘으면 징역이나 벌금형 등 형벌을 받고, 100만원이 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의 식사 접대가 1회에 100만원이 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과태료 처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 자체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불명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기대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에 따르더라도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형벌을,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김영란법은 관례로 받아들이던 ‘접대’ 문화를 다시 검토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며 “접대 방식과 금액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종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