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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 당신은 절반만 맞았소" 30년 만에 다시 보는 백남준

30년 전 새해 벽두의 영상 속에서 사회자가 희망차게 설명한다. “이것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신년 축하의 새로운 방법입니다.” 1984년 1월 1일 백남준이 뉴욕-파리를 위성으로 연결해 생중계한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상영 중인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내부 모습. [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오늘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묵은 해를 보내고 조지 오웰의 소설로 유명한 1984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뉴욕에서 사회를 볼 조지 플림턴입니다.(…) 2만2000마일의 우주공간을 선회하는 위성 브라이터의 덕택으로 시청자 여러분은 뉴욕과 파리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동시에 즐기게 됐습니다.”

 30년 전 1월 1일 정오(뉴욕 시간), 백남준(1932~2006)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이렇게 시작됐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만우)에서는 그 3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를 11월 16일까지 연다. 백남준의 텔레비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함께, 그 후예들이 원격 통신과 매스미디어의 명암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체코 출신 하룬 파로키는 도시 곳곳을 감시하는 폐쇄회로 TV 영상을 편집해 1920년대 고전영화인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패러디했다. 송상희는 『1984』와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지음) 등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소설 속 문장들을 안양 곳곳의 사진과 병치한 ‘그날 새벽,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을 내놨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묻는 작품들이다.

 전시의 주인공은 단연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다. 1층 홀에선 장르별로 펼쳐 보여주고, 2층에서는 30년 전 방송 그대로 상영한다.

 “안녕하십니까 오웰씨, 당신은 절반만 맞았소.” 위성을 이용해 뉴욕(정오)과 파리(오후 6시)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쇼를 생중계하며 백남준이 던진 메시지는 이거였다. 조지 오웰은 1949년 원격 통신과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감시와 통제가 일상이 된 암울한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발표하며, 이때가 오면 매스미디어가 인류를 지배하리라는 비관적 예언을 했었다. 4개국 방송국이 협력한 백남준의 TV 위성쇼에는 1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기술의 발달이 암울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줬다. 대중예술과 아방가르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미술·무용·패션쇼·코미디의 융합을 선보였다. 다채로운 예술을 한 화면에서 만나게 해 전세계 안방으로 송출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파리·베를린·서울 등지에 생중계됐으며 약 2500만 명이 시청했다.

 이수영 학예사는 “쌍방향 소통은 지금도 쉽지 않다. 시차 극복은 지금도 어려우며 언어 장벽, 문화 차이도 여전하다. 30년 전에는 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 참여한 일본의 미디어 아티스트 셈보 켄슈케는 “지금같은 인터넷 시대에, 백남준이 위성중계를 활용해 만든 작품은 어쩌면 평범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뭔가를 시작할 때의 뜨거운 열기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전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에서는 백남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아카이브전 ‘나의 예술적 고향: 라인란트의 백남준’이 9월 30일까지 열린다. 60~70년대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 교수 시절 백남준의 친필 자료와 영상 등을 공개한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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