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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이 자리를 빌려 말씀하세요

또 한 번의 선거가 치러진다. 6·4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이 유권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거철, 각 당의 후보들은 국민을 향해 크고 작은 약속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곤 한다. 유세 활동을 하는 자리에서나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들이 곧잘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흑색선전을 지양하고 경쟁 후보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겠다고 이 자리를 빌어 약속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가 제시한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란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이 자리를 빌려’로 바루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는 인사를 건네곤 하나 ‘이 자리를 빌려’로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나 상황을 이용하다는 말은 ‘빌리다’이다.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해 따르다는 의미일 때도 ‘빌리다’를 사용한다. “옛 성현의 말씀을 빌려~” “경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한 정치가의 표현을 빌리자면~”처럼 ‘빌리다’의 활용형을 쓰는 게 맞다.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려~” “일손을 빌려서야~” “네 힘을 빌린다면~”과 같이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고 할 때 역시 ‘빌리다’의 활용형이 온다. ‘~을 빌어’ 꼴로 사용해선 안 된다.

 “수술비를 빌리다” “땅을 빌리다”처럼 ‘빌리다’는 남의 물건이나 돈 등을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빌려’와 자주 혼동하는 ‘빌어’는 ‘빌다’가 기본형으로 간절히 청하고 바라다, 용서를 구하다, 공짜로 달라고 해서 얻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소원을 빌까?” “당장 잘못했다고 빌어라!” “그때는 아침마다 밥을 빌러 오는 애들이 있었다”와 같이 쓰인다. 기원(祈願)·축원(祝願)·사죄(赦罪)·구걸(求乞)의 뜻일 때는 ‘빌다’를, 임차(賃借)·차용(借用)의 의미일 때는 ‘빌리다’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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