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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도지사를 해보니 모든 책임은 결국 장(長)에게 돌아오더라”며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김문수(62) 전 경기도지사가 대권을 향한 몸풀기 투구(投球)에 들어갔다. 비록 자기 명의는 아니지만 여의도에 사무실도 오픈했다. ‘사단법인 선진비전연구원’이란 간판을 걸었다. 지난달 말 도지사 임기를 마친 그는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7박8일간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2017년 대권 프로젝트의 시동을 걸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김 전 지사다. 소록도에서 돌아온 그를 18일 중앙일보 유민라운지에서 만나 시국에 대한 생각과 차기 대권 도전 구상을 물었다.

-7·30 재·보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십고초려(十顧草廬)’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을 출마를 고사했다. 이유가 뭔가.

 “십고는 아니고, 이고초려였다. 대구로 한 번, 소록도로 한 번 찾아왔다.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굳이 왔더라. 나경원 후보가 잘 하고 있지 않나. 나 후보가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적절하기도 하다. 내가 동작을에 출마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라고 봤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나는 경기도에서만 국회의원 세 번, 도지사를 두 번 했다. 18년간 도민의 은덕을 입었다. 지난 6월 30일까지 도지사를 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서울에 가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바른 정치가 아니다. 경기도민에게는 미안한 일이고, 동작구민들 보기에는 어색한 일이다.”

 -낙선 가능성을 걱정했던 것 아닌가.

 “명분이 있는 일이라면 낙선이 무슨 대수겠는가. 낙선이 두려운 게 아니라 정도냐 아니냐가 판단 기준이었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은 생각 안 해봤나.

 “이런저런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와 당 대표 출마를 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사양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성경 구절도 있듯이 국민이 보기에 좋은 정치인이 되고 싶은 게 내 꿈이다. 하는 짓이 왜 저리도 급하고, 욕심이 많고, 맞지도 않은 일을 하느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것이 비단길이라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집권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 1위가 김문수에서 김무성으로 바뀌었다. 당내 기반의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면 김무성 대표가 1위로 올라선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여론은 파도처럼 출렁이는 것이다. 민심은 몰라도 당심(黨心)은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입당한 지 21년이 됐지만 나는 한 번도 탈당한 적이 없다. 애당심과 당에 대한 헌신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문제는 민심이다. 나는 경기도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갇혀 있다. 전국적 민심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김무성 대표 체제 출범으로 당·청 관계에 변화가 있을 걸로 보나.

 “정치력이 있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가 잘 할 걸로 본다. 그는 기본적으로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다. 할 일을 하고 할 말은 할 것으로 본다.”

 -당·청 관계의 바람직한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만든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실패하면 대통령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실패로 귀결된다. 차기도 기대할 수 없다. 역대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못 된 가장 큰 이유는 민심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면 국정원에서 경찰, 심지어 언론사 정보까지 온갖 보고가 다 올라온다. 민심을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보고서는 다 쓸데없는 것이다. 진짜 민심은 현장과 국민 속에 있다. 민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청와대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을 본다. 당심이 청심(靑心)보다 민심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당은 민심을 가감 없이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어떻게 보나.

 “박 대통령의 순수한 애국심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이 점은 야당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 분권과 협치가 중요한 이유다. 부처 인사는 장관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도 장관한테 인사를 부탁할 때는 ‘미안한데 혹시 이 사람 차관 시키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 정도로 장관을 해당 부처의 책임자로 인정하고 존중했다. 더구나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을 갖춘 걸로 공인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 ‘깜짝인사’는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깜짝인사의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말 수수께끼다. 비선라인이니 문고리 권력이니 하는 얘기도 들리지만 정말로 국가적인 수수께끼다.”

 -인사 실패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도지사를 해보니 모든 책임은 결국 장(長)에게 돌아오더라. 의회 핑계를 댈 수도 없고, 아랫사람이나 시스템 핑계를 댈 수도 없는 일이다. 최고권력자는 절대책임이고, 절대고독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지는 제도다.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문제가 풀린다.”

 -장관이 자기 부처 인사도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이 많던데.

 “비판이 아니라 실제다. 그 여파로 지자체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중앙 부처 인사가 지체돼 도에 있는 국가직 고위공무원 인사도 올스톱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일종의 연쇄작용이다. 공무원 조직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고 엄격하다. 인사 지체로 시스템이 잘 안 돌아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런 적이 없었다.”

 -왜 그렇다고 보나.

 “그것도 수수께끼다. 인사안이 올라가도 도대체 결재가 안 떨어진다는 거다. 대통령이 직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가 7000개쯤 될 것이다. 그중 장관급만 정확하게 잘 써도 대통령 인사로서는 베스트다. 적재적소에 장관들을 배치하고, 팀워크를 이뤄 착착 돌아가면 모든 공무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을 것이다.”

 -도지사 때 인사는 어떻게 했나.

 “경기도지사의 인사 대상 공무원이 1만 명이다. 소방직이 6600명, 일반행정직이 3400명이다. 소방직은 100% 본부장에게 위임했다. 모르니까 할 수가 없다. 도청 공무원의 경우 국장급까지는 꽤 신경을 썼고, 과장급은 가부(可否) 정도만 표시했다. 그 아래는 아예 ‘노터치’ 했다. 그래야 인사가 돌아간다.”

 -만일 총리가 됐다면 책임총리가 될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할 때 이상하게 생긴 자리가 총리직이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동반당선된 부통령이 있는 게 맞다. 내각제도 아니고, 이원집정제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총리는 실정에 안 맞는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임한 총리를 후임자 인선을 못 했다는 이유로 유임시켰는데.

 “소방공무원들이 나보고 그러더라. 우리도 ‘도로소방’ 해달라고. 물러난 총리도 ‘도로총리’가 됐는데 ‘도로해경’ ‘도로소방방재청’이 맞지 않느냐는 거다. 그런 얘기가 나한테까지 들리는 걸 보고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국가혁신으로 말을 바꿨지만 세월호 후속 대책으로 국가개조를 내세운 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보나.

 “리더는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한다. 도지사 8년 하면서 도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지 않다는 걸 느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꼭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핀포인팅해서 임기 내에 그것만 확실하게 집중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말을 많이 하거나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리면 불신의 원인이 된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이다. 수사권을 조사위원회에 주는 게 맞다고 보나.

 “유족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가가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것과 문제를 푸는 해법은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의 운영은 공감도 중요하지만 정도도 중요하다.”

 -인천 아시안게임과 관련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됐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지원에 관련해 정부가 국제관례를 내세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국제관례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정부 이후 남북 접촉이 너무 빡빡해진 게 사실이다. 북한 주민만 아니라 최전방의 우리 장병과 주민들도 혜택을 보는 경기도의 남북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도 정부가 허용을 안 해줘 올해도 때를 놓쳤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모든 문제를 남 탓,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바뀌려면 ‘내 탓이오’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의 민도를 탓하는 정치인은 정치인 자격이 없다.”

 -그래도 잘못된 제도는 있을 것 아닌가.

 “공천제도는 문제다. 누가 누구를 공천할 수 있는가. 공천은 국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로 가야 한다. 당내 경선도 문제다. 일반인들은 설렁탕 한 그릇만 얻어먹어도 50배를 벌금을 물리면서 당내 경선의 선거 부정에 대해서는 정당의 자율성 침해란 이유로 선관위가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당에 대해서는 오히려 100배 벌금을 물려야 한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원칙에도 맞는다.”

 -차기 대권 도전까지 3년 남았는데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참패하고 나서 많은 부족함을 느꼈다. 모든 분야에서 스스로 너무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을 절감했다. 철저한 자기성찰이 우선이다. 18년 묵은 관(官)의 때도 벗겨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해 민심을 정확히 읽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적 과제와 비전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으려면 3년의 준비기간도 짧다고 본다.”

 -119 소방공무원이 도지사 목소리를 못 알아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당연하다. 문제는 기본수칙이다. 119 전화 접수 매뉴얼에는 관등성명부터 대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도지사가 관등성명을 요구하는 것을 권위주의라고 하니 나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

 -시중에는 차라리 MB정부가 나았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 같은데 그런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보나.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 하겠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신인섭 기자



김문수 전 지사는 …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70년 경북고 졸업, 서울대 상대 입학(94년 졸업).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 제적. 78년 한일도루코 초대 노조위원장. 86년 5·3 인천 사태 주모자로 2년5개월 복역. 96~2006년 15·16·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부천 소사). 2006~2014년 6월 경기도지사 역임.

인터뷰 후기
부천서 서소문까지 마을버스·지하철 타고 와


약속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가 기다렸지만 어느 틈에 그는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자택에서 서울 서소문까지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한다. “18년 묵은 ‘관(官)때’를 벗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라고 부천시민으로 돌아간 ‘백수’ 김문수는 설명했다.

 도지사 퇴임을 앞두고 그는 충남 아산 현충사에 다녀왔다. “충무공의 백의종군(白衣從軍) 정신을 대권 행보의 컨셉트로 삼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낮은 자세로 민생의 현장을 파고들 생각이다. 도지사 때 했던 민심 탐문용 택시 운전을 계속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에 이어 다른 지역 택시기사 자격증도 딸 계획이다. 그와 동행한 차명진(새누리당·부천 소사) 전 국회의원은 “진지전이 아니라 이동전”이라고 부연했다.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공략했지만 그는 주로 직사포보다 곡사포로 응수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특히 그랬다. 달변은 아니어도 그의 말에는 상대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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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