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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일 외교갈등 경제교류 확대로 풀자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한·일 외교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 간 경제교류마저 찬 기운이 돌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퇴행적 역사관과 위안부 검증 등 더욱 불거진 외교갈등으로 한·일 양국은 새 정부 출범 2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 정상회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액은 38억 달러에서 29억 달러로 줄었다. 엔저의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국 국민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도 2012년 350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27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일본 열도를 강타했던 한류 열풍도 시들어 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 한·일은 각기 경제 회생과 고도기술 협업을 위해 양국 경제관계가 정치외교관계의 종속변수화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바다 표면에 거센 풍랑이 일더라도 글로벌 시대 이웃 국가 간 경제관계는 해저의 고요한 물살처럼 안정적 상수가 되어야 한다. 한·일 간 경제교류가 지식집약 발전과 지속가능 성장의 촉매제가 되면 외교적 갈등도 풀어갈 수 있다.

 지금 동아시아에는 중국의 부상으로 국제분업 구도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2009년부터 한·중 교역량은 미국과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2013년 우리의 대중국 교역량은 2290억 달러를 기록하고 628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같은 해 한·일 교역량은 947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우리는 347억 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냈다. 국제통상에서도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말라는 경제원리는 작용한다. 우리는 과다한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지닐 수 있는 부메랑 효과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경제부활과 개혁을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시장을 더욱 열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의 일본 진출 기회도 더 늘어날 수 있다.

 한·중 간 교역은 한국의 자본재와 중국 소비재의 산업 간 무역의 특성이 있다면 한·일 교역은 자본재와 하이테크 영역에서 산업 내 무역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앞선 기술과 부품 소재로 우리의 하이테크 수출품을 만드는 부가가치 사슬망이 작동되고 있다. 따라서 한·일 간 더욱 의미 있는 경제교류는 양국 간 직접투자의 질·양을 확대하는 것이다.

 일본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에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필자는 일본의 기술연구소와 하이테크 산업의 현장을 볼 때마다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일본은 탄소섬유, OLED 기술, 신화학물질 등 신소재와 부품기술에서 세계 정상에 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으로부터 기술학습에 이어 수입 대체화를 하면 우리의 기술력을 높여 갈 수 있다.

 경제교류는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남중국해 도서의 영유권 문제로 중·일 간 전운이 감돌고, 중국에서 일본산 자동차와 제품에 대한 방화와 불매운동이 드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일본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재작년 사상 최대 135억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보다 3배 이상 높은 91억 달러를 기록했다. 

 필자가 만난 일본 기업인들은 모두가 한·일 간 경제교류 활성화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질주를 반대하는 상당수의 일본 국민과 지식인들이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극동러시아에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4000억 달러에 이르는 독점가스 공급 계약이 체결되면서 극동시베리아에 투자한 한국과 일본 기업이 손을 맞잡고 대응한다는 내용을 1면에 보도했다. 일본은 최근 한국에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를 구미와 새만금 지역에 했다. 동사의 연구개발(R&D) 담당 중역은 투자 이유로 오랜 합작을 통해 상호신뢰가 구축되고, 한국 근로자들의 높은 생산성과 인프라 여건 등을 들고 있다. 한·일 간 해운물류협력도 두 나라가 이상적 파트너다. 동북아의 세계적 제조기지 기능을 볼 때 부산·광양만항과 일본의 고베항 사이에 단순 환적을 넘어 보관과 부가가치 가공기능이 일어나면 양국의 상호이익은 더욱 현실화된다.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한·일 정상회동이 불확실하다고 양국 기업인·사절단·관광객·청소년 교류마저 뜸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에서 자유기업주의를 가장 잘 완성시킨 한·일 경제는 분업과 협업을 통해 양국 간 냉기를 온기로 바꿔야 한다. 정서적으로 역사적으로 한·일 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인식이 있지만 통상과 투자에서 양국은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성숙되어야 한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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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