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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의사 되려 모스크바행…이젠 15명이 모여 살아

모스크바 자택에 모여 있는 조지아 출신의 보가텔리야 가족 모습. 아이들이 조지아 민속의상을 차려 입고 있다. [바벨 가찌듁]

트빌리시에 사는 조지아인들과 모스크바의 조지아인들은 뭐가 다를까? 생활리듬과 일, 살림도구가 다르다. 보가텔리야 가족의 집은 그러나 봄맞이 이교 축제인 마슬레니차를 러시아식 팬케익과 노래로 성대하게 기념하는 모스크바의 전통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린 트빌리시에서는 수도의 시민들이었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손님일 뿐이죠. 모스크비치들은 세파에 더 시달려도 야심적이고 성공 지향적입니다. 주변 사람을 돌아보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죠. 트빌리시에선 서로 챙기며 살죠.” 보가텔리야 가족의 어른인 어머니 에카 보가텔리야의 말이다.

‘보가텔리야 가족’은 1990년대 모스크바에서 탄생했다. 결혼전 이름이 비그바바였던 보가텔리야는 1991년 피부과 의사가 되기 위해 조지아에서 모스크바로 왔다. 그녀는 의대에서 남편 주라브를 알게 됐는데, 그 역시 조지아 출신으로 나중에 외과 의사가 됐다. 1993년 그녀의 시누이가 왔다. 모스크바에서 변호사 공부를 마치고 시집을 갔다 이곳으로 어머니를 모셔왔다. 그 뒤로 친척들이 하나둘 모스크바로 옮겨왔다.

모스크바에서 보가텔리야 가족은 츠베트니 대로의 옛날식 집에서 산다. 천장이 높고 복도도 널찍하고 방도 다섯 개여서 일가족 15명이 살기에 충분하다.

조지아 민속의상에 단검을 차고 있는 보가텔리야 가족의 아들 모습.
조지아 식구들은 모스크바에 빨리 동화했다. 그러나 민족 전통을 보존하는 일은 어렵다. 보가텔리야는 “언어와 전통 보존을 위해 나는 유튜브에 올라온 조지아어 방송을 보고 아이들은 여 선생님과 조지아어를 공부하며 조지아 노래를 부르고 조지아 민속춤을 춥니다. 해마다 여름엔 할머니를 보러 조지아에 갑니다”라고 말했다.

에카는 “요즘 모스크바 사람들은 민족 구분을 잘 못해서 우리를 그냥 ‘캅카스’라고 싸잡아 생각하는데 러시아인과 조지아인은 다른 캅카스 민족들보다도 공통점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어요”라면서 “2008년 남오세티야와 조지아 분쟁 뒤 우리를 적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는 게 더 중요하지요”라고 말한다.

조지아 사람들은 북극으로 이사해도 전통과 연회는 못버린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보가텔리야 집에는 친지들과 손님들이 모여 작은 조지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이들은 민속 의상을 입고 조지아 국가를 부르고 어른들은 잔칫상에 전통 음식과 음료를 가득 차려 놓는다. 식탁은 힌칼리(조지아식 작은 물만두), 하차푸리(치즈를 넣어 구운 빵과자), 로비오(특별 소스로 조리한 강낭콩 요리), 사치비(호두를 으깨 넣은 닭고기 요리)로 가득 찬다. 포도주와 물은 반드시 조지아산을 내놓는다. 식탁 하나론 모자라 하나가 더 딸려 나온다. 여기엔 채소와 마말리가(옥수수로 만든 전통 빵)를 놓는다. 아이들 식탁은 전통에 따라 어른과 따로 차린다.

건배가 압권이다. 건배사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때마다 잔을 비우지 않으면 야단이 난다. 에카의 남편도 가족 상견례 자리에서 ‘조지아에선 술잔을 다 비워야 한다’는 말에 모두 마시고 대취했다.

조지아 디아스포라는 모스크바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다. 15세기 사절단이 모스크바 대공 이반 3세 알현을 위해 잇따라 방문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모스크바에 영구 정착했다. 18세기 초에는 러시아에 온 조지아 왕 바흐탕 6세가 표트르 2세로부터 모스크바 근교의 보스크레센스코예 마을을 하사받으면서 유명한 조지아의 중심 거류지가 형성됐다.

소련 시절 조지아는 연방내 공화국이었지만, 91년 독립과 함께 연방을 탈퇴했다. 90년대 조지아-압하지야 분쟁 때 많은 조지아인이 러시아로 대거 이주했다. 최근 10년간 두 나라 사이엔 2008년 조지아-남오세티야 분쟁, 2006~2013년 조지아산 상품 금수 조치 같은 긴장이 있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가까운 이웃인데 정교회라는 공통의 종교 덕분이다. 조지아 문화는 소련 시대에 사랑을 받았던 영화와 노래들 속에도 계속 살아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모스크바 거주 조지아인은 약 4만 명. 직업은 의사·택시기사·판매원 등으로 다양하다.

크세니야 이사예바, 옐레나 포타포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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