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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림 게임 캐스터, "매일 30분? 차라리 하루만 몰아서 하게 해줘야"

게임 캐스터. 야구·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을 중계하는 직업이다. 많은 기성세대에게는 아직 낯선 직업일 것이다. 그러나 주로 10~20대인 게임 팬에겐 게임 캐스터가 이미 유명 직업이다. 특히 전용준(42)·정소림(41) 캐스터는 게임 좀 한다 하는 청소년 사이엔 지명도가 높은 유명인사다.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인 전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할 때 특유의 속사포 언어구사로 인기를 얻었다. 팬들이 그의 중계를 편집해 랩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2004년 스타크래프트 결승을 보기 위해 10만 명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모인 일명 ‘광안리 대첩’ 때도 그가 있었다. 정 캐스터는 보기 드문 여성 게임 캐스터다. 캐스터 데뷔 당시 이미 한 아들의 엄마였다. 다른 엄마는 아들이 해도 뜯어말린다는 게임을 업으로 삼은 엄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정소림(41)
1973년 서울 출생
1992년 대진여고 졸
1996년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졸
2000년 프리랜서 게임 캐스터로 iTV 경인방송
게임방송 ‘게임스페셜’ 진행
2002년~현재 온게임넷 프리랜서
게임 캐스터로 활동
 

사는곳: 강남구 역삼동
근무하는 곳: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운동하는 곳: 역삼동 애플짐
장보는 곳: 역삼동 이마트, 도곡시장
자주가는 식당: 특별한 단골집 없음
주로 집에서 식사
가족
남편(47)과 아들(15)

정소림 캐스터가 좋아하는 챔피언, 케이틀린. 총·화살 같은 무기를 들고 먼 거리에서 공격 할 수 있는 ‘원거리 딜러’ 역할 챔피언을 좋아한다. 그 중 게임 초반 공격 사거리가 가장 긴 ‘케이틀린’이 가장 좋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있다고 들었다. 게임을 얼마나 하나.

“내가 매일 집에서 게임하는 걸 보고 자란 아이다. 아무리 일이라지만 엄마는 게임하면서 ‘너는 게임 하지 말라’면 너무 이율배반적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게임을 안 하면 나는 게임 캐스터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타협한 게 주중에는 못 하게 하고 토요일만 하루 종일 풀어준다. 아이들한테 매일 30분씩, 이런 식으로 조금씩만 하게 하면 더 갈증을 느낀다. 나도 게임을 해봐서 안다. 딱 30분만 게임하고 털고 일어나기는 정말 힘들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토요일 내내 하라고 하면 하루 종일 게임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아들이 약속을 어긴 적 없나.

“많다. 걸리면 그 주 토요일 게임은 칼같이 금지다. 약속을 어긴 벌이라고 정확히 말해준다.”

-게임 캐스터가 아니었다면 다른 엄마들처럼 게임하는 걸 막지 않았을까.

“난 생각이 좀 다르다. 요즘 중학생만 되도 놀러 다닐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하루에 자유시간이 1~2시간이나 될까. 매일 이렇게 빡빡한 일상을 보내는데 숨 돌릴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무조건 게임 하지 말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를 게임으로 해소하게 해주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만 한다면 문제겠지. 미리 약속을 정해 아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는 훈련까지 하게 해주면 어떨까.”

-아들은 게임을 어디서 하나. 요즘 아이들 PC방 많이 가는데.

“PC방은 안 간다.”

-일부러 안 보내는 건가.

“아들이 갈 필요를 못 느끼던데. 집에는 PC뿐 아니라 X-박스나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다 있다. PC방은 시험 끝났을 때 가끔 친구 가면 따라가는 정도다.”

-학부모 대부분은 게임에 부정적이다.

“엄마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아이랑 대화할 때 게임 용어 한번 툭 던져봐라. 애가 단번에 ‘엄마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교육 철학이 있나.

“아이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꺾어버리면서까지 공부만 시키자는 입장이 아니다. 공부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아직 다른 분야 재능을 발견하지 못해서다. 그러면 당장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지 않나.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해야 미래 선택권이 넓어지고 후회도 생기지 않는다. 다만 공부가 너무 지옥같이 느껴지지 않게 여유를 좀 주려고 한다.”

-여성 캐스터는 지금도 흔치 않은데, 어떻게 게임 캐스터를 하게 됐나.

“결혼 후 SK텔레콤 사내 아나운서와 케이블TV 여러 채널에서 프리랜서로 MC 활동을 했다. 그러다 99년 아기가 덜컥 생겼다. 집에서 쉬는데 하루는 남편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사왔다. 그때만 해도 게임을 전혀 몰랐다.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게임부터 하는 날도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iTV경인방송 게임 해설자 선배가 게임 방송 진행을 제안했다. 2000년 1월 출산하고 그해 7월부터 중계를 했다.”

-육아는 어쩌고.

“대한민국 워킹맘이라면 다 똑같은 고민을 할 거다. 난 운 좋게 친정어머니가 많이 도와줬다. 어머니가 안 계셨으면 이렇게 편하게 (중계) 일을 못했을 거다. 또 시부모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다.”

-워킹맘이라 힘든 점은 없나.

“시청자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조차 애엄마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방송에 나오는 여자는 무조건 ‘미스’여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심했다. 중계 잘해도 애엄마 캐스터는 원하지 않았다. 결혼 여부, 그리고 애엄마인지 아닌지에 따라 매력이 훅훅 깎이는 걸 직접 느꼈다.”

-그래서 여자 캐스터 찾아보기가 힘든 건가. 한때 꽤 많았는데 지금은 딱 둘로 알고 있다.

“니즈가 없다. 여자가 남자보다 목소리가 얇지 않나. 톤이 높아지면 더 그렇다. 난 여자 치고는 목소리가 얇은 편도 아닌데 초창기부터 듣기 싫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또 다른 이유라니.

“당시 여자 캐스터는 게임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받기보다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던 것 같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e스포츠는 캐스터가 그 게임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중계를 보는 대다수 시청자가 이미 게임에 정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키울 생각보다 그저 예쁘게만 진행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분야에서 클 욕심이 있었다면 더 많이 공부했어야 한다. 같은 여자로서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어찌 보면 목표가 달랐던 것일 수도 있다. 게임 캐스터를 거쳐 다른 분야로 가는 여자 캐스터가 많았다. 나와 목표가 달랐던 거다.”

-벌써 14년차 베테랑이다.

“게임엔 그런 게 없다. 올 초에도 슬럼프를 겪었다. 올해 롤(LOL) 중계를 처음 맡았는데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초창기 스타크래프트 중계 때 들었던 악평을 다시 받았다. 2012년까지는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하면서 담당 PD가 ‘이번 시즌 중계는 네가 제일 잘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인정을 받기까지 12년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스타프래프트에서 롤로 바뀌니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된 거다. 롤 중계를 더 잘하겠다는 게 현재 목표다.”

-성격이 꿋꿋하다.

“어렸을 때부터 잔소리 안 들으려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대학 3학년 때 아버지가 폐암을 앓기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사실 이전에도 가정 형편이 좋지는 않았다. 백화점·일식집·문구점·카페 등 아르바이트를 정말 많이 했고 학교에선 장학금을 받았다. 그 와중에 3학년 때 대학 방송국 활동을 하면서 국장까지 맡았다. 그때도 여자 국장 시킬 수 없다고 남자 선배들 반대가 심했다. 정말 많이 싸웠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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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