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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떠다니는 화력발전소 건설에 도전하다

1995년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는 가로 30m, 세로 20m의 바지선을 놓는 ‘대형 복합플랜트(Barge-Mounted Plant·BMP)’ 사업이 추진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주도했던 이 사업의 목표는 바다 위에 하루 10t을 처리하는 쓰레기소각장과 50t의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당시 금액으로 6년간 2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프로젝트였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해양도시’ 건설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1단계 사업이 완료됐을 때 외환위기가 닥쳤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업은 백지화됐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2014년 한국기계연구원은 다시 한번 바다에 도전한다. 화력발전소에 버금가는 300㎿ 가스터빈을 배 위에 짓겠다는 거다. ‘해양 부유식 발전 플랜트’, 쉽게 말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이동식 발전소다.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시스템안전연구본부 박성환 박사는 “4년 안에 전력난을 겪는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조물 전용 운반선인 네덜란드 닥와이즈(dockwise)사의 뱅가드(vanguard)가 반잠수식 구조물을 옮기는 모습. 뱅가드는 세계 최대 규모로 70층짜리 타워팰리스도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사진 닥와이즈]
[안전 담보하는 정밀설계 필수]
해양플랜트는 크게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나뉜다. 고정식은 바다 밑에 철제·콘크리트 기둥을 설치해 구조물을 고정한다. 육지와 가까운 연근해의 원유·천연가스 개발에 주로 이용됐다. 이동할 수 없지만 안전성이 높다. 그러나 경제성은 취약하다. 수십m에 불과한 깊이에 매립하는 데도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바다 오염뿐 아니라 지진·해일에도 취약한 구조적 결함까지도 문제였다.
부유식 구조물은 수면 위로 뜬다. 수심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 강점이다. 기술의 핵심은 흔들리는 물 위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버티느냐다. 전후·상하·좌우로 몰아치는 파도·바람·조류뿐 아니라 염분으로 인한 부식에도 안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배 위에서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부유식 구조물은 바지선(화물을 운반하는 소형 선박)에 생산·저장시설을 싣는 폰툰(PONTOON)식, 반잠수식, 선박형 구조물로 세분화된다.
폰툰식은 비행기·선박이 정박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 초대형 부유식 구조물(VLFS: Very Large Foating Structure)이나 메가플로팅(MEGA FLOATING)이란 이름이 붙는다. 미국은 97년 항공모함을 대신할 해상공항을 만들기 위해 이 기술을 검토했다. 당시에는 많은 조각(모듈)을 끼워넣어야 해서 안정성이 높지 않아 실현되지 못했다. 지금은 해저면에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바지선을 끼워 고정하는 ‘돌핀펜더’ 계류 시스템으로 폰툰식 구조물을 붙들어맨다. 자체 이동능력이 없어 예인선이나 구조물 전용 운반선(평형수로 물위에 띄우는 반잠수 수송선) 같은 특수 선박을 사용한다.
자체 추진력을 가진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같은 선박형 구조물은 위치를 제어하기 위한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PS)과 ‘터릿’ 계류 시스템이다. 선체의 끝에 터릿이라고 불리는 탑을 달아 해저면까지 체인을 걸고, 바람·조류의 방향에 따라 배를 선회시킨다.
이렇게 하면 파도의 움직임에 맞춰 배를 조절할 수 있어 진폭이 줄어든다. 선박 하부에 프로펠러(추진기) 2~8개를 돌리면서 위성이 보낸 위치정보로 제자리를 사수하는 건 DPS다. 첨단 안전시스템인 만큼 FPSO의 건조 과정에서는 설계에 어긋나는 몇 ㎜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바다 위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은 국내 조선업계의 성장을 이끌 분야로 각광받는다. 에너지부문 컨설팅업체인 더글러스 웨스트우드에 따르면 해양 플랜트·플랫폼 시장 규모는 2010년 1824억 달러에서 2030년 6095억 달러(약 616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세계 1위다. 전 세계 제작 물량의 33%를 차지한다. ‘빅3’로 불리는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주축이다.

[해양 플랜트 수주 세계 1위]
지난해 빅3의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은 총 309억 달러(약 31조4000억원)였다. 수주 실적 1위를 기록했지만 국내 기업의 해양플랜트 전망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해양플랜트의 고부가가치로 꼽히는 기본설계에서 국내 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그친다. 기자재 국산화율도 20%에 못 미친다. 수주를 해도 건조에 치우친 단순 제작에 머물러 고수익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가격경쟁력과 내수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 기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145억5600만 달러로 한국 조선업체(약 132억1600만 달러)를 제쳤다.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부유식 원자력 발전플랜트를 건조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운행한다. 발전소의 크기는 길이 144m, 폭 30m, 높이 10m에 달한다. 140㎿를 발전할 수 있는데 20만 명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미 아르헨티나·중국·인도네시아 등이 구매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최소 7기의 원자력 플랜트를 더 건설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이 울릉도 앞바다에 2700m 공항을 건설하는 울릉도 공항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더불어 앞으로 만들어질 한국형발사체를 적도 위 바다에서 쏘아올리는 시-런치(SEA-LAUNCH)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선이 더 멀리 날아가려면 지구 중력을 벗어나야 하는데, 적도 인근 해상에서 발사체를 쏘면 지구 자전속도를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비싼 임대료를 주는 것 대신 배위에서 위성을 쏜다는 발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나로우주센터는 발사대와 기타 공급선을 제외하면 설비가 모두 지하에 매설됐다. 앞으로 조선기술과 결합하면 해상 발사대의 건설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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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