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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종업원 빨간색 옷 입어라, 팁 30% 더 받으니까

▶빨간색(파카·코카콜라) 검은색·갈색 만년필만 있던 1920년대에 파카는 빨간색 만년필을 출시해 소비자를 유혹했다. ▶파란색(대한항공·수영장) 대한항공은 ‘스카이 블루’를 유니폼·비행기 색으로 사용하면서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주황색(포장마차·터널) 활기찬 느낌을 줘 식욕을 돋우며, 멀리서도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터널 내부 조명으로 쓰인다. ▶알록달록(다양한 소형차들) 소형차 소비자는 주로 여성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는 화려한 색상으로 마케팅을 한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키닉 경기장(Kinnick Stadium)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이 대학의 풋볼팀 호크아이는 홈경기 승률이 원정경기 승률을 압도한다. 열광적인 응원과 습한 기후, 그리고 ‘분홍색’ 때문이다.
이 경기장의 원정팀 라커룸은 벽과 바닥, 심지어 화장실마저 모두 분홍색으로 둘러싸였다. 원정팀 선수들은 “분홍색 라커룸만 봐도 경기 의욕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헤이든 프라이 코치는 자서전에서 “나는 원정팀이 분홍색 라커룸을 이야기할 때면 그 경기는 승리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1970년대 말 실험심리학자인 알렉산더 샤우스 박사는 수용소 내부를 분홍 풍선껌 색인 ‘베이커 밀러 핑크’로 칠했다. 어떤 거친 피실험자도 이 방에 들어오면 단 15분 만에 얌전해졌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빛에 반응한다. 태양의 빛에너지는 모든 생명활동의 근원이 된다. 빛은 인간에게 색을 선물했다. 빛이 갖는 다양한 파장 가운데 400~70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범위를 인간은 색으로 인식한다. 눈이 이 범위의 파장만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이 파장 범위를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눈의 원추세포가 색 인식]
눈에서 빛을 인식하는 세포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다.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분하고, 원추세포는 색을 구별한다. 눈에는 간상세포가 1억 개, 원추세포는 600만 개가량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물체의 형태만 보이고 색을 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추세포는 주로 빨강, 파랑, 녹색을 인식한다. 물감을 섞으면 색이 달라지는 것처럼 세 가지 파장이 섞여 색이 만들어진다. 다만 최종적으로 색을 만들어내는 부위는 눈이 아니라 뇌다. 즉, 망막의 세포는 빛을 받아들일 뿐 실제로는 뇌가 색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는 원추세포가 두 개다. 어류나 파충류, 조류는 네 개다. 새는 자외선을 볼 수 있게끔 시각이 발달됐다. 과학자들은 이런 차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제각기 생존에 적합한 형태로 시각을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야행성이었던 초기 인류도 활동시간을 낮으로 옮기면서 밝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원추세포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미국 뉴캐슬대의 신경학자 가브리엘 조던은 2012년 원추세포가 4개인 여성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일반인이 100만 개의 색을 구별하는 반면, 이 여성은 약 1억 개의 색상을 감지한다.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녹색도 이 여성은 ‘에메랄드 그린’이나 ‘라이트 그린’처럼 세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브리엘 박사는 추가로 여성 가운데 원추세포가 4개인 여성은 10%를 넘을 것이란 추측도 내놨다. 여성이 남성보다 색상 감지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주장이다.
시각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인간의 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할 때 과거 경험이나 기억을 동원한다. 이러면서 새로운 감각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연관성을 탐구하기 위해 독일의 색채심리학자 막스 루셔는 색에 흥분·신비함·차분함과 같은 감성 어휘를 대입했고, 아이작 뉴턴은 음계와 색을 연계하려고 시도했다.

[시각 정보 처리 때 경험·기억 동원]
불과 태양의 색인 빨간색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난색(暖色)은 다른 색보다 도드라져 보여 주위의 눈길을 끄는 효과가 있다. 빨간색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많다. 2012년 프랑스 남브르타뉴대 연구팀이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에게 각기 다른 색의 티셔츠를 입히고 일을 시킨 결과, 빨간색 티를 입은 종업원은 평균 30%가량 팁을 더 받았다.
운동 경기에서 빨간색 옷을 입으면 심판 판정에 유리하다는 연구도 있다. 독일 뮌스터대 스포츠심리학자들은 42명의 심판을 불러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옷을 입은 선수 간의 태권도 시합을 보여주고 화면을 조작했다. 옷 색깔만 바꿨을 뿐인데 동일한 경기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는 평균 13% 이상 추가점을 받았다. 물론 심판들은 옷 색깔이 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사람들은 파란색과 같은 ‘한색(寒色)’을 보면 시원하고 차분한 느낌을 갖게 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시와 일본 나라현에선 거리에 푸른 가로등을 설치한 뒤 강력사건이 크게 줄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배경화면의 색을 바꿔가며 작업 능력을 시험했더니, 파란색이 배경일 때는 창의력을 요하는 작업에서 훨씬 뛰어난 성과를 냈다. 단, 모든 색이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 파란색을 보고 안정감을 느낄 순 없는 일이다.
KAIST 우성주 교수팀은 최근 “인물 사진을 볼 때 얼굴빛이 붉고 사진 화면이 밝을수록 그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조명도 물체의 색을 결정짓는 데 중요하다. 살코기의 색은 똑같이 붉은데 조명이 파란색이라면 그 정육점을 찾는 손님은 없을 것이다. 이래도 보이는 것을 모두 믿을 텐가? 판단은 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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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