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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금 1온스=35달러' 붕괴로 첫 위기 … 80년대 이후 엔화 이어 위안화도 위협

케인스
70년 전인 1944년 7월. 미국 동부의 유명한 골프클럽 호텔인 마운트워싱턴 호텔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세계 44개국 대표들이 전후 경제와 금융질서를 짜는 자리였다. 콘퍼런스 자체가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전까지 각국 대표들이 모여 금융 패권을 논의한 적이 없었다. 지는 해 영국과 뜨는 해 미국의 치열한 헤게모니 다툼이 벌어졌다.

 선공은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영국 대표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가 날렸다. 케인스는 세계 중앙은행인 국제청산동맹(ICU)을 설립하고 국제 화폐인 방코르(Bancor)를 만들자는 안을 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미국의 독주를 막으려는 구상이었다. 방패는 셌다. 미국 재무부 차관보로 미국 대표단을 이끈 해리 덱스트 화이트(1892~1948)는 케인스의 의도를 간파했다. 방코르를 배제하는 대신 회원국이 예치한 통화를 안정화기금으로 빌려 주는 방안을 내놨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달러에 연동한 금본위제다. ‘금 1온스=35달러’로 묶고 다른 통화는 달러에 고정해 미국 달러만 금과 바꿀 수 있게 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등장이다.

 케인스는 46년 숨을 거두기 직전에 “미국의 욕심이 너무 커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사실이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형식상으로는 27년 만에 붕괴했다. 71년 미국의 금태환 중단이 계기였다. 하지만 7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달러 기축통화 체제는 계속됐다.

 브레턴우즈에서 탄생한 두 기구,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세계 금융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원래 IMF는 국제 환율 안정과 유동성 확대를, WB는 경제 재건을 담당했다. 두 기구는 80년대 이후엔 미국 달러 패권과 월가 금융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했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IMF가 아시아 국가에 자금을 지원한 뒤 가혹한 구조조정을 압박한 게 대표적이다.

 IMF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자금 지원에 주력해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맡았다. 위기국에 자금을 준 뒤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가혹한 채권자가 아니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엄격한 구조조정보다 경제 회생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런 IMF의 변신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하지만 케인스가 브레턴우즈 회의 때 제시했던 국제청산동맹에 한결 가까워지고 있다. 70년 만에 케인스의 꿈이 이뤄질 조짐이란 얘기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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