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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포스터, 탈출구 화살표 … 현대미술 미로 찾기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은 한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기 어려운 2014년 한국 현대 사회의 미술 만화경이다. 왼쪽은 미나와 Sasa[44]의 ‘Life Savers 2014’ 전시장의 출구. 오른쪽 그림은 스포츠와 혁명과 자본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동기의 ‘파워 세일’(380×840㎝). [사진 삼성미술관 플라토]

로댕의 ‘지옥의 문’과 마주보고 134개의 갈색 가죽끈이 건물 기둥에 팽팽히 묶여 있다. 유리 파빌리온과 ‘지옥의 문’이 자아내는 엄숙한 분위기에 팽팽한 긴장이 더해진다. 지니서의 ‘Rivers’다. 전시장 입구에는 지난 13년간의 ‘아트 스펙트럼’ 포스터 다섯 장이 띄엄띄엄 걸려 있다.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이 만든 가짜 포스터다. 과거 주문자로부터 거절당했던 이미지들을 모아 의뢰받지도 않은 지나간 행사를 홍보하며, 전시 안내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 지금 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를 이끄는 14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뒤섞였다. 김범·정수진·이동기·지니서·이형구 등 삼성미술관 리움의 신진 작가 발굴전인 ‘아트 스펙트럼’ 출신 미술가 7명이 각각 길종상가·경현수·이주리·홍영인·정지현 등 동료 및 후배 미술가들을 추천해 함께 전시를 열었다.

리움 개관 10주년을 맞아 플라토에서 마련한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이다. 플라토 안소연 부관장은 “두 개의 스펙트럼이 교차해 빛이 무한대로 분산되는 양상처럼, 전시 기획의 주체로 작가를 끌어들여 그들의 시선으로 현대미술을 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큐레이터가 하듯 하나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균형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작품에만 관심 있는 작가들이 모여 이룬 만화경 같은 전시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현대 미술가들이 그려낸 ‘지금 이곳’이며, 관계와 좌절과 상흔의 스펙트럼이 됐다.

가령 아톰과 미키 마우스를 결합한 만화적 그림 ‘아토마우스’로 이름난 이동기는 수년 전 스크랩해 둔 크루즈 광고 속 배, 백화점 세일 로고, 북한의 선전화, 추상화 등 세상의 이미지들을 종합한 대형 회화를 내놓았다. ‘파워 세일’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 한가운데 있는 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난 4월 16일의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김범은 미로찾기를 닮은 추상화를 걸었다. ‘친숙한 고통’이라는 제목처럼 그림 앞에 선 관객은 저도 모르게 미로찾기를 하게 된다. 미나&Sasa[44]는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인터넷으로 수집한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전시 때마다 그래왔듯 화살표로 탈출구를 표시해 뒀는데, 이번 전시작 ‘Life Savers 2014’의 출구에 쏟아놓은 24개의 화살표는 새삼 달리 보인다. 탈출구는 어디일까. 우리가 헤치고 나가야 할 미로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2014년의 미술가들이 묻는다.

 전시는 24일부터 10월 12일까지. 8월 2일에는 오인환·이미혜, 30일에는 미나&Sasa[44], 슬기와 민 등 아티스트 토크가 예정돼 있다. 일반 3000원. 1577-7595.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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