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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군 장비 목록 7m … '역린'서 정조가 쏜 편전도 있네

국립중앙도서관이 18세기 조선의 북방 군사력이 상세히 기록된 문서를 21일 공개했다. 7m 길이의 문서에는 함경북도 서북진의 무기·책자·식량 등 350항목의 수량이 적혀 있다. [장련성 인턴기자]
1784년 1월. 함경북도 서북진의 국방 총책인 서북첨사 윤빈은 임금을 만나 하직인사를 올렸다. 새 서북첨사로는 김세휘가 내정돼 있었다. 이 지역에서 1년 반 근무한 윤빈은 후임자를 위해 군사 상황을 기록해 놓는다. 활·탄환의 개수는 물론 쌀·콩·보리의 양까지 적어 전달했다. 김세휘는 이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확인서를 1785년 상부인 함경북도 병마수군절도사에 보고했다.

 조선시대의 이 같은 인수인계서를 ‘해유(解由)문서’라 부른다. 21일 국립중앙도서관이 윤빈·김세휘가 남긴 해유문서를 공개했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해유문서는 100여 건, 이 중 지방 무관직 관원이 남긴 것은 7건이다. 서북진과 같은 북방 최전선 지역의 것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4월 이 문서를 개인소장자에게 구입했다.

 문서의 길이는 7m. 무기·인력뿐 아니라 병법을 다룬 책, 곡식·깃발·악기 같은 것의 수량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모두 350항목이며 이 중 300항목이 무기류다. 무기류는 활·화약·창이나 칼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쌀의 기록 단위는 석(石)·두(斗) 뿐아니라 승(升)·석(夕)까지 사용했을 정도로 자세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봉성기 고전운영실장은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소실되는 것이 군사력 관련 문서다. 따라서 장비·시설에 관한 이같은 세세한 기록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화 ‘역린’에서 편전을 쏘는 정조. [중앙포토]
 이번 해유문서는 국방력이 정점에 올랐던 정조 시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육군박물관의 김성혜 부관장은 “숙종 이후 함경도 지역의 군사력을 보강하면서 국방개척을 중요시했는데, 이 문서는 그같은 노력의 결과로 강화된 군사 장비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임진왜란·병자호란이 국방력 강화의 계기가 됐으며 특히 정조는 즉위하면서부터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조선 후기는 특히 남방의 왜구보다 북방 여진족의 위협이 커졌기 때문에 북쪽에 군사력이 집중됐다.

 ◆장거리전 대비했던 최전선=기록된 무기들은 조선 말기의 전술을 추정해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한 예로, 짧은 화살인 편전(片箭)은 장거리전에 대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김 부관장은 “칼이나 창보다 활과 화살, 그중에서도 30~60㎝ 정도로 기존 전투용 화살의 절반 정도 길이에 두께도 얇은 편전이 많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풀이했다. 편전은 대나무 통에 넣어서 쏘는 화살이다. 380여만 명이 본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사용했던 것으로 나오며, 극 중의 왕은 “명쾌하고 신묘하며 강력하다”고 소개한다. 이번 해유문서는 영화에 나오는 편전이 실제로 널리 사용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조 시대의 실학자 이덕무는 이 화살의 유래를 고려시대 대몽항쟁 때로 소개하고 있다. 한 장군이 자신의 화살을 모두 쓴 후, 날아온 몽고군의 화살을 4등분 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긴 화살이 240m 정도 날 수 있는 데 비해 편전은 500m까지 간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아 대응하기가 어렵다. 또 대나무 통이 있어야만 쏠 수 있기 때문에 적진에서는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편전을 많이 갖췄다는 것은 적이 가까이 오기 전 미리 방어하는 장거리전에 대비했다는 뜻이다.

 수량이 4997개로 기록된 마름쇠도 조선군의 전략을 보여주는 무기 중 하나다. 마름쇠는 땅에 뿌리는 작은 지뢰의 일종. 기병을 막기 위해 보병이 쓸 수 있는 대표적 무기다.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연구소의 김효경 박사는 “군대 동원권을 입증하는 병부(兵符)에 대한 기록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원 모양의 병부는 임금과 군 지휘관이 절반씩 나눠 가졌다. 군대를 출동시킬 때 이 한 쌍이 모두 있어야 왕으로부터 위임받은 군대 동원 권한을 입증할 수 있다. 현존하는 병부는 한 개뿐이기 때문에 병부에 대한 기록 또한 연구 가치를 인정받는다.

 김 박사는 “모든 물품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 놨다는 것 자체가 매우 강화된 국방 태세를 보여준다”며 “특히 조선시대 군사작전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 이번 해유문서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해유문서(解由文書)=관리가 교체될 때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남기는 기록. 일종의 인수인계서다. 전임자가 직무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에서 풀 해(解)자를 쓴다. 무관(武官)의 해유문서는 해당 관리→절도사를 거쳐 국방부 역할을 하는 병조(兵曹) 로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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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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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