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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 헤어지길 잘 했나 봐

로리 매킬로이(왼쪽)와 캐롤라인 보즈니아키가 21일(한국시간) 각각 골프와 테니스 대회 정상에 올랐다. 결혼 예정이던 두 선수는 지난 5월 갑작스럽게 결별했다. 파혼 이후 부진했던 보즈니아키는 이날 우승하면서 재기를 알렸다. [호이레이크·이스탄불 AP=뉴시스]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가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21일(한국시간), 그의 약혼녀였던 테니스 스타 캐롤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13위인 보즈니아키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WTA 투어 TEB BNP 파리바 이스탄불컵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4위 로베르타 빈치(31·이탈리아)를 2-0으로 꺾었다. 지난해 10월 룩셈부르크 오픈 이후 9개월 만이자 올 시즌 첫 우승이다. 무엇보다 매킬로이와 파혼 이후 처음으로 차지한 우승컵이라 감회가 새로울 만 했다.

 보즈니아키와 매킬로이는 2011년부터 교제했다. 두 선수 모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실력자였다. 하지만 열애설이 불거진 뒤 둘 다 부진했다. 매킬로이는 2012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컷 탈락을 시작으로 6월까지 5개 대회에서 4차례나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보즈니아키 탓”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즈니아키는 한때 세계랭킹 1위였지만 메이저 우승이 한 번도 없는 반쪽 선수로 비아냥을 받다 결국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그 때마다 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애정을 과시했다. 매킬로이는 2012년 9월 보즈니아키가 긴 슬럼프 끝에 KDB코리아 오픈에서 우승하자 SNS에 ‘한국에서 멋진 승리를 거둔 보즈니아키가 매우 자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보즈니아키도 SNS에 매킬로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월 1일 둘은 SNS를 통해 약혼 사실을 공개했다. 보즈니아키의 왼손 약지에 낀 반지의 가격이 무려 12만 파운드(약 2억1000만원)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복은 5개월여 만에 끝났다. 매킬로이는 지난 5월 22일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파혼을 발표했다. 그는 “청첩장이 나온 걸 보자 내가 아직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보즈니아키는 파혼 직후 열린 프랑스 오픈 단식 1회전에서 탈락했다. 당시 보즈니아키는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아직 대회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매킬로이는 이별 직후 열린 대회에서 우승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보즈니아키는 SNS에 테니스 동료들과 즐겁게 보내는 일상을 올렸지만 ‘비련의 여인’ 이미지만 강해졌다. 이달 초 매킬로이가 새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보즈니아키도 달라졌다. 지난 17일 SNS에 하이힐을 신고 터키 시내 관광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하이힐을 신은 게 3년 만’이라고 썼다. 매킬로이(1m78㎝)와 키가 비슷한 보즈니아키(1m77cm)는 남자친구를 배려해 항상 낮은 굽을 신었다. 매킬로이를 완전히 잊었음을 선포한 보즈니아키는 매킬로이가 우승한 날 똑같이 시즌 첫 우승에 성공하며 동정 어린 시선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남자 골퍼와 여자 테니스 스타 커플은 자주 등장한다. 2002년 당시 각자 분야의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세르히오 가르시아(34·스페인)와 마르티나 힝기스(34·스위스) 커플은 교제 사실을 공표해 화제가 됐다. 애덤 스콧(34·호주)도 미녀 테니스 스타 아나 이바노비치(27·세르비아)와 오랫동안 사귀었는데 성적이 동반 하락하자 몇 차례 이별과 재결합을 거듭하다 끝내 헤어졌다. 한때 존 댈리와 장타왕을 다투던 프로골퍼 행크 퀴니(39·미국)는 흑인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34·미국)와 3년 동안 로맨틱한 관계였다.

 그레그 노먼(59·호주)-크리스 에버트(60·미국)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선수의 메이저 승수를 더하면 무려 20승이나 되는 대표적인 골프-테니스 커플이었다. 사실상 은퇴 상태였던 노먼은 에버트와 결혼 직후인 2008년 디 오픈 챔피언십에 나가 우승을 다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후 15개월만에 헤어졌다.

 골프-테니스 커플이 자주 나오는 건 개인종목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골프와 테니스 선수는 외양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외로운 투어 생활에 지칠 수 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종목이라는 특성상 ‘팀워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종목에서 최고인 선수들이 약혼자나 이성 친구에게 사생활을 양보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성적이 떨어지면 관계를 지속하기가 더 어렵다. 골프와 테니스 커플은 많았지만 마지막 홀까지, 마지막 세트까지 간 경우는 거의 없다.

 매킬로이는 지난 5월 청첩장을 찍고 나서야 보즈니아키에게 전화로 이별을 고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골프와 테니스는 헤어져야 윈-윈 하는 모양이다.

성호준·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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