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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한·중 정상회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7월 4일자 30면>
한·중 관계 새 이정표 세운 시진핑 방한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어제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국만 단독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찾은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교 22년째를 맞은 한·중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 방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의 이해가 복잡하게 맞물려 동북아의 갈등과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그 자체로 중요한 상징성과 외교적 함의를 갖는다고 본다.

 어제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와 주변 정세, 양자 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금융인프라 구축에도 뜻을 같이했다. 해양경계획정 협상 개시와 영사협정 체결, 미세먼지 감축과 같은 양국 간 현안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도출했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 방중 당시 양국 정상이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확대·심화·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셈이다.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시 주석의 ‘확고한 반대’ 입장을 이끌어낸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는 게 우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진전이라고 할 것은 없어 보인다.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도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이 제시되길 원했던 우리로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의 공동인식을 토대로 구체적 진전을 도출해 내는 것은 양국 외교팀의 숙제로 남게 됐다.

 큰 틀에서 보아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은 중국 쪽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주변국들은 경계의 눈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 시 주석 방한에 맞춰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일부 제재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한·중 밀착에 대한 일본의 경계심이 작용한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동맹국인 미국도 예의 주시 중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과 경제적 이익과 역사적 유대에 기반한 한·중 관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중 관계 발전이 한·미 동맹에 손상을 초래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 외교의 지난한 숙제로 남게 됐다.

한겨레 <2014년 7월 4일자 31면>
북핵·과거사 모두 한계 드러낸 한·중 정상회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핵심 현안인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과거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일본 대응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두 나라는 회담 이후에라도 밀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 이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언급에 그쳤다.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한 것은 이번 회담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는 전략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큰 몫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주체는 우리나라다. 새 안을 바탕으로 중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미국을 설득해야 함에도 기존 입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표현에 동의한 점 등을 성과로 꼽지만 이는 실질적인 해법 도출과는 상관이 없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핵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각국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약속한 제재 해제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이 바로 그렇다. 일본은 이 제재가 유엔 차원의 제재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대북 제재 강화를 통해 핵 포기를 이끌어낸다는 한·미의 구상은 이미 힘을 잃고 있다. 그러잖아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아래에서도 최근 경제가 다소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는 북·일 협상 진전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게 아니라 무작정 기다리는 전략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꾀하는 게 옳은 길이다. 북한을 뺀 5개국이 공조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대북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공동성명은 군대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부인하려는 일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부속서에서 “관련 연구기관 사이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연구, 복사 및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했을 뿐이다. 아베 정권이 본격화한 집단적 자위권 강화 움직임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의외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안보공조 노력에 영향을 줄까 봐 우려하는 미국의 눈치를 본 듯한데, 이는 잘못된 태도다.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과의 공조는 동아시아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의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한·중 협력 강화는 최근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는 동아시아 정세를 안정시킬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일본과 중국의 대결 구도를 완화함으로써 대화와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갈등의 배경이 되는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거의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한·중 협력의 기초 자체가 불안해지기 쉽다. 두 나라 모두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할 이유다.

논리 vs 논리
중앙 “한·중 경제 협력 성과” 한겨레 “동북아 정세 해법 한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7월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한 협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10개항의 공동성명과 부속서를 채택했다. 연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한 양국 국민 간 정서적 유대감을 심화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시진핑 주석과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입장은 달랐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비핵화와 북의 핵실험 반대’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6자 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2년 한·중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과 중국 간 밀접했던 전통적 외교관계에 부정적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한편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 전날인 7월 2일 오전 동해안 원산 부근에서 동북쪽 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고, 7월 13일에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한·중 정상 회담을 다룬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한·중 관계 새 이정표 세운 시진핑 방한’이다. 정상 회담의 경제적 효과에 먼저 주목한 것이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금융인프라 구축에도 뜻을 같이했다”는 게 중앙일보가 보는 한·중 정상회담의 구체적 성과다. 또 해양경계획정 협상 개시, 영사협정 체결, 미세먼지 감축 같은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도출한 점을 하나하나 명시하며 회담 성과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같은 사안을 다루는 한겨레 사설 제목은 “북핵·과거사 모두 한계 드러낸 한·중 정상회담”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가지는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는 중앙일보와는 대조적이다.

 대신 한겨레는 “공동성명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언급에 그쳤다.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한 것은 이번 회담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라는 말로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치 외교적 관점에서 인색하게 평가했다. 또 공동성명이 군대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부인하려는 일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아베 정권이 본격화한 집단적 자위권 강화 움직임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일본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안보공조 노력에 영향을 줄까 봐 우려하는 미국의 눈치를 본 듯한데, 이는 잘못된 태도”라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좀더 주체적인 태도를 가졌어야 함을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중앙일보 사설의 말미에서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과 경제적 이익과 역사적 유대에 기반한 한·중 관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중 관계 발전이 한·미 동맹에 손상을 초래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 외교의 지난한 숙제로 남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반공을 기조로 하는 한·미의 동맹 관계에서 오는 안보적 이익과 한·중 관계에서 오는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라고 결론짓는다. 경제적 관계를 강조한 중앙일보 사설은 한겨레와 달리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 가령 군대위안부 문제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한겨레는 사설 말미에서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한·중 협력의 기초 자체가 불안해지기 쉽다”라며 “두 나라 모두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한겨레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가 한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고 있다면 한겨레는 한반도의 정치적 평화를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니 논의의 대상이 달라진 셈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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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