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살 수 있는 부상자부터 … " 폭격에 머리 다친 소녀 뒤로 밀려

아빠 잃은 이스라엘 소년 … 포탄 맞은 팔레스타인 소녀 하마스와 교전 중 사망한 이스라엘군 아모츠 그린버그 소령의 아들 오리(왼쪽)가 20일 텔아비브 인근에서 열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오른쪽은 20일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중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7세 여아 베이산 다히르가 가자지구 알 시파 병원에서 치료 중 잠든 모습. 다히르는 이 포격으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 [텔아비브·가자 신화·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지상전이 한창인 가자지구의 알 시파 병원. 가자지구 최대 규모라지만 응급실 병상은 11개, 수술실은 6개에 불과하다. ‘피의 일요일’로 불린 지난 20일(현지시간), 열 사흘의 교전 중 가장 격렬한 전투를 치른 이날 하루에만 팔레스타인에서 100명 이상, 이스라엘 측은 군인 13명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사상자 수로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4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부상자들은 알 시파 병원으로 밀려들었다.

 알 시파는 아랍어로 ‘치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21일 새벽 이곳을 지배한 건 신음과 절규뿐이었다고 AP·로이터 등 외신들은 전했다. 절망 속에서도 필요한 건 냉정이다. 20일 폭격을 맞아 두개골이 파열된 소녀는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치료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중환자실 담당의사 알람 나예프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부상자를 골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수술 후 달려오면 이미 (죽고) 없다”고 전했다.

 새벽 2시, 중환자실엔 생필품을 구하려다 차에 치인 4세 남자아이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 그 옆엔 가자지구 경찰서장을 노린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머리에 중상을 입은 22세 청년이 누워있다. 경찰서장은 살아남았지만 18명의 민간인이 대신 목숨을 잃었다. 새벽 3시엔 폭격으로 머리에 중상을 입은 환자가 들어오지만 가망은 없다. 안정제를 놓는 게 의사 나예프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알 시파 병원은 폭격으로부터 상대적인 안전지대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군의 탱크 공격을 피해 이 병원 주차장에서 외신 카메라 앞에 선다. 각국 특파원들은 방탄복을 입은 채 기사를 송고한다. 병원 측은 이들 사이로 부상자를 실은 차량을 인도하고, 복도에 흥건한 피를 삽으로 떠낸다. 부상으로 피범벅이 된 부모들은 포탄을 맞은 아이들을 안고 울부짖는다. 21일 새벽을 지나 아침까지 이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정전과 기기 고장은 병원의 일상이다. 수술 중 정전이 되면 의사들은 핸드폰을 꺼내 그 불빛에 의지해 집도를 한다. 중환자실 산소호흡기 4대 중 1대가 고장이 나자 의사들은 전선을 꼬아 임시방편으로 사용했다. AP는 이를 두고 “전쟁 중 의사가 갖춰야 할 필수 자질은 독창성”이라 전했다.

 알 시파에서 자원봉사 중인 노르웨이 의사 매즈 길버트는 아랍권 매체 알아람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알 시파에서 하룻밤만 지내보시라”며 “학살에 가까운 현실과 지역 특유의 정서 수무드(타협 않는 결의)를 목도한다면 역사를 바꿀 결단을 내릴 것”이라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마음이 무겁다. ‘피의 일요일’ 교전의 이스라엘군 사망자 중엔 미국 국적 사망자도 2명 확인됐다. 이스라엘군 소속 맥스 스타인버그(24)와 니씸 카르멜리(21)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사태 발생 후 두 번째 통화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미 ABC 방송에 출연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을 개의치 않는 건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속가능한 평화가 목표”라면서도 “한 발 물러서는 게 평화 아니냐”는 ABC측 질문에 “(휴전은) 하마스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 답하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현지시간) 긴급 회의를 열고 역시 “심각한 우려”를 표했으나 요르단 주도로 안건에 오른 휴전 촉구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국제사회 중재 노력이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상군 확전을 공언한 이스라엘 측의 폭격이 계속되면서 사상자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21일 현재 팔레스타인측에서만 51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AP등 외신은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