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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중국 온건파 돕는 게 국제사회에 이익

키쇼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공공정책대학원장
중국이 이룩한 지정학적 ‘기적’이 깨지기 일보직전이다. 1980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됐다. 불과 30년 만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대외 정책이 신중했기에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국이 3년 전부터 갑자기 자국의 입장을 내세우고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한 행동을 하고 있다.

 서구는 중국의 변화된 태도에 대해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 중국이 이웃 국가와 세계를 위협하는 팽창주의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가 얼마나 거대하고 복잡한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국가나 정부는 획일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국에도 서구에서 매파(hawks)·비둘기파(doves)로 불리는 강경파·온건파가 존재한다. 강경파는 중국이 지난 100여 년간 굴욕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제 중국의 힘이 강해졌으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당당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싱가포르국립대 공공정책대학원의 황징(<9EC4>靖) 교수에 따르면 젊은 중국군 장교들이 미·중 정면대결의 길로 이끌고 있다. 황 교수는 또 이렇게 말한다. “젊은 장교들이 전략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1930년대 일본을 보는 것 같다.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바람직한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아주 위험하다.”

 동의한다. 중국 매파는 분명 위험하다. 장교들이 왜 그리 공격적으로 변해 가는지는 막연히 추측할 수밖에 없다. 다른 모든 군부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평화보다 갈등을 통해 이득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도 아직 논쟁에서 패하지 않은 비둘기파가 있다. 비둘기파는 중국에 대한 서구 언론의 비판적 기사를 이용해 가며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지혜를 중국 지도부에 상기시키고 있다.

 온건파는 중국이 2012년 7월 남중국해에 대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공동성명서 채택을 압력을 가해 저지시킨 게 미친 짓이었다고 지적한다. 6억 명 인구의 아세안에 공을 들이다가 일순간에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교역국인 중국 입장에서는 전 세계 바닷길을 개방하는 게 훨씬 유리한데도 남중국해 영유권을 공세적으로 주장하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dash line)’을 내세우는 것 또한 현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최근 중국의 공격적 행동으로 인해 반중(反中) 감정이라는 ‘호랑이’가 우리에서 나오게 됐고, 다시 우리로 집어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온건파는 주장한다. 무엇보다 시간은 중국 편이니 중국은 충분히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런 중국 내부의 논의를 감안하면 성급한 판단은 지혜롭지 않다. 앞으로 중국이 보다 공격적으로 될 것이라는 필연성은 없다. 말이 씨가 된다. 중국이 위험하다는 서구 예언의 반작용은 중국 국수주의 세력의 득세다. 중국은 19세기 아편전쟁에서 서구 열강에 겪은 치욕을 아직 잊지 못한다. 서구 언론의 반중 보도는 서구에 ‘중국 봉쇄 음모’가 있다는 강경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은 여론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두 지도자는 상당한 영토를 양보해 가며 러시아·베트남과 국경분쟁을 해결했다. 덩샤오핑은 1980년 중국·인도 국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일괄타결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중국의 어떤 지도자도 과거와 비슷한 양보안을 단독으로 제안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중국 내부 여론이 중요하다. 중국 네티즌 인구는 세계 최대다. 활발한 온라인 활동은 언제든 독을 품은 강경론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중국 지도층은 여론에 즉각 반응을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 지도부의 우선순위는 국제정치가 아니라 국내 문제다. 국내 현안이 우선순위의 90%를 차지한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개혁의 성공을 위해 상당한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들은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부패는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개혁의 성공은 결코 보장할 수 없다. 정적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갖가지 기발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군 지도부가 내부 부패 문제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대외 갈등을 부채질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지도층 머릿속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는 경제다. 국영기업의 역할 축소는 주요 국가 과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연간 700만 명에 달하는 대졸자 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황량한 바위섬 영유권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중국 지도부는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중국의 지정학적 역할에 대한 내부 논의에서 온건파가 강경파를 이겨야 국제사회에 더 이익이라는 건 분명하다. 국제사회는 ‘온건파를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키쇼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공공정책대학원장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7월 1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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