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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안철수 천막정치 감상법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이번엔 ‘안철수 천막’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가 21일 수원에 천막을 쳤다. 열흘간 집에 안 가고 천막 등에서 숙식하며 선거를 지원할 거라고 한다. 김한길 대표와는 모처럼 떨어졌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숙식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 무렵 야당의 서울광장 앞 ‘천막투쟁’이 떠오른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이슈화하느라 야당은 좀 심하게 오랜 기간 장외투쟁을 했다.

 염천에 ‘노숙 당번’까지 정해 놓고 막노동하듯이 장외투쟁을 하는 바람에 일부 당료들은 땀띠에 절어야 했다. 급기야 페이스북에 “적당히 좀 하자. 우리도 몸을 쓰지 말고 머리도 좀 쓰면서 지내자”는 글을 올린 당직자가 나왔을 정도였다.

 의원들은 국회에 단체로 라꾸라꾸 침대를 놓고 합숙했다. 합숙투쟁 첫 밤을 보낸 야당 의원에게 어떤 기자가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우리는 이게 체질”이라고 답했다는 얘길 듣고 절감했다.

 ‘아, 새누리당과 야당이 근본적으로 다른 게 바로 저거구나’.

 아무리 집에 안 들어가는 게 야당 체질이라 하더라도 안 대표가 그리 될 줄은 몰랐다. 아마 본인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여의도에 ‘안하무인(安下無人)’이란 말이 떠돈다. 뵈는 게 없다(眼下無人)는 뜻이 아니라 ‘안 대표에겐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김종인·윤여준·최장집 같은 멘토그룹이 줄줄이 떠났다 해서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야당이라는 메마른 사막을 홀로 걷는 지금의 안 대표 처지를 빗댄 말일 수 있다. 지금이야 곁에 김한길 대표라도 있으니 약간 과장으로 들리지만 7·30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정말 ‘안하무인’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야당 내 486그룹의 리더 우상호 의원은 “손학규·정장선 후보까지 다 지고, 수도권에서 전패 내지 참패하면 전략공천 실패의 책임을 묻는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수도권에서 몇 군데라도 이기면 비판하는 목소리야 있겠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조기 전당대회가 무슨 뜻인가. 대표 갈자는 얘기다. 안 대표가 천막에서 먹고 자며 새누리당과 치열하게 싸우고 귀환한다 해도 노란 손수건 걸어 놓고 패장을 기다려 줄 사람 따위는 야당엔 없다. 선거에 지면 안 대표에겐 “그동안 수고했다”며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말이 빗발칠 게 분명하다.

 사실 공천만 어지간히 했어도 ‘천막정치’라는 생고생은 안 해도 됐을 것이다. 광주 광산을에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고, 광산을의 기동민 후보를 서울 동작을로 강제 이주시키고, 동작을의 금태섭 전 대변인은 뜬금없이 수원에 배치하려다 실패하고,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를 꽂은 현기증 나는 전략공천에 남이 못 맞추게 한 것 말고 무슨 전략이 있나.

 특히 권은희 후보 공천은 ‘국정원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진정성을 훼손한다’ ‘보수 결집을 불러온다’와 같은 당내 반대를 무릅쓴 결과다. 그 권은희 후폭풍이 지금 광주를 떠나 수도권으로 북상 중이다.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에 안 대표는 천막을 펼쳤다. 서울 동작을이 아니라 수원에 친 것을 주목한다. 수원은 사실상 ‘손학규 선거’다. 수도권 전패를 면하려면 가장 확실한 게 ‘손학규’다. 안 대표와 손 후보의 관계는 심하게 뒤틀렸다. 6·4 지방선거 때 안 대표가 손 후보와 가까운 이용섭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측근인 윤장현 후보를 낙점하면서다.

 하지만 정치는 변화무쌍하다. 손 후보는 자신은 물론 안 대표의 명줄까지 쥐게 됐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손학규가 죽으면 안철수도 죽고, 손학규가 살면 안철수도 산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풍우동주(風雨同舟)’를 말했다. ‘폭풍우 속에 한 배를 탄 사이’라는 뜻이다. 당장 안철수·손학규 관계가 ‘풍우동주’ 같다. 비바람이 멈추면 다시 각자도생(各自圖生)하겠지만 말이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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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