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8년 만에 얼싸안은 베트남 모녀 "고마워요, 한국"

판단튀(오른쪽)씨가 16일 베트남 KT 하노이 지사 화상 상봉장에서 친정 엄마를 끌어안고 울고 있다.




한국 시집 온 판단튀씨 세 가족
KT 하노이 지사서 깜짝 상봉
"힘들던 시간 모두 보상받은 기분"



“메(베트남어로 엄마)~!”

“어머 깜짝이야~ 화면 속에 있던 네가 이렇게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16일(현지시간) 베트남 KT 하노이 지사 사무실에 마련된 한국-베트남 화상 상봉장에서 한국으로 시집간 딸 판단튀(44)씨와 베트남에 사는 엄마 뷔티존(63)씨가 8년 만에 만났다. 두 사람은 연방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만지기를 반복했다. 태어나서 처음 외할머니를 만난 상민(8)군도 활짝 웃었다. 가끔 전화기 너머 어설픈 한국말로 “상민이 사랑해~”를 반복하던 그 할머니였다. 사위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며 상봉 전까지 마음이 불편했던 판씨의 남편 서충원(57)씨도 오랜만에 보는 장모 앞에서 미안함을 덜어냈다. 사위는 장모를 말없이 안았다. 눈물과 웃음, 미안함과 반가움이 섞인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는 현지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눈에도 살짝 눈물이 고였다.



14일부터 5일간 한국에 사는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과 베트남 현지 가족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한국-베트남 화상 상봉’ 행사가 이어졌다. KT노동조합은 자사 IT서포터즈와 여성가족부를 통해 지난달 신청서를 받아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40명을 선발했다. 한국-베트남 화상 상봉 행사는 올해로 3번째지만 현지 상봉은 올해가 처음이다. 40명의 화상 상봉 선정자들 중 단 한 명만을 ‘깜짝 현지 상봉자’로 뽑았다. 행운의 주인공이 바로 판씨였다.



2006년 한국으로 시집 온 판씨는 재작년 시부모 두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4년간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수발을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혼 직후 얻은 아들 상민이는 지적장애로 태어났다. 얼마 되지 않는 남편 월급 대부분은 상민이 치료비로 나갔다. 자연히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잦아졌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 한국을 떠나 고향 베트남으로 도망쳐 버리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살 곳은 여기, 한국 땅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깜짝 상봉엔 ‘몰래 카메라’ 연출이 있었다. 판씨 가족은 한국에 있는 것처럼 화상으로 먼저 어머니를 만났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어머니는 연신 대형 모니터의 딸과 가족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판씨 부부는 상민이가 화장실에 가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 어머니가 있는 상봉장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딸과 손자가 사라진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자원봉사자가 손자의 이름을 불러 보라고 했다. 어머니가 “상민아, 상민이 사랑해~”라고 한국말로 외치자 문이 열리며 조금 전까지 모니터 속에 있던 딸과 손자, 사위가 함께 상봉장으로 들어왔다.



한동안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리던 판씨가 손에 든 옷을 어머니께 내밀었다. 바지 두 벌과 윗도리 하나. 어머니를 위해 만든 옷이었다. 판씨는 손수 지은 옷 말고도 어머니를 위해 미역과 라면, 홍삼, 된장, 고추장을 가져왔다. 친정에 가면 가족을 위해 김치를 만들고 이웃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손을 꼭 잡고 그동안 미뤄둔 이야기를 나눈 판씨와 어머니는 바로 고향집으로 향했다. 판씨의 친정 박리에우성은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2시간, 버스로 8시간을 가야하는 ‘베트남 땅끝마을’이다. 판씨의 어머니는 “그저 화면으로 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 먼길을 달려왔는데 이렇게 딸과 손자, 사위와 함께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판씨는 “한국에서 지난 8년간 언어와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외롭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이번 만남을 통해 모두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모두 저에게 소중한 조국”이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고향으로 향했다.



베트남 현지서 행사를 진행한 최장복 KT노동조합 UCC봉사단장은 “오늘날 기업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실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UCC 글로벌 봉사활동을 통해 양국 간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수 있도록 앞으로 봉사활동을 확대, 발전 시켜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UCC 봉사활동은 현지 화상상봉 가족 대상으로 한 분당서울대병원의 무상진료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거개선 사업 등이 진행됐다.

하노이=글ㆍ사진 김성룡 기자



◇기업 간 노사협의체(UCC, Union Corporate Committee)는 2011년 KT 노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함께 설립한 국내 최초의 기업 간 노사협의체로 현재 경기도시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남동발전 등 8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이들 회원사는 직원 1인당 연간 8시간 봉사활동과 월 1천원의 기금을 모금해 글로벌 봉사활동 등 노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