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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5도2촌 시대 … 재충전 휴가는 농촌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우리는 그동안 ‘여름’ 휴가에 익숙해져 왔다. 1년을 기다려 매년 여름 성수기만 되면 너도나도 으레 유명 관광지를 찾는다. 그리고 꽉 막힌 도로와 숙박대란 속에 일제히 돈과 시간을 소비한다. 제대로 쉬어야 할 휴가가 그야말로 ‘관광 노동’인 셈이다. 그렇게 실컷 휴가를 다녀오고 나면 그 후유증으로, 이제 ‘진짜’ 휴가를 다시 가야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우리의 휴가문화, 이제는 변해야 한다. 여름 성수기 한 철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재충전하는 생산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쉬는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그 실마리를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자.



노르웨이 사람들은 히테(Hytee), 러시아 사람들은 다챠(Dacha)라는 시골집을 두고 주말이면 채소 등을 직접 가꾸며 소일하는 것이 또 다른 일상이자 휴식이다. 제일 덥고 제일 비싼 시기에, 짧게 휴가를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상의 휴식문화가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는 먼 나라 속 이야기일까. 우리 농촌을 다르게 생각해보자. 사실 알고 보면 우리 농촌도 한국판 히테와 다챠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은 자유롭다. 아파트와 같은 빽빽한 공동주택에 사는 도시민들은 층간 소음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제약들을 안고 지낸다. 자기 집안에서 발걸음 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도시에서 큰 소리로 음악 듣기, 반려동물 키우기, 쾅쾅 망치질하기, 야외에서 바비큐 굽기 등은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둘째, 농촌은 생산이 가능한 ‘생활의 터전’이다. 봄이면 파종을 하고, 여름이면 제초를 하고, 가을이면 수확을 하는 생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촌이다. 소비 생활에만 길들여져 있는 도시 사람들은 시골집에 있는 나만의 작은 텃밭에서 손수 재배한 채소를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건강한 먹거리를 이웃과 나누어 먹는 훈훈한 인심은 덤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수요도 충분하다. 요즈음 주 5일제와 대체휴일이 도입되고 휴가를 권장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의 휴가는 더 잦아지고 더 길어지고 있다. 점점 많아지고 있는 휴가를 소비와 관광 위주로만 보내기엔 우리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나 체력은 여의치 않다. 매번 비싼 돈 들여가며 어디로 갈 지 고민하는 대신, 작은 시골집만으로도 우리의 휴식은 얼마든지 풍성해질 수 있다. 굳이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가족끼리 정을 나누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농촌생활이 도시 사람들에게만 매력적인 것일까. 도시 사람들이 제2의 주민이 되어 농촌 마을로 유입되면서, 마을 역시 북적이고 새로운 활기를 되찾게 된다. 이로 인해 농촌에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수 있다. 게다가 도시 사람들이 떠나는 주중의 시골집 관리는 농촌 마을의 몫이다. ‘텃밭·시골집 관리’ 같은 신규 비즈니스는 농촌마을에게 또 다른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일거리 없는 겨울철 농한기에도 든든하다. 도시민의 농촌생활로 도시와 농촌이 윈윈하게 되는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TV 예능들이 앞 다투어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고, 유명 연예인의 시골생활이 주목을 받으며 전원생활에 대한 도시민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농촌 역시 적극적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지정한 농어촌체험휴양마을이 800개가 넘고, 작년 한해만 해도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수가 무려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평일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농촌에서 지내는 ‘5도 2촌’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매우 긍정적이다.



 자, 이제 생각을 바꿔보자. 과거가 ‘탈 농촌’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탈 도시’의 시대로 변해야 한다. 5도 2촌과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시도들이 더욱 많아져 도시민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건강한 휴식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로써 우리 농촌도 머지않아 활력을 되찾아, ‘농촌 신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꽃피우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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