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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살리기가 1순위 … 9조 주택기금 동원 대기령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축소 균형, 성과 부재 등 세 가지 함정이 있다고 진단하고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제 완화와 경기부양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대신 기금 지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경을 하기엔 너무 시기가 늦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기금 지출 규모는 1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추경 못지않은 큰 금액이다. 기금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자금으로, 현재 총 64개(운용 규모 515조원)가 있다.

 최 부총리가 기금 지출을 대대적으로 늘리려는 이유는 최근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16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3.9%→3.6%)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경기 가늠자라 할 수 있는 고용지표가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9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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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침체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정책 수단이 바로 기금이라는 게 최 부총리의 판단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추경과 달리 기금은 올해 지출 규모의 20%(금융성기금 30%)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다만 기금을 늘릴 때는 어떤 사업에 투입할지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조성 취지에서 벗어나는 곳에는 돈을 쓸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지출 확대 1순위로 꼽히는 것은 국민주택기금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 내수를 부양하려는 최 부총리에게는 더없이 좋은 실탄이다. 이 기금으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이나 내 집 마련·전세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경기 부양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늘릴 수 있는 금액이 최대 9조3025억원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31조9397억원)·국민연금기금(21조1240억원)에 이어 셋째로 많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지출을 늘려 국내 주식을 더 사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시장과 함께 주식시장을 살리면 경기 회복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거라는 취지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를 통해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린 뒤 주가가 오른 걸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축산발전기금이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농축산물 가격의 급등락을 막아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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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금 확대와 함께 정부가 사용할 또 다른 카드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확대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하반기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같은 국책금융기관의 대출 보증액을 3조원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신보에 기존 보증잔액(48조3000억원)을 최대 3조원 더 늘려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보에도 보증을 5000억원 늘려 잔액이 20조원 이상 되도록 요청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금 카드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여권에서 추경 요구가 거셌지만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금 지출 확대를 선택했다. 추경을 할 정도로 경기가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증액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기금 증액을 통한 경기 부양은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기금 지출 확대를 추진하는 최 부총리가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에 참석해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대로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방안을 다시 추진하느냐”는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현행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원래 연말에 효력이 없어지게 돼 있지만 서민·중산층 등을 중심으로 (계속 유지 등) 지원 요청이 있기 때문에 다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15%인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이 방안을 추진했다가 정치권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세종=이태경·최선욱 기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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