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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대장암 수술도 1㎝ … 흉터여, 안녕

외과수술은 메스(수술용 칼)를 사용한다. 외과의사를 ‘칼잡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용어를 바꿔야 판이다. 메스로 배를 가르는 전통적인 개복(開腹)수술이 점점 줄고 있다. 대신 배에 작은 구멍을 내 거기로 직경 1㎝ 내외의 내시경(복강경·흉강경)을 넣어 수술하는 기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일부 산부인과 질환에는 개복수술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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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의 한 수술실. A씨(57)가 긴장한 표정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간경화를 앓고 있는 남편에게 간 일부를 떼어 주기 위해서다. 수술팀은 능숙하게 마취를 하고 배꼽과 명치, 배 중앙·좌측·우측 등 5개 지점에 복강경(腹腔鏡·배 부위 수술에 쓰는 내시경)을 꽂았다. 간은 혈관 다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술이 쉽지 않다. 자칫 잘못 건드리다간 과다 출혈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보통 간의 일부를 잘라 몸 밖으로 적출(摘出)할 때는 명치에서 배꼽까지 15㎝를 일직선으로 가르거나 명치에서 우측 상복부로 ‘’ 자 형태로 30㎝가량을 절개한다. 개복수술이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권준혁 교수팀은 이날 다른 수술법을 썼다. 작은 구멍 5개를 이용하는 복강경수술법을 이용했다. 우선 모니터로 간을 보면서 복강경수술 도구로 간의 일부를 잘랐다. 다음 배꼽 아래 배를 10㎝가량 절개했다. 조심스레 간을 아래로 옮겨 절개 부위로 꺼냈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권 교수는 “형제나 부모를 위해 간을 내놓았는데, 몸에 큰 상처가 남으면 마음의 상처가 된다”며 “복강경으로 수술하면 상처가 비키니 라인(속옷 안 하복부)에 있어 수영장에 안심하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난해 5월 이후 25건의 복강경 간 절제수술을 했다. 국내에선 이렇게 수술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 세계에서 10건 이상 집도한 의사도 없다.


 복강경수술은 간 절제술뿐만 아니라 대장암·자궁 등 여러 분야에 쓰인다. 수술 부위가 크지 않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상처가 작다. 특히 미혼 여성에겐 작은 상처가 큰 장점이다. 미혼인 박모(34·여·경기도 성남시)씨는 올해 초 자궁근종(양성종양)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말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5㎝ 크기의 혹을 발견했는데, 그게 7㎝로 커졌다. 2시간 수술을 받고 닷새 만에 귀가했다. 배꼽과 그 아래 복부 네 곳에 안 보일 정도로 흐릿하게 상처가 남았다. 박씨는 “수술 전 상처 때문에 고민이 컸는데, 신경 안 써도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복강경수술은 산부인과 수술이 원조다. 1990년대부터 자궁 적출이나 근종 제거 등에 다양한 수술이 이뤄졌다. 적출된 자궁을 질을 통해 꺼낸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조치흠(산부인과) 교수는 “제왕절개 빼곤 거의 모두 복강경으로 수술한다”며 “최근에는 배에 구멍을 한 개만 뚫는 방식(단일공)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복강경 방식은 산부인과에서 맹장염·담석증 수술로 확대됐다. 이런 수술은 거의 100% 복강경으로 한다.

 최근에는 암 수술에도 널리 쓰인다. 대장암이 특히 그렇다.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이 역전됐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종전까지는 대장암 개복수술이 많았으나 2009년 미세하게 복강경 방식이 역전하더니 그 이후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전체 대장암 수술 1만8111건 중 65.2%(1만1822건)가 복강경 방식이었다.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고령 환자에게도 적용한다. 정모(89)씨는 지난 1일 대장암 3기 초반 진단을 받고 대장을 40㎝가량 잘라냈다. 4시간이 걸렸다. 정씨의 아들은 “아무래도 연세가 많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구멍을 내서 수술을 받다 보니 회복이 빨라서 좋았다”고 말했다.

 위암과 폐암에도 내시경(복강경)수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조기 위암(1~2기)에 복강경수술이 많이 쓰인다. 서울아산병원 김병식(상부위장관외과) 교수는 “조기 위암에서는 개복에 비해 복강경의 우월성이 이미 입증된 상태”라며 “진행 위암에 대해서도 시도하고 있고 기술적으로 충분히 발전한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계에서 복강경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한(5000건 이상) 권위자다. 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은 2009년 위암 수술의 21.6%(조기 위암 제외)에 복강경 방식으로 하다가 지난해에는 51%로 증가했다. 폐암은 특성상 전체 환자의 20~30%가 수술 대상인데 최근에는 이 중 60%가량이 내시경(흉강경)으로 수술한다.

 내시경수술의 정확도에 문제는 없을까. 수술이 잘못되면 재발해 재수술하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연구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오재환 교수팀이 340명의 직장암 수술환자를 2006~2009년 추적 관찰했더니 재발률·생존율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5월 해외 학술지에 실렸다.

 수술비용은 내시경수술이 높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개복수술과 진료수가 차이는 없지만 재료비가 더 들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크다. 대장암은 50만~100만원, 조기 위암은 150만~200만원 높다. 그래도 회복기간이 짧고 상처가 작은 점 등의 장점을 감안하면 개복수술에 뒤지지 않는다. 경희대병원 이길연(외과) 교수는 “돈은 더 들지만 통증이 적고 조속한 사회 복귀가 가능하며 상처가 작아 탈장 등의 합병증 위험이 적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복강경수술이 적다”고 말한다.

 내시경수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게 로봇수술이다.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김선한(고려대 의대) 이사장은 “내시경수술은 단일공(單一孔) 방식과 로봇수술로 발전하고 있다”며 “3~5년 후에는 한 개의 구멍으로 로봇 팔이 들어가 맥가이버 칼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수술하는 ‘싱글 암 멀티채널(single-arm, multi-channel)’ 기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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