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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슈트라우스 탄생 150년 … 세계는 들썩, 한국만 잠잠 왜

올해 세계 음악계의 주제는 ‘슈트라우스’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사진)는 탄생 150주년을 맞은 독일 작곡가다. 올해 전세계 80곳에서 오페라 350회 이상이 공연되고 있다. 유럽은 올해 10유로짜리 주화를 발행하며 150주년을 기념했다.

 슈트라우스는 서양음악사의 19세기와 20세기를 연결한 작곡가다. 문학·철학 같은 요소를 음악에 도입하려 했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일출 장면에 삽입되는 등 대중성도 지녔다. 또 피아노로만 반주되던 가곡에 오케스트라 반주를 붙여서 고정 관념을 깼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서 중요한 오케스트라들을 이끌며 당대의 스타 음악가로 주목받았다. 대표적 여름 음악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창립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기념 물결은 독일에서 가장 떠들썩하다. 드레스덴의 오페라 극장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9편을 한해 동안 공연한다. 작곡가가 말년을 보낸 가르미쉬는 생일인 지난달 11일부터 열흘 동안 그의 작품만으로 축제를 벌였다.

 명문 오케스트라들도 슈트라우스를 조명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지난달 4~7일 슈트라우스 작품만 연주했다. 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올해의 중심 오페라 무대에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를 올려 8회 공연한다. 영국·미국에서도 슈트라우스 무대가 연이어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 ‘슈트라우스 불모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기념 공연 3회를 진행하는 정도다. 내한하는 외국 오케스트라가 연주 곡목 에 한 둘 끼워넣을 뿐이다. 새로운 조명이나 연구 차원의 공연도 찾기 힘들다. 5월엔 한국오페라단이 오페라 ‘살로메’를 무대에 올렸지만 혹평 받았다.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 씨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 연출로, 작품의 선정성만 부각했다”고 비판했다. 슈트라우스 기념 해에 걸맞은 공연이라 볼 수는 없는 셈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같은 19세기 말 작곡가인 말러·브루크너는 바람이 불었는데, 슈트라우스만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무대만 유독 조용한 이유는 뭘까. 그의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우선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하고, 복잡한 화음 진행과 거대한 음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음악학자는 “슈트라우스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연주할 만한 인력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흥행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5년 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내한해 슈트라우스 작품만 연주한 공연은 유료 관객이 30%를 맴돌았다.

 음악 바깥의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음악학자 최윤정씨는 “슈트라우스 연구에서는 나치 협력 이력이 늘 거론되곤 했다”며 “특히 2000년대 초까지 그랬었는데, 최근에는 이같은 이력을 중립적으로 보는 분위기”라 전했다. 나치의 기념 행사를 지휘한 기록 등이 남아있지만, 적극적 협조는 아니었다는 반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슈트라우스 금기(禁忌)’가 풀릴까. 쉽지 않을 듯하다.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가 10여 년 스승으로 삼았고, 그의 조언으로 만주국 창립 10주년 기념음악을 1942년 작곡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음악학자 김미선씨는 “슈트라우스 하면 안익태를 떠올리고 음악보다 정치적 과거와 연관 짓는 국내 분위기가 쉽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슈트라우스의 기여가 무엇이었는지는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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