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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알라'는 모두의 '알라'가 아니다

‘알라’는 아랍어로 ‘신(神)’이라는 의미다. 정관사 al(=the)과 ilah(=God/신)의 합성어로 유대교의 ‘야훼’, 기독교의 ‘여호와’와 같은 뜻이다. 그런데 지난 7월 7일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무슬림이 아닌 자가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오로지 무슬림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정부의 명령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타 종교를 믿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자신의 신에게 ‘알라’라는 말을 쓴다면 무슬림들에게 혼돈을 주고, 타 종교의 신도 같은 ‘알라’이므로 개종의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말레이시아에서 알라는 모두의 알라가 아니라 무슬림만이 섬길 수 있는 신이 된 셈이다. 이 문제는 몇 년 동안 나라의 심각한 논쟁 주제로, 이로 인해 종교 간 분쟁이 격화되어 수많은 기독교 교회가 방화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인구 3000만 명의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국가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인구의 60%인 말레이인 거의 모두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국교가 이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민족으로는 25%의 중국계, 8%의 인도계가 있지만 소수민족 최대 종교는 불교가 20%, 기독교가 9%, 그리고 힌두교가 6%를 차지한다. 이제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어를 사용하건 안 하건 불교도, 기독교도, 힌두교도들은 ‘알라’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이 나라 정부는 2007년 말레이어로 발행되는 가톨릭 주간지 ‘더 헤럴드’에 신의 개념으로 ‘알라’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바 있다. 자신의 말로 신을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면 외국어를 차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비 무슬림 말레이인들의 경우다. 국교는 없지만 이러한 조치를 통해 말레이인들을 결집시키고 종교의 순수성과 타 종교에 대한 우위를 지키려는 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전 총리 때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할 정도로 공격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했던 나라지만 세계의 보수화 물결은 이 나라도 비껴가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로마 가톨릭교와 개신교는 서로 다른 신을 섬기고 있다. 가톨릭교가 ‘하느님’을 모시는 반면에 개신교는 ‘하나님’을 모신다. 기독교의 도입 과정에서 ‘하느님’이란 지칭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지만 개신교는 자신들만의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불러 차별화한 것이다. 알라가 모두의 알라가 아니듯, 하느님이 모두의 하느님이 아니니 말레이시아의 경우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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