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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느낌적인 느낌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누군가 ‘일적으로’ 만난 사람과 ‘마음적으로’ 힘들었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자라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 누군가가 겪은 힘든 상황 때문이 아니라 ‘적(的)’이라는 한자어 접사에 ‘일’이나 ‘마음’ 같은 순우리말 명사를 결합한 조어법이 부자연스럽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기사로 옮길 때면 말한 사람의 교양을 독자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일 관계로’나 ‘일로’ 만난 사람과 ‘심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는 식으로 다듬곤 한다. 한데 갈수록 이런 말을 자주 접한다. 그때마다 고민도 커진다. 직접 인용의 경우 말한 이의 표현을 원문 그대로 소개하고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한편으로 기존에도 사회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등등 한자어는 물론이고 외래어 명사까지 ‘적’자를 워낙 많이 붙이는 마당이라 ‘일적’ ‘마음적’만 탓하기도 뭣하다.

 말이란 사회와 시대에 따라 의미가 확장되고 변용되기 마련이다. 사라지는 말도, 생겨나는 말도 있다. 특히 새로운 표현의 등장은 이전에 굳이 따로 이르지 않았던 그 무엇을 콕 짚어 지칭할 필요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사회 변화를 읽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표현이 살아남는 건 그 표현이 주는 편리함 덕분이다. 예컨대 누군가 상당히 웃긴 이야기를 해서 듣는 사람들이 한바탕 크게 웃은 상황이라면 ‘빵 터졌다’로 짧게 요약할 수 있는 식이다. 한데 충분히 보편성을 얻지 않은 새 표현을 그 의미를 추정할 단서 없이 사용하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빵’과 ‘터지다’의 본래 의미에 충실한 우리말 사용자라면 ‘빵 터지다’에서 김밥 옆구리 터지듯 빵이 터진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다. TV 외식 프로그램 중 하나는 이른바 ‘빵 터지는’ 순간에 빵 속의 크림이 삐져나온 그림을 아이콘처럼 등장시키기도 한다.

 순우리말에 ‘적’을 붙인 예로 최근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개인적으로도 가끔 쓰게 되는 말이다. 뭔가 적확한 말을 찾기는 애매한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대충 어떤 분위기를 가리키는지 공감할 수 있을 때 편리하다는 생각에서다. 굳이 기존 표현으로 바꾸자면 ‘~할 것 같은 느낌’ 혹은 ‘~하는 느낌’에 가깝다. 마침 얼마 전 이지형이란 가수가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내놓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설렘을 담은 노래인데, 노랫말에 따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느낌적인 느낌’이 바로 그 설렘이다. 시적인 뉘앙스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쉽게 옮기면 ‘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노래 가사는 그렇다고 쳐도, 일상에서 이 말을 쓰는 스스로의 심리는 뭘까. 워낙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의견들이 많으니까 단정적 주장을 피하고 간접적 화법을 선호하게 된 소심한 심리 때문인 것 같다고 하면 지나친 느낌일까.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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