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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48> 수산물이력제

최선욱 기자
비 오는 날엔 생선 가게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얘길 들어보셨을 겁니다. 괜히 이런 얘길 듣고 나면 비 오는 날 굳이 수산물을 찾아 먹는 게 유쾌하진 않겠죠. 장마철엔 특히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여름 내내 생선 반찬을 올리지 않기도 애매합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수산물이력제’가 얼마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수산물이력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 오는 날엔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다는 말은 속설이 아닌가 봅니다. 최근 어느 신용카드 회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비가 많이 내릴 때 실제로 일식·횟집에서 카드 사용 건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지난해 6월 마지막 주엔 강수량이 2㎜였는데, 이때 일식·횟집에서 카드 결제는 4만1914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2주 뒤 강수량이 352㎜로 올라갔을 땐 결제 횟수가 3만4941건으로 16.6% 줄어든 겁니다. 비 오는 날엔 외식을 꺼리는 탓도 있겠지만, 이 카드사는 비와 수산물 소비의 상관 관계가 있다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비 내리는 날 수산물을 먹지 말라는 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엔 햇볕을 쬐지 않아 세균이 득실거린다”는 얘기도 있고, “비가 내리면 배가 뜨지 않기 때문에 미리 잡아 놓은 생선을 판다”는 말도 있죠. 이런 얘기들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이 때문에 비 오는 날 소비가 주춤하게 되나봅니다.

장마철 수산물 소비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

한 대형마트에서 수산물이력제가 적용된 봉지굴을 홍보 모델이 소개하는 모습. 봉지에 나온 바코드를 수산물이력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촬영하면 굴의 생산 날짜와 원산지, 유통 경로를 알 수 있다. [중앙포토]

 소비자들의 걱정은 “요즘 같은 장마철엔 사람들이 생선을 안 사먹을 테니, 시장에서 파는 수산물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오래된 수산물이 그대로 매장에 진열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에, 소비자들이 품질을 더욱 믿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그럴수록 어민이나 횟집의 돈벌이는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4월부터 해양수산부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수산물이력제’가 대표적입니다. 수산물에 바코드가 적힌 꼬리표를 달아서 이게 어디서 왔는지, 언제 잡힌 건지, 어떤 유통업체를 거쳐 매대에 놓인 건지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오늘 아침 갓 잡아올린 생선이구나”라는 식의 이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수산물 소비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산물이력제 적용 품목은 굴·넙치(광어)·참조기·미역·멸치 등 20가지입니다. 국민생선이라 불리는 고등어는 4월1일부터 이력제 적용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엔 갈치로도 확대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했죠. 이제는 대형마트에서 고등어와 갈치를 살 때 이력표시가 붙은 꼬리표를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꼬리표를 촬영하면 자동으로 유통 이력을 알려줍니다. 그러면 장마철에도 신선한 수산물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는 거죠.

넙치(광어) 꼬리에 붙은 이력표시를 촬영하기 어려우면 이력번호를 앱에 입력해도 유통경로를 알 수 있다. [중앙포토]
 실제 활용 방법을 알아봅시다. 우선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 들어가 ‘수산물이력제’를 검색해보세요. 그러면 해수부가 만든 수산물이력조회 앱이 맨 위에 나옵니다. 이걸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하면 됩니다. 실행화면엔 4가지 아이콘이 뜨는데, 이 가운데 ‘이력조회’를 누르고 바코드 촬영 화면을 실행해 마트의 수산물 꼬리표를 폰 카메라로 찍어보세요. 그러면 수산물 이름과 그 특징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여기서 ‘이력단계 보기’를 클릭해 들어가면, 이 상품의 생산·가공 날짜와 업체가 표시됩니다. 이 기사를 읽는 지금, 당장에라도 전통시장·대형마트·백화점에 가서 이를 확인해보고 싶은 분들은 ‘판매처조회’를 눌러보세요. 그러면 내가 있는 곳에서 몇 m 떨어진 곳에 수산물이력제 적용 상품 판매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산물이력제 표시 양식. 현재 548개 수산 관련 업체·어가가 이력제에 참여하고 있다. 수산물이 팔린 일시·장소가 기록되기 때문에, 생산자는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중앙포토]
 우리가 요즘 수산물을 살 때 걱정하게 되는 또 한 가지는 원산지 문제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래서 혹시 일본산 갈치인데도 국내산으로 표시됐을까봐 의심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때도 이 수산물이력제 앱을 이용해 원산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 앱에 나온 정보는 모두 믿어도 좋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손재학 해수부 차관도 “이력제품은 안전한 우리 앞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이니까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수산물이력제 앱에 나온 원산지와 유통 정보는 정부가 보증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고등어·갈치·넙치·조기·전복·뱀장어·명태는 수산물이력제 확산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중점 관리하는 품목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력제 참여업체 548곳 … 비용 일부는 정부 지원

 이런 일이 생겨선 안 되겠지만, 수산물에서 이물질이나 세균이 다량으로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피해를 본 소비자는 유통 단계에 관련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데도 이력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신속히 물건을 회수하고, 원인 경로를 파악하는 작업에도 이력제가 활용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수산물이력제가 보편화되면 수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판매량이 많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민과 수산물가공업체 소득도 늘어나고, 그만큼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도 많이 질 테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이력표시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가공·유통업체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업체가 이력제 대상 업체로 참여해주길 바라는 겁니다. 생산단계에서는 수협이 어업인을 대신해 이력관리를 하고 이를 정부에 통보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또 이력제 참여업체에 대해선 전담 콜센터를 운영해 1 대 1 지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상품 등록이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정부가 이 같은 이력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과 자문을 하고 있는데, 그 대상 업체는 최근까지 90곳을 넘어섰습니다. 이력제 참여업체는 548곳입니다. 지난달엔 갈치에 대한 이력제 적용을 앞두고, 갈치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제주에서 수협과 참여업체들이 모이는 간담회도 열렸습니다. 이력제에 참여를 원하는 어업조합·업체는 수산물이력제 홈페이지(www.fishtrace.go.kr)에 들어가 ‘컨설팅 신청’을 누르면 됩니다.

일본·EU·중국 등 다양한 수산물이력제 운영

 이력제에 참여한 업체는 내가 가공·유통한 수산물이 팔린 곳을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수산물이 ‘언제·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산자는 ‘언제·어디서 팔렸는지’가 궁금할 테니까요. 일정기간 이력제에 나온 기록을 살펴보면 A마트 X점에서는 갈치가 많이 팔리고, B백화점 Y점에선 참조기를 찾는 손님이 많다는 정보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인기 품목을 집중 배치해 판매량을 늘리고 반품량은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유통 정보가 확실히 공개돼있다는 점이 다른 나라에도 알려지면 수출 경쟁력도 올라갈 거라는 게 정부의 기대입니다.

 수산물이력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일본에선 수산물 중에서도 ‘굴 이력추적제’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수입산 굴이 원산지를 속여 유통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하네요. 이에 소비자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예방책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굴 이력제입니다. 유럽연합(EU)에선 수산물이력제가 ‘Trace Project’로 불립니다. EU에선 각 기업이 수산물 이력을 기록·보존해왔는데, 회사마다 방식이 달라서 소비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하네요. 이를 2009년부터 통일해서 운영하고 있는 게 Trace Project입니다. 중국에선 중앙정부가 아닌 베이징시가 수산물이력제를 운영합니다. 공식 명칭은 ‘수산물 품질안전 이력제’입니다. 2006년 자라·산천어·병어를 대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제품에 표시된 식별번호를 인터넷·전화·문자메시지를 이용해 확인하는 방식이 주로 쓰입니다. 대만도 같은 제도를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모든 농수산품에 적용한다는 게 대만 정부의 목표입니다. 세계 6대 수산물 생산국인 필리핀은 2012년이 돼서야 이력제를 시행했습니다. 수산물 부국이지만 자국 내에서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생선을 샀다는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면서, 필리핀 정부도 이력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겁니다. 또 수출을 위해서도 이 같은 이력 확인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봤겠죠. 이력추적 중점 품목은 정어리·참치·새우입니다. 현지 고급레스토랑에서 주로 쓰이는 수산물을 시작으로 노하우를 익혀,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게 필리핀의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수산물이력제가 시행된 건 실제 2008년부터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이 제도가 활성화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기생충의 한 종류인 ‘쿠도아(Kudoa)충’이 국내 활넙치에 퍼져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이력제 활성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계기로 고등어도 이력제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쿠도아충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에 정부는 넙치 양식 단계에서 쿠도아 검사를 3번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쿠도아충에 따른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수산물을 집단 폐기하겠다고 합니다. 이 때도 수산물이력제가 활용될 예정입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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