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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대통령들, 줄줄이 울산 가는 이유는 …

SK에너지 울산공장을 찾은 가나의 정유업체 기술진들이 공장운영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사진 SK에너지]

“여기가예, 50년 전만해도 귀신고래가 났던 곳이라고 합니더.”

 지난 3일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있는 SK에너지 정유공장. 윤성욱(48) 홍보팀 부장이 멀리 내다보이는 바닷가를 가리킨다. 정박 중인 배 여러척이 어렴풋이 보이는 그 곳은 장생포항. ‘고래가 사는 바다’란 뜻으로 경해(鯨海)로도 불렸던 곳이다. 귀신고래며 참고래, 긴수염고래가 잡히던 이 항구의 풍광이 달라지게 된 것은 196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외국서 돈을 빌려왔다. 그리고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정유탑(제1상압 증류시설)을 세웠다. 원유를 들여와 이곳에서 정제해 산업동력원으로 쓰도록 한 것이었다.

 지난 50년 사이 울산공장은 여의도 3배 면적으로 불어났다. 차로 시설을 돌아보는 데만도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릴 정도다. 정제 능력(하루 84만 배럴)만으론 세계 3위지만 원유를 분해해 만들 수 있는 윤활기유, 아스팔트, 폴리에틸렌 등 모든 석유화학 제품이 나오는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 공장으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최근 10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8년 대만의 포모사가 “공장 운영 비법을 알려달라”며 SK 울산공장을 찾았다. 포모는 아시아 최대의 나프타 분해 설비를 갖춘 화학회사다. 2007년엔 싱가포르 회사가, 2008년엔 인도네시아 업체들이 공장운영과 유지 보수를 맡아달라며 찾아왔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해외 산유국 정상들도 찾기 시작했다. 2010년엔 에콰도르의 라파엘 꼬레아 대통령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공장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이듬해엔 콜롬비아 산토스 대통령, 2012년 3월엔 가봉의 봉고 대통령, 5월엔 페루의 우말라 대통령 일행이 줄이어 공장을 돌아봤다. 이들은 모두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원유를 정제해 수출한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에콰도르 대통령은 당시 안내를 담당했던 최태원 SK 회장에게 “이렇게만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허 부장은 “산유국이면서 원유만을 수출했던 국가 정상입장에서는 원유를 수입해 이를 재수출하는 한국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보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상들의 잦은 방문은 뜻하지 않은 수익으로 이어졌다. SK에너지는 2009년 베트남의 석유화학 기업인 BSR과 공장 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1200만 달러에 맺었다. 1차 계약이 끝나고서도 BSR은 ‘러브콜’을 보냈다. 올 3월 BSR의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인데 울산 공장을 하루정도 돌아보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다. 쿠웨이트는 올 한해 3차례에 걸쳐 88명의 국영석유회사 기술진 교육을 울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2012년 울산을 찾았던 봉고 대통령은 지난 5월말 자신의 비서실장을 보냈다. 연간 37억 배럴의 석유가 나오는 아프리카 9위의 산유국인 가봉이 울산을 벤치마킹해 석유화학과 정유 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라는 특명과 함께였다. 울산 공장 관계자는 “정유와 석유화학업은 ‘경험의 업(業)’인 것 같다”면서 “최근들어 정유와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은데, 50년 한우물을 파며 쌓은 공장운영 기술을 수출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의 악화, 석유화학 시장의 부진 등 불황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원유정제 과정에서 얻는 ‘아스팔트’는 수출을 위해선 깡통포장이 필수였다. 하지만 깡통을 버리는 것도 큰 일이었다. 현장 직원들이 “플라스틱 포대에 넣어 수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플라스팅 포대채로 녹여 사용하니 아스팔트가 자연스레 플라스틱 코팅이 됐다. 빗물이 스며들지 않은 아스팔트 신제품은 건설수요가 많은 중국 시장을 40%나 차지하고 있다. 울산의 공장 부지 한켠에선 SK종합화학과 일본의 JX에너지가 합작으로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최근 건설을 마친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이 시운전에 들어갔다. 파라자일렌은 페트병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간 여러 위기를 극복한 저력으로 현재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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