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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헐벗은 고은양…엄마 나빠요?








저는 ‘나쁜 엄마’입니다. 적어도 버스나 지하철에 탄 어르신들 눈에는 그렇습니다.

고은양은 ‘화끈한’ 아기입니다. 열이 많습니다. 사실, 아기들은 모두 열이 많다네요. 체온도 어른보다 1도 정도 높아서 37.5도까지는 굳이 병원에 간다거나 해열제를 먹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체온이 낮은 아이가 발달에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습니다.

아기들이 다 그렇다지만, 고은양은 유독 심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은양은 땀이 많습니다. 워낙 많이 흘립니다. 열이 많은데다 영아 답지 않은 풍성한 머리숱 탓인 듯합니다. 한 번 자고 일어나면 베개는 땀 범벅이 됩니다. 쭈쭈 한 번 먹고 나면 머리는 샤워한 것 마냥 쫄딱 젖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 탓에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목욕을 시켜야할 판입니다. 운전을 못하는지라 유모차 없이 아기띠 메고 외출하는 날이면 제 가슴팍은 고은양 땀으로 흥건하게 젖습니다. 제 온도에 고은양 온도까지 더해지니 체감 체온은 70도를 훌쩍 웃돕니다.

그러다 보니 좀 춥다 싶을 정도로 있어야 잠도 잘 자고 개운해 합니다. 양말도 신기 싫어하고요(가끔은 손도 안 대고 양말 벗기 개인기를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ㅠ). 다른 아기들은 지금도 꼭 양말을 신는데, 고은양은 5월부터 양말도 신지 않고 외출했습니다.

이런 고은양을 보면 어르신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6월인가요. 벌써 한여름의 열기가 느껴지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버스에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왔습니다. 고은양은 어깨띠에 매달려 잠들었습니다. 뒷자리 앉았는데 갑자기 통로 옆 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팔을 쑥 뻗어옵니다. 고은양 발을 만지면서 “애가 추운데 애 엄마가 양말도 안 신기고…” 이러면서 중얼거리십니다. 저를 보곤 아예 “에어컨 바람도 나오는데 애가 추워. 이렇게 다니면 어떻게. 이불로라도 좀 싸고” 라며 충고하십니다.

고은양은 자느라 정신 없는 상태. 재우느라 아기띠의 목 보호대를 올렸더니 바람이 안 통하는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 고은양을 이불로 감싸라니…. 그려러니 하고 있는데 제가 꿈쩍 않자 계속해서 “애 엄마가 어쩌구 저쩌구…” 라며 뭐라 하십니다. 내리는 순간까지요. 저는 버스에서 애가 추운데 신경도 안 쓰는 나쁜 엄마가 됐습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이야 낫지만 고은양 맨발로 있는 모습만 보면 “애 엄마가…” 이런 소리는 자동으로 나옵니다. 하긴 문화센터에서 보면 꼭 양말을 신기고 기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신발까지 신겨서 오는 엄마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면 제가 고은양을 너무 ‘막’ 키우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고은양이 워낙 싫어하니 별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그리고 조리원에서 나올 때 들은 얘기는 아기는 시원하게 해 줘야 한다, 는 거였습니다. 너무 따뜻하게 해 줬다가는 오히려 태열이 오를 수 있다고요. 조리원 선생님은 “아마 집에 가면 어른들이 애를 꼭꼭 싸 매고 보일러 틀라고 하는데 눈치껏 잘 시원하게 해 줘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고은양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입힐라치면 어른들은 애가 춥지 않겠냐며 꼭꼭 싸매라고 득달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조리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집에 오신 시어머니께서 역시나 고은양을 싸매라고 하는데 시어머니 말씀이니 듣지 않을 수도 없고. 태열이 오르는지 얼굴에 좁쌀 같이 뭐가 나는 겁니다. 어머님 가신 뒤 시원하게 해 주니 금방 가라 앉았습니다.)

예전보다 덜 하기는 하지만 지금도 에어컨 틀어 놓은 실내에선 고은양 발을 붙잡고 “애 엄마가…”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물론 아기의 체온 조절 능력이 어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바깥 온도에 아기 체온이 급변하는 걸 막기 위해 옷을 잘 입혀야 하겠지만, 고은양이 땀을 흘리는 걸 보자면 옷을 두껍게 입힐 수가 없습니다.

춥게 키우는데도 고은양은 아직까지는 잔병치레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냥 “애 엄마가…” 이런 소리 들으며 쭉 ‘나쁜 엄마’ 하렵니다.

ps. 왜 이렇게 할머니들이 아기를 꼭꼭 싸매라고 할까요. 전혀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누군가가 한 말이 귀에 꽂히더군요. “자기들이 추우니까 그저 아기도 꼭꼭 싸매라고 해요” 라는. 그러고 보니 호주 출장 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주변 산책로 벤치에 파카를 입고 앉아 볕을 쬐는 할머니, 그리고 그 앞으로 민소매 반발을 입고 조깅하며 지나가는 젊은 청년.

고란 기자

[사진]

1) 쭈쭈 먹다 그대로 잠드신 고은양. 먹고 사는 게 힘든지 땀이 흥건. 고은양 지못미, ‘엄마는 안티’ 스타일 도촬.
2) 남들은 이불로 다리를 덮어준다지만, 고은양은 하의실종. 시원한 게 최고.
3) 문화센터 온다고 친구들은 차려입었지만, 고은양은 헐벗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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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