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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상식을 묻다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
‘골콘다’(1953·겨울비). 중절모 쓴 신사가 비처럼 쏟아지는 이 작품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마그리트는 ‘골콘다’ 뿐 아니라 여러 작품 속에 중절모 쓴 남자를 자주 그렸죠. 그래서일까요. 마그리트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마그리트 재단은 중절모 쓴 남자가 등장하기만 하면 세계 어디든 찾아가 값비싼 저작권료 청구서를 들이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마그리트가 ‘골콘다’를 직접 설명한 글을 읽으면 갸우뚱해집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중절모는 전혀 독창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중절모 쓴 남자는 익명성 속에 숨은 미스터 애버리지(Mr. Average·평균인)다. 나 역시 중절모를 쓰고 있다. 대중 사이에서 눈에 띄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살았던 시절, 남자들이 너나 할것없이 중절모를 썼습니다. 그렇기에 중절모를 쓰면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려웠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심리를 중절모 쓴 남자로 표현한 겁니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뜨자, 후손들은 중절모 쓴 남자는 모두 마그리트의 것이라는 식으로 영수증을 청구합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학술적인 목적으로라도 그의 이름을 책 제목에 쓰면 거액의 성명권까지 요구하죠. 이쯤되면 예술가의 창작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확보한다기보다 후세의 창작의지를 꺾는 갑(甲)질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있지 않을까요.

 이번 주 江南通新 커버스토리는 바로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분명히 해두지만 저작권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달라진 사회의 모습과 일반의 상식이라는 선에서 조화를 찾아야할 때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6~7면에서 요즘 청담동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의 20대 동업자 3명을 인터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집도 안 가고 잠 줄여가며 내놓은 디자인을 너무 쉽게 카피하는 걸 보고 이들은 처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짝퉁’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카피업체가 원목가구 시장을 알아서 넓혀줬으니까요. 남의 디자인을 베끼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도용당했다고 꼭 피해를 보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용자는 저작권을 존중하고, 거꾸로 창작자는 이를 현명하게 푸는 방법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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