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 (19) 프랑스 데카르트 고등학교



프랑스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자율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걸 더 강조한다. ①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근처 공원으로 소풍을 간 임서현(오른쪽 두 번째)양과 친구들. ② 데카르트 고등학교 도서관 모습. 수업이 없으면 여기서 스스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다. ③ 서현이가 다녔던 소(Sceaux) 잔다르크 중학교 게시판에 학생들이 작성한 시가 붙어있다. ④ 서현이가 재학 중인 데카르트 고등학교 교실.


1995년 남편과 프랑스 유학을 왔다. 남편은 공부를 마친 후 2006년 한국에 들어갔지만 나는 중학생 딸 서현이와 함께 프랑스에 남았다. 자녀 교육 때문이다. 이곳 교육 시스템에 익숙하다보니 한국에서 아이 키울 자신이 없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귀국하면 한국 중학교는 물론 외국인학교에 다녀도 사교육에 한 달 수백 만원씩 쏟아 부어야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만으로도 질렸다. 프랑스에서 최상위권 성적이던 아이가 한국에 돌아가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걸 보고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당시 우리 애도 중학 3년 내내 전교 1등을 했는데, 입시 위주 한국 교육 시스템에선 아이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내가 겪은 프랑스 교육의 장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대입 부담이 적고,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반면, 예체능 교육의 기회는 많은 점, 또 유치원서부터 자율성과 사회성을 기르고,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 평준화로 입시 부담 적어

프랑스는 한국같은 치열한 입시 경쟁이 없다. 대학 평준화 때문이다. 바칼로레아(대학자격시험·Baccalaureat)만 통과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00E9>coles)은 예외다. 여기에 입학시키려고 프랑스 학부모도 명문고에 보내려고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상위 5% 최상위권 학생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데카르트 고등학교(Lyc<00E9>e Descartes)는 공립고다. 프랑스는 공립과 사립간에 교육 시스템이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 합격률로 학교 수준을 평가하는데, 사립고가 주로 상위권을 차지한다. 고교 진학 때 고민이 많았다. 지역 내 공립고와 사립고는 물론 파리에 있는 명문고인 루이르그랑(Lyc<00E9>e Louis le Grand)과 앙리4세(Henry IV)까지 염두에 뒀다. 원래 공립이라 해당 지역 거주 학생만 진학할 수 있지만 서현이는 성적 우수자라 지원이 가능했다.

소(Sceaux) 잔다르크 중학교 전경. 
이 학교에 보내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2시간 넘게 걸리는 등하교 시간이 문제였고, 혹시라도 아이 자존감이 낮아질까 우려했다. 아이들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웬만한 유명인사 자제는 대부분 그 두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제적 수준도 높으니 학교에 옷을 몇 벌씩 가져와 쉬는 시간마다 갈아입는 아이가 있을 정도란다. 이건 애교 수준이다. 학교 식당 밥이 맛이 없다며 한 끼에 4만~5만원하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방학 때마다 헬기 타고 성(城)에 놀러 간다는 거다. 한창 감수성 예민할 시기에 그런 아이들 틈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공립고에 보냈다. 한 달 학비가 75만원쯤 하는 사립고와 달리 무상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아이 장래희망이 의사인 점도 고려했다. 프랑스는 대학이 평준화돼 있는데 의대도 예외가 아니다. 바칼로레아만 통과하면 누구나 의대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의사가 되는 건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상위 10%만 2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다. 의대 진학여부가 대학교 1학년 때 판가름나는 셈이다. 만약 의사가 아니라 변호사를 꿈꿨으면 어떻게 해서든 사립고에 보내 그랑제꼴을 준비시켰겠지만 의사를 하기엔 공립고로 충분했다.

사교육 필요 없는 나라

사교육이 필요없는 게 프랑스 교육의 장점이다. 일단 학원이 없다. 간혹 수업을 못 따라가면 시간당 3만~5만원짜리 과외를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6개월 넘게 장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그랑제꼴 입학을 원하거나 명문 사립고에 보내려고 더러 한국식 과외 뺑뺑이를 돌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극소수다. 프랑스 사람 대부분 여윳돈이 있으면 여행을 떠날지언정 자녀 교육에 쏟아 붓지 않는다. 삶의 목표가 바캉스인가 싶을 정도로 여행을 즐긴다. 여름방학에는 한 달 넘게 바캉스를 떠나는 집이 많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사교육을 한다고 하면 다들 예체능을 떠올린다.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해 음악·미술·체육 관련 사교육을 받는다. 시청 등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비용도 저렴하다. 사립학교 학비 등이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것처럼 이런 프로그램도 가정형편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 사설 학원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서현이는 연극·피아노·발레·모던댄스·수영·과학놀이·서커스 등을 배웠는데,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 수업의 한 달 비용이 7만~8만원 수준이었다.

데카르트 고등학교 전경.
모두 질이 우수하지만 특히 음악 교육 시스템이 잘돼 있다. 음악전문교육기관인 콩세르바투아르가 도시마다 하나씩 있다. 시립이 대부분이지만, 도립이나 국립도 있다. 이곳에서 클래식 음악과 발레를 배울 수 있다. 음대 교수가 직접 와서 가르치기 때문에 시청 프로그램보다 수업 질이 높고 수업 시수도 더 많다. 보통 일주일에 세 번인데 두 번은 실기, 한 번은 이론 수업이다. 서현이는 합창·오케스트라·바이올린 등을 배웠다. 초등학생 때는 경쟁률이 높지만,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든다.

“아이 가방 들어주지 마세요”

어려서부터 자율성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교육도 만족스럽다. 자율성과 사회성 교육은 유치원부터 이뤄진다. 독립된 개체로 자기 몫을 다 하고,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뤄 살아갈 수 있게 가르친다.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낯선 환경에서 혼자 살아나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유치원에서 가장 많이 듣는 게 “이제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혼자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신발 끈은 스스로 매도록 훈련한다.

가정에서도 이렇게 교육하도록 한다. 예컨대 엄마가 아이에게 옷을 입혀주는 모습을 보면 유치원 보육 교사가 “혼자 입게 하라”고 말한다. 또 엄마가 아이 가방을 들어줘도 “혼자 들게 하라”고 제지한다. 엄마가 뭐든 해줘 버릇 하면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는 이유다. 실제로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가 넘어져도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 3살짜리 꼬마도 자기 혼자 힘으로 일어난다. 한국에서는 초등생은 물론 중학생 중에서도 엄마가 과제를 대신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프랑스에서 3살 넘은 아이를 안고 다니는 사람 열에 아홉은 한국 사람이다.

자율성뿐 아니라 사회성 기르는 데도 힘쓴다. 유치원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듣는 말은 아마 “너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다른 사람을 존중해라”는 것일 거다. 집에서는 먹고 싶을 때 뭐든 먹을 수 있었더라도 유치원에서는 정해진 시간에만 밥과 과자를 먹을 수 있다. 이 시간이 아니라면 사탕 하나라도 더 먹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 유치원에서도 이런 비슷한 교육을 할 지 모른다. 다른 점이라면 프랑스는 원칙을 중시한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사탕이 몇 개 더 남으면 원하는 학생에게 나눠주기도 하겠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스스로 즐기면서 공부하는 기쁨 알게 돼

천천히, 그러나 즐겁게 배우는 것도 프랑스 교육의 특징이다. 우리 애가 다닌 에꼴 누벨(<00E9>cole nouvelle·새로운 학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좀 특별했을 수는 있다. 이탈리아 몬테소리나 독일 프뢰벨처럼 특별한 교육철학을 가진 곳으로, 성적이나 점수를 내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아이가 3살 때 다니던 유치원은 3세(스몰)·4세(미들)·5세(하이) 3개 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유치원을 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어와 불어를 읽고 쓰기 시작했다. 초등 1학년 수학 문제도 곧잘 풀었다.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하고는 3세반 선생님을 찾아가 “월반을 시켜주거나 정규수업 외에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교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그 또래 아이가 알파벳 쓰고, 수학 문제 잘 푸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자전거 실컷 타고, 여행가는 게 더 필요하다는 거다. 그러고는 “알파벳 가르칠 시간 있으면 차라리 공원에 한 번 더 데리고 가라”고 했다. 그때 비로소 이곳 교육이 한국에서 경험한 것과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학업 능력보다 균형 잡힌 성장을 더 중요시한다는 걸 말이다.

초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이런 교육은 이어졌다. 문제 답을 찾기보다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가르친다. ‘6 곱하기 2는 12’라는 것보다 곱하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와 계산 과정이 여기선 더 중요하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국어 80점, 수학 90점과 같은 정량평가가 아니라 “불어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고 문법을 잘한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실험에 적극적이다”처럼 정성평가만 했다.

이런 교육 시스템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학교에 올라가 본격적으로 시험을 치러 성적을 받을 때 아이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 때 신나게 놀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봤으니 이제 공부할 준비가 됐다”는 거다.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를 했고, 학년 말 최우수 학생에게 주는 상을 3년 연속 받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웠어도 내 욕심으로 공부시켜 좋은 성적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즐기면서 공부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정리=전민희 기자

프랑스 교육환경은
사립도 부모 소득 따라 학비 달라
같은 학교 다녀도 월 수십만원 차이나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12학년제다. 초등 5학년, 중학 4학년, 고등 3학년 과정이다. 이중 의무교육은 6(초1)~16세(고2)까지다.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대부분 3~5세 3년간 유치원에 다닌다. 고교까지 모두 무상인데, 공립이라면 유치원 역시 무상이다.

프랑스는 공립과 사립학교 간에 차이가 있다.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공립학교는 프랑스 교육부 정책을 따르지만, 사립학교는 각 학교별로 다른 교육 철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무상인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 보내려면 학부모가 비용을 부담한다. 한국은 학생 모두 같은 비용을 내지만, 프랑스는 부모 소득에 따라 학비가 다르다. 예컨대 같은 학교에 보내더라도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공립은 해당 지역에 산다는 거주증명서를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사립 중·고는 우수 학생을 따로 선발하는 곳이 많다. 한국의 국제중이나 특목고를 떠올리면 된다. 사립중은 초등 내신을 활용하거나 자체 시험을 치르고, 사립고는 보통 중학교 내신과 중학교 졸업자격 국가고사 성적을 반영한다. 중학교 졸업자격 국가고사는 이처럼 상급학교 진학 용도로도 쓰이지만 유급생을 가려내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20점 만점에서 10점 미만은 유급 대상이다.

프랑스는 잘 알려진대로 바칼로레아(Baccalaureat)와 그랑제꼴(Grandes <00E9>coles)이라는 독특한 대입제도를 운영한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이 처음 도입한 대입 자격시험으로, 합격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 진학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일할 때나 전문기술 자격을 취득할 때도 바칼로레아 자격이 필요하다. 시험은 크게 인문·사회·자연과학으로 세분화 돼 있고, 5일간 시험을 치른다. 2013학년도 바칼로레아 합격률은 86.8%였다.

그랑제꼴은 상위 5% 엘리트를 위한 고등교육기관이다. 보통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부른다. 그랑제꼴에 들어가려면 우선 그랑제꼴 준비반에서 2년 과정을 마친 후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준비반에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바칼로레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것은 물론 고교 최종학년 성적표와 교사 추천서 등이 필요하다. 학생은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나 대학교수, 관공서나 각 기업체의 고급 간부로 양성된다. 그랑제꼴에 따라서는 졸업과 동시에 석사 학위를 수여하는 곳도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