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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늘수록 매출도 늘더라 … 짝퉁이 우릴 키워 준 셈

“대학 때 만났지만 밑바닥까지 다 본 사이” 라는 카레클린트 공동대표 3인. 사업 하며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이들은 수익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청담동 카레클린트 본사 1층 퍼니처카페에 정재엽·안오준·탁의성 대표(왼쪽부터)가 모였다.


눈썰미 좋은 주부라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출연자 옷차림이나 액세서리는 물론 세트 속 가구, 심지어 들고 있는 책까지 꼼꼼히 살피며 쇼핑목록을 추가한다. 업체들이 거액을 주고서라도 PPL(간접광고)을 하는 이유다. 그런데 2010년 홍대앞 반지하 사무실에서 홍대에 재학 중이던 20대 ‘미대 오빠’ 3명(안오준·정재엽·탁의성)이 시작한 작은 가구회사 ‘카레 클린트’는 PPL 비용을 지불하기는커녕 오히려 제작사가 사정해서 제품을 협찬받아간다. 현재 방영 중인 TV 예능 ‘인간의 조건’과 영화 ‘신의 한 수’를 비롯해 종영한 ‘응답하라 1994’나 ‘신사의 품격’ ‘넝쿨째 들어온 당신’ 등 대박 난 숱한 드라마 속 가구가 모두 이 회사 제품이다. 맥주 한 잔 하다 장난처럼 시작했다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 ‘카레클린트’의 디자인과 컨셉트를 베낀 미투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을 정도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경영 노하우는 물론 직장 경험도 전무한 세 명의 젊은이가 대표적 레드오션이라는 가구업계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창업 4년이 안된 신생 업체인데, 성장세가 놀랍다.

정재엽(이하 정)=“대학 때 창업했다. 셋 다 전공이 목조형가구디자인이라 원목 가구에 관심이 많았다. 마침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그 컨셉트에 잘 맞는 우리 제품이 눈길을 끌 수 있었다.”

탁의성(이하 탁)=“아무 것도 모르고 창업해서인지 오히려 우리 눈높이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맞춰 있었다. 평소 ‘이런 가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꿈꿔왔던 걸 만든 거다. 좋은 원목, 예쁜 디자인, 합리적 가격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좋다는 제품을 봐도 뭔가 2%씩 부족했다. 내가 쓸 가구를 만든다는 생각을 기준삼아 원목을 고르고 디자인을 정하고 가격을 맞췄다. 그게 통했던 것 같다.”

안오준(이하 안)=“미대생이라 경영의 ‘ㄱ’자도 몰랐다. 가격을 이렇게 낮춰 잡은 건 당시 유통 단계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 가격을 유지하려면 대리점이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건 꿈도 못 꾼다. 퍼니처 카페를 고안한 것도 유통 단계를 줄여 현재 단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단점이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퍼니처 카페가 뭔가.

안=“기존 가구 업체는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킨다. 보통 마진이 30~40%나 된다. 그렇다보니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자재 질을 떨어뜨려 수지를 맞출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에스토니아산 AA급 자작나무만 쓰지만 이걸로 만든 식탁이 30만원대에 불과하다. 이 가격을 맞추려면 유통 마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찾은 답이 퍼니처 카페다. ‘카레 클린트 더 카페’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한 후 카페 가구를 모두 우리 가구로 채우는 거다. 가맹점주는 카페 수익을 갖고, 우리는 카페 손님 중 우리 가구에 관심있는 사람을 소개받는다. 퍼니처 카페라는 건 인테리어 편집숍 한켠에 카페를 놓는 형식으로 원래 있었다. 하지만 가구 회사가 아예 자기 쇼룸을 카페로 만들고, 이를 가맹점으로 연결시킨 건 우리가 처음이다.”

협찬을 요청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때문에 카레클린트 가구는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서 심사위원이 앉았던 화이트 소파와 ② ‘응답하라 1994’의 나정이와 쓰레기 신혼집 거실 소파 ③ ‘넝쿨째 들어온 당신’의 거실 소파와 테이블, 거실장 등이 다 카레클린트 제품이다.
-기존 가구 회사가 걷지 않은 길인데, 불안하지 않았나.

탁=“전혀. 직장 경험이 없는 게 도움이 됐다. 뭐가 어려운 줄도 모르고 무모하게 시작했다. 물론 창업 전 시장 조사를 정말 많이 했다. ‘100% 국내 수공 제작한 원목 가구’라는 사업 모델이 기존 가구 시장에 없었다. 새로운 포지셔닝(사업기반)을 하는 거라, 유통 방식에서도 우리만의 길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자금도 부족했다. 각자 아르바이트 해서 번 200만원씩 600만원이 전부였다. 디자인뿐 아니라 홍보·판매용 홈페이지나 블로그도 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제작 과정 사진이나 원목 고르는 기준 등을 세세하게 올린 것도 열악한 상황에서 최대한 고객 눈길을 끌기 위해서였다.”

-원목 고르는 법이나 가구 제작 과정은 남에게 알려줘서는 안되는 사업 노하우 아닌가.

안=“상상도 못했는데 금세 모방 업체가 엄청 생겼다. 홈페이지에 원 자재부터 제작 과정 하나하나를 사진과 함께 올리니 아예 이 화면을 틀어놓고 우리 것과 똑같이 만드는 곳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리가 올려놓은 걸 보고 따라하니 우리가 봐도 디자인 디테일까지 비슷했다. 셋이 밤 새워가며 머리 터지게 회의해서 만든 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도용당했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정말 화가 났다.”

-어떻게 대응했나. 홈페이지의 정보를 내렸나.

탁=“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공개한다. 숨기는 대신 우리는 디자인 완성도를 계속 높여갔다. 어차피 같은 원목을 써서 비슷한 컨셉트의 가구를 만든다면 제일 예쁘고 완벽하게 만든 사람이 이기는 거다. 우리가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가니 다들 우리를 계속 따라할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더 낫게는 못 만드는 거다. 그렇다고 우리랑 다르게 가면 기능도 떨어지고 안 예뻐지고. 지금 단계에선 이런 최적의, 최상의 디자인에 우리가 먼저 도달했으니 카피 상품이 나와도 자신감이 있다.”

안=“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한다. 철학은 비슷하지만 분야는 다른 업체와 협업하는 거다. 소파는 영국의 해리스트위드와, 테이블은 국내 알루미늄 브랜드인 알루퍼스와 협업했다. 홈페이지 정보는 더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전에는 글과 사진으로만 제작 과정을 보여줬는데 이젠 아예 동영상을 올린다.”

정=“우리 홈페이지 보면서 가구를 만들면 절대 우리보다 잘 만들 수 없다. 카피 상품이 우리를 따라잡을 거라는 걱정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그리고 신기한 게 우리 회사 매출이 급성장한 시점이 카피 제품이 시장에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올 때다. 맨 처음 한두 업체가 따라했을 때는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원목 가구 시장 자체가 커지자 고객들이 그중에 최고 제품을 골라내더라. 결국 카피 업체들이 우리 회사를 키워준 셈이다.”

-소송을 하는 등 권리를 주장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

정=“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디자인과 제작 기술을 도용하면 법적 책임을 물린다’는 경고 문구를 올려놓긴 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일 같지 않다. 처음 의기투합해서 사업을 시작한 곳이 홍대 옆 월세 60만원짜리 반지하 사무실이었다. 거기서 지금 본사가 있는 청담동까지 오는 데 딱 6개월 걸렸다. 고속성장 비결이 있다면 계속 좋은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다른 카피 업체 찾아다니면서 고소고발하는 데 시간을 뺏기다 보면 언제 우리 제품을 리뉴얼하겠나.”

탁=“사업이 성장해 지금 경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 근본은 디자이너다. 계속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게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디자인은 이미 소비자가 인정했다. 초창기 만든 디자인에서 거의 변함없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중 어떤 제품도 뒤틀림이나 심각한 손상으로 AS가 들어온 일도 없다. 제품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맞는 길이다. “

안=“우리를 따라하다가 우리보다 더 잘 만드는 업체가 나오면 진짜 소송하고 싶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곳은 못 봤다. 대다수 카피 업체는 얼마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인기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카레클린트 제품이 눈에 많이 띈다. 대단한 인맥이라도 있나보다.

정=“홍대 반지하 시절 때 에피소드가 있었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제작사에서 협찬 부탁이 왔다. 가구 회사들은 웬만하면 영화에 협찬을 잘 안해준다. 주목도가 워낙 낮아 홍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회사에서 거절당하고 결국 우리한테까지 온 거더라. 그런데 우리는 제안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바로 허락했다. 제작 중엔 세트장에 자주 찾아가서 뭐가 필요한지 더 고민해서 부탁하지 않은 제품까지 넣어줬다. 한번은 이 영화 김용한 감독이 ‘아일랜드 식탁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새로 디자인하고 만들어서 갖다 줬다. 심지어 시나리오까지 받아서 셋이 돌려 읽어보면서 어떤 가구가 어울릴지 고민했다. 그런 모습이 기특했는지 김 감독이 다른 드라마 제작사나 영화사에 연결을 많이 해줬다.”

안=“영화 ‘은교’에서 박해일 방에 들어간 가구도 우리 제품이다. 드라마도 많이 했다. 시즌별로 동시에 2~3개 작품씩은 계속 협찬을 하고 있다.”

탁=“다른 업체들처럼 계산하지 않았던 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던 것 같다. 영화는 홍보에 도움 안되니까 협찬 안하고, 드라마는 어떻게 좀 해볼까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어떤 제안이든 고맙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했다. 그게 인연이 돼서 항상 더 좋은 기회가 열렸다.”

-친한 사람끼리 동업하는 거 아니라는데, 다투지는 않나.

정=“사업하면서 한번도 싸운 적 없다. 이미 대학 때 밑바닥까지 다 본 사이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안=“사업 시작할 때 같이 살았던 게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고시원에서부터 밥 같이 먹으며 하루 종일 붙어지내니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후 고시원에서 나와 오피스텔을 구했는데, 그때도 같은 오피스텔 건물 안에 모여살았다. 셋 다 바이크(오토바이) 타는 게 취미라 휴일에도 붙어있을 때가 많다.”

탁=“얼마 전 사업 시작한 후배가 술 사달라면서 ‘동업자랑 마음이 안 맞는다’고 하소연하더라. 그래서 ‘네가 지금 그 친구를 찾아가지 않고 나를 찾아온 게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해줬다. 동업자끼리 다른 사람 붙잡고 서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 그만큼 멀어진다. 우리는 불만이 있든, 좋은 일이 있든 셋 안에서 해결했다. 앞으로도 그 부분은 자신있다.”

-각각 서울·경기 출신인데 왜 굳이 고시원에 모여 살았나.

안=“처음엔 일단 셋이 모이자는 생각에 고시원에 들어갔다. 10월이었는데 첫날부터 4시간만 자고 계속 회의하고 디자인만 했다. 사무실이 없으니 홍대 주변 북카페에 노트북 들고 가서 커피 마시면서 하루 종일 있기도 했다. 정말 지쳐서 쓰러질 것 같으면 잠깐 방에 들어가 잠만 자고 다시 일했다.”

정=“주말이나 휴일에도 집에 안가고 붙어다녔다. 집에 가서 엄마가 과일 챙겨주고 그러면 헝그리 정신이 사라질 것 같았다.”

탁=“문제는 돈이 너무 빨리 떨어지는 거다. 쓴 돈이라고는 커피 값하고 고시원 비용뿐인데 600만원이 모래알 빠져나가듯 두 달 만에 삭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탁=“일주일 안에 각자 1000만원씩 만들어오기로 했다. 돈을 못 구해오는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걸로 하고.”

안=“대학생한테 누가 1000만원을 빌려주겠나. 지인들한테 20만원, 30만원씩 빌려서 겨우 1000만원을 만들었다. 3일이 지나 각자 마련한 돈을 모으니 4000만원쯤 됐다.”

정=“빚이 생기니까 겁도 나고,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12월에 다시 모여서 고시원 바로 옆 반지하 사무실을 구하고, 본격적으로 디자인 하고, 홈페이지와 블로그 만들고 공장 알아보러 다녔다. 창업 때까지 셋 다 하루도 쉰 날이 없다.”

-카레클린트의 디자인 철학, 사업 철학은 뭔가.

탁=“거창한 철학 같은 건 없다. 또 사업 노하우라는 게 없어서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다들 고가(高價)라고 생각한 원목 수제 가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했고, 카피 제품에 대응하지 않고 그냥 뒀다. 협찬할 때도 계산하지 않았다. 이런 진정성을 유지하는 게 과제다.”

정=“볼수록 예쁘고 유해하지 않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 상대가 황당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안=“처음 회사를 만든 게, 주변에서 ‘좋은 가구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가구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제품이 그 답이 되고 싶다.”

카레클린트 대표 3인방

프로필
정재엽
1985년 경기도 성남 출생-중앙초-성일중·고-홍대 목조형가구학과 4학년 재학 중
 
탁의성

1985년 서울 출생-길동초-보성중·고-홍대 목조형가구학과 졸

안오준

1987년 서울 출생-길동초-보성중·고-홍대 목조형가구학과 4학년 재학 중



정재엽(29)

사는 곳: 서대문구 현저동 극동스타클래스아파트
장보는 곳: 용산 이마트, 가끔 상암 홈플러스
운동하는 곳: 청담동 제이브로(크로스핏)
자주 가는 식당: 청담동 옛날집
혈액형: B형
가족: 부인 신지영(29·인테리어 디자이너)씨,
자녀 없음

탁의성(29)

사는 곳: 논현동 힐튼빌
장보는 곳: 청담동 SSG, 학동역 근처 홈플러스
운동하는 곳: 용산 아디다스 올인파크(풋살), 남양주 잔디구장(축구)
자주 가는 식당: 청담동 옛날집, 청담동 쇼쿠
(맛 좋은 초밥·회 가격이 합리적)
혈액형: AB형

안오준(27)

사는 곳: 광진구 화양동 KCC파크타운
장보는 곳: 장 안 봄(냉장고엔 생수뿐)
운동하는 곳: 청담동 제이브로, 용산 아디다스
올인파크(풋살)
자주 가는 식당: 우래옥 본점(양념갈비 먹으러)
혈액형: 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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