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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저작권, 막는 것만이 최선일까요?



레프트? 라이트?

 이념 성향을 묻는 게 아닙니다. 카피라이트(저작권)와 카피레프트(저작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작권에 근거해 사용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권리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겁니다. 저작권, 누구나 존중해야하고 침범당하면 안되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다거나 일반의 상식과 어긋난 점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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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작품도 아니고 이름 사용값으로만 160만원을 내라니 황당했죠. 성명권이라는 게 있는 줄도 전엔 몰랐어요. 도판이 많이 들어가는 미학책 한 권 제작비가 저자 인세를 제외하고 통상 400만~500만원쯤 들어가는데 이 책은 이미지 저작권만으로 600만원 가까이 들었어요. 고작 초판 1000부 찍는 데 말이죠.” 2011년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 그림을 통해 현대 철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시뮬라크르 이론을 설명한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박정자 지음)를 펴낸 기파랑 박은혜씨 얘기다. 출판사는 이 책을 출간하면서 마그리트 이름값만으로 160만원, 마그리트 작품 40점에 대한 저작권으로 350만원 등을 벨기에 마그리트 재단에 지불했다. 이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받는 데 든 비용이고, 실제 필요한 이미지는 따로 구매해야했다. 피카소도 성명권이 비싼 작가로 꼽힌다. 저작권, 즉 카피라이트는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창작자 권리를 인정해 경제적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창작활동을 북돋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점점 이런 취지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거꾸로 저작권이 감상자의 문화 향유를 방해하고 창작자의 창작 의지를 꺾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탓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건축학 개론’의 한 장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사용하는 데 들어간 저작권료(복제권)는 1800만원이었다. 그러나 개봉 후 상영권까지 지불하라는 분쟁에 휘말렸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에 피로감 쌓여

저작권과 관련해 일반인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음악, 특히 노래다.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1980년대만 해도 레코드 가게에서 여러 가수 노래를 테이프 하나에 임의로 녹음해 팔기까지 했다. 백화점과 놀이공원 등 도처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마음껏 틀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당하게 콘텐트 구입비를 주고 다운받은 노래라도 공공장소에서 틀면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심지어 인터넷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만 해도 불법이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용자 컴퓨터의 램(RAM)에 임시 저장됐다가 플레이가 되는데, 잠깐이나마 복제가 이뤄졌으니 저작권 위반이라는 논리다.

 대희국제특허법률사무소 조성광 대표 변리사는 “대중의 눈높이와 저작권법 조항 사이에 괴리가 있다”며 “검색과 다운로드, 공유 등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데 이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게 힘들고 불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다운받은 음원 등을 공공장소에서 틀면 저작권 위반이라는 조항을 들었다. “요즘은 대부분 노래를 음원으로 사는데 판매용 CD를 재생하는 건 합법이고 디지털 음원 재생만 불법이란는 건 법이 시대를 못 따라간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저작권을 침해할 의도 없이 잘 지키려해도 실수로 뭐 하나를 빠뜨리면 뒤늦게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2012년 인기를 끈 영화 ‘건축학 개론’ 제작사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남녀 주인공은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매개로 첫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제작사는 이 노래 사용을 위해 한국음반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저작료 18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영화 상영 중 문제가 불거졌다. 음저협은 “1800만원은 노래를 영화에 삽입하는 권리(복제권)에 대한 비용일뿐 극장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공연권)에 대한 대가는 아니다”라며 사용료를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이 영화 이후 모든 영화에 삽입하는 노래는 공연권까지 지불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는 물론 많은 특허까지 무료로 내놓으며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는 구글(왼쪽)과 독점적 저작권을 강조해온 마이크로소프트.
저작권자가 이렇게 권리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많은 비용까지 요구하다보니 연말이면 어디서나 흘러나오던 캐롤 듣기가 어려워진지 오래다. 기업분쟁연구소 조우성 소장(변호사)은 “최근 저작권 분쟁의 큰 흐름 가운데 하나가 과거엔 권리를 주장하지 않던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권리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그동안 노래 저작권은 작곡가와 작사가 2명이 갖고 있었으나, 최근엔 각종 악기를 다루는 실연자의 저작권까지 더해졌다. 과거에 없던 추가 저작권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용을 하려면 훨씬 번거롭다. 모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결국 이런 절차 등에 손발이 묶여 이로부터 파생되는 제2, 제3의 문화 콘텐트 생산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노래뿐만이 아니다. 제작 과정이 단순해 보이는 출판은 물론 여러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TV프로그램 등은 섣불리 제작했다가 저작권료로만 수천만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실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 삽입한 효과음을 제공해온 한 업체는 지난해 방송국의 VOD 서비스를 걸고 넘어지며 5년치 저작권료를 한꺼번에 요구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기도 했다.

 그나마 이건 수익 발생 후에 추가로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이고, 아예 콘텐트 생산을 못하게 되거나 저작권 문제 해결 때문에 제작일정이 한없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박은혜씨는 “2012년 밀랍인형으로 유명한 마담 투소를 통해 프랑스 혁명을 다룬 『마담투소』(미셸 모런 지음)를 출간할 때 표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느라 한 달 넘게 걸렸다” 며 “이건 해결을 했지만 계약금까지 냈다가 결국 계약금만 날리고 출간을 못한 경우도있다”고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 마담투소』 출간 계약 당시 표지를 원서와 똑같이 제작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미국 출판사 측은 표지 이미지는 제공하겠으나, 표지 관련 저작권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비용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문제는 표지의 배경과 모델, 그리고 모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모두 저작권자가 달랐다. 원서 표지 디자이너가 각각의 이미지를 합성했기 때문이다. 반지를 찍은 사진가를 찾아내 돈을 내고 허락을 받느라 한 달 이상 허비했다. 반지 이미지를 빼고 출간할 것을 제안했지만 “하나라도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저작권 위반”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여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힘 실리는 카피레프트 운동

이러니 과도한 저작권 보호로 문화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호서대 김종호(법학과) 교수는 “어떤 사회에서도 지식 체계 등은 전적으로 누적된 것”이라며 “원 저작권자가 독점적인 지위와 가격을 통해 사용료 비용과 절차를 불필요하게 증가시키면 결국 다른 이가 이를 진보적으로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조 소장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있느냐는 말도 있듯이 본인은 창작이라지만 이것저것 발라내다보면 실제 창작은 사실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작권에 의해 지식과 정보가 소수에 독점되는 현상에 반대해 나타난 시민운동이 카피라이트(저작권)의 극단에 위치한 카피레프트다. 모든 사람이 서로의 지식과 정한국커뮤니케이션연구소 오익재 원장은 “창작자 스스로가 카피레프트를 지지할 수 는 있지만, 창작자가 아닌 지식의 향유자가 카피레프트를 주장한다면 이는 공짜 심리에 불과하다”며 “가치있는 저작물을 이용하려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원칙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온라인의 이유 있는 공짜 전략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주도하는 카피레프트가 가능할까. 온라인 세상의 창작자, 즉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설계 지도’에 해당하는 소스 코드를 무료로 공개하고 배포하는 오픈 소스가 대세가 됐다. 정보 공개의 문턱도 시간이 갈수록 낮앙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회사가 구글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소스 코드뿐 아니라 특허 사용까지 자유롭게 허락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아무 제약없이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문을 열어준 거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운영체제로 익숙한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공짜로 내놓은 소프트웨어 중 하나다. 투자와 개발은 구글이 했지만, 삼성이나 LG는 구글이 경쟁사 주머니를 불려주는 카피레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뭘까. NHN Next 대학 손영수 교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넓게 퍼지는 게 곧 지배력” 이라고 설명했다. “공짜 전략을 통해 사용자를 최대한 넓게 흡수해 플랫폼적인 지배력이 생기면 그 안에서 특화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공짜를 통한 수 익 창출, 프리미엄(Freemium) 전략이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많아지면 이들이 고스란히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앱을 구매하는 등 지갑을 열게 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삼성과 LG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을 널리 퍼뜨리는 영업 사원 노릇을 한 셈이다.

 물론 인터넷 업계에서도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다. 자사 소프트웨어 보호를 위해 담장을 높이 쌓았다. PC 운영프로그램인 윈도 설치 CD는 20만원이 넘고, 업데이트 하는 데도 3만~5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MS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등 MS오피스 프로그램도 오직 윈도 체제 안에서만 구동이 됐다. 그러나 이렇게 독점적인 저작권을 행사하던 콧대높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윈도 운영체제를 무료로 내놨다. 오피스 프로그램도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구동되게 풀었다. 손 교수는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되니, 결국 구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모바일 시장에서 자신이 후발주자임을 인정한 것”이라 풀이했다.
 
발상의 전환 가능할까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카피레프트는 온라인에서나 가능할 뿐, 오프라인에서는 요원한 얘기일까.

 현재로선 그렇다. 온라인에서와 동일한 형태의 급진적인 카피레프트는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오 원장은 “한계비용(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이 0에 가까운 온라인 상에서는 카피레프트가 가능하겠지만, 오프라인에서 저작권을 무시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소장은 “저작권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얘기를 꺼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무료 이용을) 막을 것 인가에 대해서만 촉각을 곤두세웠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풀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의 프리미엄(Freemium) 전략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저작권 공유와 보호의 황금비율을 찾아가란 얘기다.

 조 변리사는 역발상을 통한 대안을 제시했다. “생산자는 카피레프트를, 사용자는 카피라이트를 지향하라”는 거다. 그는 “저작권법이 건전한 시민의 상식과 자꾸 동떨어 지는 건, 기술의 발전을 법 제도가 못 쫓아가는 부분도 있지만 기술에 시민정신이 뒤처지는 문화 지체도 중요한 이유”라며 “창작자와 사용자가 먼저 상대를 생각하는 관용의 자세를 갖출 때 저작권법에 대한 이질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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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