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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 배수 능력 무시한 수로공사 … 폭우 땐 물폭탄 우려"








2011년 7월 27일 10년 주기의 폭우로 우면산에 대규모 산사태가 났다. 토사가 서초구 방배동 남부순환도로를 덮쳐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중앙포토]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 곳곳엔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중앙일보가 전문가와 함께 둘러본 수재(水災) 위험 현장부터 그랬다. 비가 쏟아지면 돌이 굴러내리는 암벽이 학교 건물과 맞닿아 있다시피 한 곳도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용접 불꽃 등으로 잦은 인명사고를 유발하는 화재(火災) 불감증 실태도 고발한다. 정부와 국회의 국가개조 작업 진행 상황, 고질적인 무단횡단의 문제점도 점검했다.


3년 전 기습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우면산 일대 복구 현장을 지난 7일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앞쪽)와 본지 기자가 점검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인공 수로(水路) 측면과 바닥엔 잘 다듬어진 암석들이 깔려 있었다. 이 교수는 “산사태 원인 규명도 충분히 하지 않고 공사를 서둘렀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룡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바다에서 발생한 ‘인재(人災)형 수재(水災)’였다면 장마철을 앞두고 ‘육상의 수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국립국악원 뒤 우면산 기슭. 이곳은 2011년 7월 27일 오전 10년 주기의 폭우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남부순환도로와 인근 아파트 일대를 덮쳤던 곳이다. 당시 우면산 일대의 산사태로 19명이 숨져 인재 논란이 벌어졌다.

 주민 최모(64)씨는 “3년 전에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나무 등이 남부순환로를 넘어 래미안 A아파트를 덮쳤다”며 “103동 1층에서 아침 일찍 도배를 하려고 왔던 부부 근로자가 안타깝게 숨졌다”고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3년 전 산사태 와중에 수마가 할퀴어 곳곳에 시뻘겋게 속살을 드러냈던 우면산 사고 현장은 지금 겉으로 보기에 깔끔하게 복구돼 있다. 산 정상 부근의 공군부대 아래에서부터 산 밑으로 수백m에 걸쳐 인공 수로(水路)가 만들어져 있다. 수로 좌우 측면과 바닥에는 아파트 단지 조경용으로 써도 될 만큼 고급스러워 보이는 암석들이 깔려 있었다.

서울시, 원인 규명도 않고 서둘러 공사

 중앙일보 취재진과 이곳 현장을 찬찬히 둘러본 서울시립대 이수곤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이 무심코 넘기기 쉬운 산사태 복구 현장의 숨은 문제점을 지적해 냈다. 이 교수는 “우면산 지질은 얇은 표토 아래에 편마암이 깔려 있어 집중호우가 땅속 깊이 스며들지 못하고 물이 표토를 들어올리는 양압력이 형성돼 대규모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며 “이런 지질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수로를 넓히고 비싼 돌을 깔아 과잉 복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 아래에 배수 능력을 확충하지 않은 채 산 위에서 아래로 수로를 직선으로 넓혀 놓는 바람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수로가 스키장 슬로프처럼 ‘폭우 고속도로’ 역할을 하게 된다. 자칫 대규모 수해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는 재해 위험을 오히려 키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산사태가 나면 지자체가 복구 예산의 50%를 산림청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보니 2011년 당시 서울시가 산사태 원인 규명도 충분히 하지 않고 산림조합중앙회 측과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서둘렀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공무원들은 평소에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다 산사태 피해가 나면 제대로 원인 규명도 하지 않고 서둘러 요란하게 땜질 복구를 하고 면피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억울하게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울산 암벽 7m 옆 학교도 붕괴사고 무방비

 지방에도 방치된 수재 위험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울산시 동구 서부동 서부초등학교 학생 850명과 교사들은 매년 비가 올 때마다 불안에 떤다. 높이 30m 정도의 암벽이 높이 20m 학교 본관과 별관으로 둘러싸여 있어서다. 학교 건물과 암벽의 거리는 가장 짧은 곳이 7m 정도에 불과하다. 바위나 토사가 쏟아져 내리면 그대로 학교를 덮칠 수밖에 없다. 높이 3m 정도의 그물망 펜스가 암벽 앞에 세워져 있지만 붕괴를 막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산비탈에서 돌과 흙탕물이 학교 쪽으로 쓸려 내려온다. 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일부는 바위 틈에 자란 나무에 걸려 있다. 학생들은 이 암벽 밑에서 뛰놀거나 등하교를 한다. 차지창(56) 교장은 “올여름 장마철과 태풍이 불 때 우면산 산사태 같은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10일 둘러본 경남 거제시 상동동 A아파트. 500여 가구 규모의 단지와 30m 정도 떨어진 경사진 산비탈 20여m가 뻘건 속살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옹벽공사를 하던 B건설업체가 자금난을 이유로 10개월 전에 공사를 중단했다. 높이 30m의 경사면에는 돌덩이와 흙더미가 흘러내리고 빗물 때문에 곳곳이 움푹 패어 있다. 주민 이모(56·여)씨는 “폭우가 오면 인명피해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진 설명]
1.2.3. 16일로 3개월을 맞았다. 중앙일보는 이달에도 사회 안전시스템을 점검하는 ‘대한민국 안전보고서’를 낸다. 2011년 7월 27일 기습 폭우 때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복구현장을 점검했다. 당시 토사와 나무가 쓸려 내려가 시뻘겋게 속살을 드러냈던 사고현장은 겉으로는 잘 정비된 하천 수로처럼 말끔하게 복구돼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과 함께 현장을 점검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폭우가 쏟아지면 ‘고속도로’처럼 만든 수로의 유속이 산사태 이전보다 더 빨라져 산 아래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왼쪽부터 산사태 이전, 산사태 직후, 복구 이후의 우면산 일대 모습. [사진 국토지리정보원·구글]

4. 2011년 7월 27일 10년 주기의 폭우로 우면산에 대규모 산사태가 났다. 토사가 서초구 방배동 남부순환도로를 덮쳐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중앙포토

장세정 기자, 부산·울산=위성욱·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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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