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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 옆 1000도 용접 불꽃 … 감독은 작업 독촉만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 곳곳엔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중앙일보가 전문가와 함께 둘러본 수재(水災) 위험 현장부터 그랬다. 비가 쏟아지면 돌이 굴러내리는 암벽이 학교 건물과 맞닿아 있다시피 한 곳도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용접 불꽃 등으로 잦은 인명사고를 유발하는 화재(火災) 불감증 실태도 고발한다. 정부와 국회의 국가개조 작업 진행 상황, 고질적인 무단횡단의 문제점도 점검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A기업의 10층짜리 사옥 리모델링 현장. 천장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연결하는 전기용접을 하면서 페인트 도색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작업에 참여했던 김모씨는 “바닥에 시너가 널브러져 있는데 용접 불티가 계속 튀었다. 순식간에 불이 날 수 있는데도 관리 책임자는 아무런 안전조치도 없이 공기 단축만 계산하고 있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0층(층당 130여㎡) 건물은 리모델링하는 데 6~7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이곳에선 4개월 일정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영세사업자들이 무리하게 공기를 맞추려다 보니 작업이 위험천만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작년 용접작업 중 화재사고 1017건

불 붙기 쉬운 자재 옆에서 용접하는 장면 .
12일 경기도 남양주의 B물류창고 증축 공사장. 높이 6m인 창고 내부를 개조해 2층짜리 사무실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력 12년차인 신모(43)씨가 H빔으로 골격을 세우면서 전기용접을 하고 있었다. 신씨가 작업하던 H빔 옆에는 샌드위치 패널이 붙어 있다. 철판 두께가 0.4㎜에 불과해 불꽃이 튀면 언제든 스티로폼으로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 신씨는 “스티로폼은 패널 안에서 다 탈 때까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불꽃이 확 붙어 더 위험하다”며 "올 초에도 화재사고가 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먼저 패널을 철거한 다음 용접작업을 하는 것이 순서인데 단가가 맞지 않아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그는 3.3㎡(평)당 180만원에 공사를 맡았는데 샌드위치 패널 재설치를 포함하면 공사 단가가 250만원으로 늘어난다고 하소연했다.

 기업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수술’ 수준의 각종 산업 현장 안전대책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다 연초부터 현대중공업·포스코·현대제철 등 대기업 사업장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안전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 현장, 특히 영세사업장에서 안전의식은 여전히 느슨하다. 서울 구로동 코오롱호텔 공사장 화재(2013년 11월), 잠실동 제2롯데월드 컨테이너박스 화재(2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5월) 등이 용접 불꽃에서 촉발됐다. 지난해 용접·절단작업 때 발생한 화재는 1017건으로 전체 화재 사고의 2.5%였다. 4월 울산 현대중공업 블록 내부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선박 블록 아래로 용접 불티가 튀어 폴리우레탄 보온재에 불이 붙은 게 사고 원인이었다. 이 사고를 조사했던 안전보건공단 김철호 재해예방팀장은 “용접 불티는 온도가 1000도 안팎이고 최대 11m까지 튄다. 규정상 불받이포를 설치하고 작업 감시자가 따라붙게 돼 있지만 안전조치가 미흡했다. 사소하다고 기본원칙을 어기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원칙대로 하면 단가 비싸져 안전 무시

 기업의 안전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인색하다. 사고에 대비해 공장·건물·선박 등에 대한 3차원 입체도면을 제작하는 다인그룹 백순엽(48) 대표는 전남 여수의 C화학회사를 얼마 전에 방문했다 깜짝 놀랐다. 기름종이에 손으로 그린 설계도면을 30년 넘게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입체도면을 만들어 재해 예방, 보수 유지에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한국선급에 국내 모든 여객선의 구조물 정보를 축적해 두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계약이 성사됐다면 세월호 구조작업 때 상당한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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