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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 눈시울 붉어진 백건우 "사랑이 슬픔 이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15일 세월호 추모 공연을 설명하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연주할 때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세월호 소식을 들었어요. 무슨 말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음악은 너무나도 강한 언어잖아요….”

 15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한 레스토랑. 피아니스트 백건우(68)씨가 기자회견 중 말을 멈추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울음을 참으려는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됐다.

 백씨는 이날 세월호 추모공연 계획을 발표하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100일째가 되는 24일 저녁 7시30분 제주항에서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공연을 연다. 제주항은 그날의 세월호가 끝내 닿지 못한 항구다. 이곳에 간이 무대를 설치한 후 피아노 한 대를 가져다 놓고 청중 500명을 초청하기로 했다.

 그는 “추모 음악회는 처음 해본다. 안 해봤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겁난다”며 운을 뗐다. 공연을 열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의 소식을 듣고, 그 장면을 다 봤을 때 화가 났다. 우리가 막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공연 제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습하기가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한다. 연습할 때마다 희생된 학생들의 영혼이 연주를 들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고,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주할 때도 이런 감정이 계속 들면 못 칠 것 같다. 많은 느낌과 생각을 제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이번 음악회는 꼭 울음을 참을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백건우(左), 윤정희(右)
 연주 곡목 또한 오랜 고심 끝에 결정했다. 죽음·상처·치유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 6곡을 찾았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은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어머니를 위해 작곡가가 즉석에서 만들어 연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리스트의 짧은 곡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에 대해 백씨는 “허공과 바다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며, 하나님을 향해서 고통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트 ‘침울한 곤돌라 2번’, 라벨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로 슬픔과 애처로움을 직접적으로 그린다.

 마지막 두 곡은 백씨가 위로와 대안으로 제시하는 음악이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 3년 중 ‘힘을 내라(Sursum Corda)’는 단단한 화음이 지속되며 용기를 준다. 또 마지막 곡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음을 초월하는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백씨는 “강렬한 사랑이야말로 슬픔을 이긴다. 음악적으로 이 이상 말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을 위해 백씨는 스케줄을 변경했다. 그는 “요즘에는 중국·유럽을 오가며 연주하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올 여유가 원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스위스 루체른에서 독주회를 마친 그는 17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항저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항저우는 백씨를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 올 한해 3회의 연주를 맡겼다. 9월엔 상하이(上海)와 구이양(貴陽)에서 사흘 간격으로 독주회를 연다. 백씨는 “새로운 연주를 더 이상 추가하기 힘든 일정이지만,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무엇인가라도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무대에서 연주하는 작품들과는 전혀 겹치지 않는 새로운 곡으로 세월호 음악회 프로그램을 짰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부인 윤정희(70)씨는 “힘들게 곡목을 정했고, 또 고통스럽게 연습을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출연료를 받지 않고 이번 무대에 선다. 백씨는 “당연하다. 내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명과 관련한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하지만 추모 음악회 무대에 서는 경험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제주방송은 홈페이지(www.jibstv.com)와 전화문의(064-740-7810)를 통해 17~20일 선착순 500명 무료 예약을 받는다. 유가족을 따로 초청하지는 않기로 했다. 백씨는 이에 대해 “비단 유가족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도 위안을 받아야 한다. 이 공연에는 모든 사람이 같이 느끼고 해결책을 찾자는 뜻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SBS를 통해 이달 중 전국으로 방송된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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