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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밥친구'는 로커·건축가·보그 편집장

지난 3월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했다. 36시간의 짧은 체류 중 마테오 렌치 총리와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만나고, 콜로세움을 방문하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모두 사전에 공지됐지만 둘째 날 저녁식사에 대해선 수행원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비밀이어서가 아니라 정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4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마자 존 필립스 이탈리아 주재 미국대사에게 뜻밖의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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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밤 파티를 열면 어떨까요?”

 “재미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초청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손님을 ‘수배’한 결과 이튿날 미국대사관저엔 다섯 사람이 찾아왔다. 세계적인 건축가 렌초 피아노, 물리학자 파비올라 지아노티, 존 엘칸 피아트그룹 회장, 그의 여동생이자 영화감독인 지네브라 엘칸, 미국인으로 AS 로마 최고경영자(CEO)인 이탈로 잔지였다. 파티는 정해진 주제 없이 자정까지 이어졌다. 피아노는 “대통령이 예술·과학·건축 등 이탈리아에서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얘기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건축가를 꿈꿨다는 오바마에게 “스케치가 건축물로 옮겨지는 과정을 설명해 줬다”고도 했다.

 2기 임기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사교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인보다 각계 지식인과 늦은 시간까지 식사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교광(social animal)’으로 불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게 NYT의 평가다. “식탁에서의 지적 대화를 통해 업무 탈출을 꾀한다”는 것이다. 실제 로마 파티 다음 날 오바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브리핑하는 직원에게 “어젯밤 삶과 예술에 대해 즐겁게 대화했는데, 다시 정치 현실로 돌아와 있다”며 “아침에 깨어나기 싫었다”고 말했다.

 ‘탈출’을 위해 오바마는 저녁을 두 번 먹기도 한다. 지난달 프랑스 방문 때 그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의 공식 만찬 뒤 인근 레스토랑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대학 시절 친구인 로랑 델라니 남자프로테니스(ATP) 유럽 CEO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

 ‘식사 활동’은 백악관에서도 수시로 이뤄진다. 각 분야 인사들을 불러 다양한 화제를 주고받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5월엔 다큐멘터리 감독 켄 번스, 유전자 분석업체 ‘23앤드미’ 창업자 앤 워즈츠키, 유튜브 CEO 수전 워즈츠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톰 스테이어가 초대됐다. 록그룹 U2의 보노,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애플 CEO 팀 쿡,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인 적도 있다. 윌 스미스, 모건 프리먼, 새뮤얼 L 잭슨 등 할리우드 스타도 초대됐고, 미국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패션계 인사들과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공식 방문 기록 없이 백악관을 찾는다.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떠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을 뿐 정해진 의전이나 규칙도 없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대화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피아노 역시 오바마에 대해 “세상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탐구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이를 위해 오바마는 정반대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로마에서 초대된 이탈로 잔지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라이벌인 존 매케인을 지원한 공화당원이다.

 밸러리 재럿 백악관 고문은 이런 모임을 조직하는 소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렇게 해석했다. “매일 같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대통령은 만나는 사람과 관심을 넓히려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 개인의 삶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준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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