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양선희의 시시각각] 카지노는 무조건 안 된다. 왜?

양선희
논설위원
2005년 4월.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신도심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이 이 문제로 1년여 동안 격렬한 논쟁을 벌인 뒤였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정부가 그동안 카지노에 얼마나 큰 거부감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1985년 첫 제안이 들어왔을 때나 2002년 리 총리 자신이 경제심의위 의장직을 할 당시 검토 제안을 가차없이 거절했음을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를 고도로 통제된 규범적인 사회로 일구며 도박을 불허했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아들답게 당시 거절 서한엔 카지노에 대한 서슬 퍼런 거부감을 담고 있었다.

 한데 불과 3년 후 총리가 된 그는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하겠다며 국민을 설득했다. 이유는 먼저 관광지로 매력을 잃어가는 싱가포르의 현실을 들었다. 관광객이 중요한 것은 호텔·식음료·유통업·전시회·항공 등 산업의 일자리 창출 원천이며 산업 성패가 그 수의 증감에 달렸기 때문이다. 한데 재미없는 싱가포르는 활력을 잃어갔다. 다음은 뉴욕·파리·런던·상하이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다양한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을 증진하는 쪽으로 변모하는 데 대한 긴장감이었다. 그는 ‘세계의 변화에 발맞출 것인지 무시하고 낙오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음을 설파했다. 그러곤 “싱가포르는 멈출 수 없다. 멈췄을 때의 괴로움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합리조트는 호텔·레스토랑·쇼핑·컨벤션·극장·박물관·테마파크 등 수십만 관광객의 즐길거리와 시민의 일자리를 동시에 제공하는데 여기에 카지노가 포함됐다고 무조건 거부하고, 그로 인해 창출되는 수많은 기회와 이익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전부냐 전무냐(all or nothing)가 아니라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지노 없는 복합리조트의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내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를 허용했다. 여기엔 도심 오픈카지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싱가포르식 카지노 전략’이 도입됐다. 우선 내국인에겐 높은 장벽을 쳤다. 내국인에겐 높은 입장료와 외상 금지를 도입했고, 재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가족들이 요청하는 경우 입장을 불허했다. 또 카지노 수익의 일정 부분은 공익자금으로 환원토록 하고 시민을 위한 문화 행사를 늘렸다. 리조트 개장 후 싱가포르는 극적인 국내총생산(GDP) 상승과 관광객 증가가 이루어졌다. 이런 싱가포르 전략은 도심 카지노 리조트의 성공 전략으로 부상했다.

 지난 5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복합리조트로 향했다. 일본도 ‘싱가포르 전략’을 벤치마킹해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카지노 리조트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복합리조트 업체인 샌즈그룹이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복합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를 서울시에 제안했다. 샌즈그룹은 컨벤션 중심의 싱가포르 리조트를 운영하는 업체다. 잠실 운동장 시설은 이미 내구연한이 다 됐고, 운영비만으로 매년 100억원대의 적자를 낸다. 재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픈카지노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개방적 관점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카지노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 그러나 서울은 여전히 ‘전부냐 전무냐’다. 세계의 도시들은 ‘재미있는 도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서울은 폐쇄적 시각에 갇혀 경쟁을 외면한다. 리 총리는 부정적 여론이 무성한 가운데 복합리조트 건설을 결정하며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을 인용했다.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면 파리·곤충과 싸워야 한다.” 파리·곤충이 성가시다고 창문을 걸어 닫고 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한류 등으로 관광지 매력도가 더 높다. 이런 기회를 맞아 우리도 차라리 좋은 방충망을 준비하고 창문을 여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양선희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